교육 환경 변화로 조직 축소·정비 목소리 나와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 가장 개편 시급한 분야 ‘교육’
교육부에 떨어진 신뢰… 명확한 역할 분담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진부한 표현이 돼 버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새도 없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학은 또 다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고 변화에 대응도 못한 채 대학은 평가에 매달리면서 혁신적인 시도는 빛이 바래버렸다. 그러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교육부 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급기야 ‘교육부 폐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본지는 대선을 앞두고 미래 교육 방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봤다. 혼돈 속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교육 역시 큰 변화에 직면한 분야 중 하나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어디서든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한 순간에 해소됐다. 물론 부작용도 뒤따랐다. 학생 간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대면 관계의 어려움과 우울감은 가중됐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교육을 총괄하는 부처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자율을 부여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비대해진 조직을 정비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교육부는 7월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향후 달라질 조직의 구조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처다. 이미 축소나 개편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큰 틀의 교육 정책을 만들게 되면 사실상 교육부의 역할은 어디서 찾을 수 있냐는 물음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 차기 정부 조직·기능 개편 필요한 분야 1순위 ‘교육’ = 이미 그런 물음에 대한 응답이 나오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행한 정부조직 개편 및 조직진단 연구 수행 경험이 있거나 인수위원회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53인의 행정학자들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의 조직·기능 개편 필요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정부조직 디자인: 전문가 조사 결과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정관리, 일반행정, 국가안전, 경제산업, 환경·사회복지, 교육문화 6개 영역에서 ‘교육문화’는 5.11점을 받았다. 5.17점을 받은 ‘국정관리’ 분야 다음으로 조직 개편이 시급한 분야로 꼽힌 것이다.

세부 분야로 들어가면 교육은 5.57점으로 가장 개편이 필요한 분야로 나타났다. 전문가 13인은 ‘교육부 기능 축소와 폐지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17인은 그 해법으로 ‘교육부의 기능 축소와 기능 이관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12인은 교육부 규제기능 조정 및 민간 역할 확대를 꼽았다. 교육부가 현재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정소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 분야에서는 주로 교육부 기능 축소와 폐지 등에 의한 의견이 많았다”면서 “특히 교육 분야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국가교육위원회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권역별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국가교육위원회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권역별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고등·평생·직업 교육 집중하겠다는 교육부 = 올 7월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에 맞춰 교육부 기능 변화와 개편은 불가피해졌다. 교육부 폐지론이 대두될 때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던 대안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기도 하다.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교육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초당적·장기적 안목의 교육 정책을 만들어야 할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탄생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교육청 간의 3자 역할 분담이다. 이미 교육청은 초·중등 교육을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간의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된다.

교육부는 지난 5일 발표한 2022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도 밝혔듯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통한 교육부의 기능 재구조화와 혁신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정책연구에 돌입해 오는 3월까지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교육청의 기능 재구조화 시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교육회의와 설립준비단을 중심으로 시행령 제정, 회의운영 규정, 예산 등을 준비해 7월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위원의 자격요건 및 기준 △추천 또는 지명절차 △소관사무 및 추진방법 △국민의견수렴을 위한 국민참여위원회·전문위원회 등 조직 설계 등이 담길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교육청, 교육부의 역할을 발표한 바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 역할을 맡게 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범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10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크게 3가지 소관사무를 담당하게 되는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 기준·내용 고시 △국민의견 수렴·조정 업무다. 학제, 교원정책, 대학입학정책,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 개선, 교육과정 기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초·중등 교육분야는 본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며 교육부는 앞서 언급한 교육복지, 교육격차, 학생안전 등 국가적 책무가 요구되는 부분에 집중하는 동시에 고등·평생·직업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고등교육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 ‘역할 정립 분명히 해야’ 교육부에 쏟아지는 주문 = 지난해 10월 국가교육회의 주최로 열린 ‘고등교육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교육부의 역할을 두고 회의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 소장은 “교육청과 교육부와의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하고 관계를 설정해 놔야지만 정책을 가지고 갈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게 됐지만 준비를 잘해야 되고 그런 기관에서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교육관계법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회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기관으로 출범했지만 역할과 기능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향후 국가교육위원회가 어떤 기구로 활동할 수 있을지, 교육부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대통령령을 잘 만드는 과제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도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교육청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실행기관으로서 감독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재정을 가지고 고등교육을 휘두르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교육 재정은 자치기구나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제3의 독립적인 기구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재정 분배 기능을 뺀다고 해서 교육부의 기능이나 위상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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