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로 대학 법인 비교육용 토지 내년부터 합산과세
대학들 한목소리 “미래 인재 양성 위한 재정 턱 없이 부족해”
한국의 교육경쟁력 ‘빨간 불’ 4년새 25위에서 30위로 하락

(사진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아이클릭아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진부한 표현이 돼 버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새도 없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학은 또 다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고 변화에 대응도 못한 채 대학은 평가에 매달리면서 혁신적인 시도는 빛이 바래버렸다. 그러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교육부 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급기야 ‘교육부 폐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본지는 대선을 앞두고 미래 교육 방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봤다. 혼돈 속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어느 분야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미래 인재’를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키워내야 할 대학들은 ‘생존 게임’에 내몰렸다. 모든 대학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예측 못했던 지출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예견됐던 현실 앞에 재정 확보를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사립대가 마주할 2022년은 더욱 가혹하다. 사립대 보유 재단 법인(대학 법인)의 토지보유세 혜택을 줄이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때문이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전환 시기지만 사립대를 보유한 대학 법인들은 당장 세금 낼 걱정에 고심이 깊다.

■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 적용 코앞, 비교육용 토지가 대상 =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사립대 비율은 일반대학이 81.1%, 전문대학이 93.3%로 사립대가 고등교육의 큰 축이라는 말에 이견을 달 수 없을 만큼의 규모다.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기관임에도 국가가 교육부를 통해 국가의 유지·발전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공적 규제를 하는 이유도 이에 기반한다.

세법에서도 다른 사업군의 대학 법인들과는 다르게 면세 항목들이 있다. 대학 법인 소유 토지는 대학 캠퍼스를 비롯한 교육 시설이 있는 ‘교육용 토지’와 그 외의 ‘비교육용 토지’로 구분되고 교육용은 면세 대상이다.

현시점에서 대학 법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비교육용 토지’ 즉, ‘수익용 토지’와 관련이 있다. 사용하고 있는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 받는 해당 토지는 쓰임새에 따라 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기존에 비교육용 토지는 분리과세로 세금이 책정됐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2022년부터는 합산과세 대상이 된다. 대학 법인은 종부세 납부액이 늘어나는 상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대학 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골프장의 경우는 당장 내년부터 고수익 사업 활용 토지로 분류돼 최우선 과세 대상이다. 나머지 수익용 토지는 단계적으로 합산과세 항목으로 들어간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전국 사학법인이 연간 6000억 원가량을 더 부담하게 된다”며 개정안 반대 서명운동에 나선 상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6000억 원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라며 수도권 대학들을 기준으로 추가되는 세수를 기계적으로 곱해서 나온 숫자라고 반박했다. 이어 “8년 후에도 현재 보유 토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보유세는 약 500억 원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행안부, “형평성 고려한 예견된 정상화” vs 대학 법인·대학, “수익 목적 기관 아닌 교육기관에 가혹해” = 행안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과세 형평성’을 바로 잡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미 사회복지시설이나 종교시설 같은 다른 비영리법인들도 과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학 재단은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나오는 20%의 수익을 가용할 수 있으니 여전히 혜택을 받는 구조라는 식이다.

재단 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창출된 수익금의 80% 이상을 교육을 위해 써야한다는 조건을 지키며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과세 논리 앞에서는 그저 ‘형평성에 맞지 않는 혜택을 받는 대상’ 정도로만 설정돼있다고 볼 수 있다.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권역별 대표를 맡은 A기획처장은 “대학들이 등록금도 13년 동안 동결해서 못 올리고 있고, 그나마 받고 있는 국가 사업비 운용도 엄격한 평가와 감시 속에서 사용하고 있어 답답하다”라며 “현재는 행안부가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일반적인 영리사업으로 이해하고 지방세 개편안을 진행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만 볼 때는 개정안이 이행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재정 악화 상황 속에서 각종 규제 강화와 사업 이행 보고서 작성 등으로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는 사립대들 사이에서 개정안 자체는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부산 소재 사립대 B총장은 “대학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요구하며 힘써 달라는 말과 다르게 그 동력이 되는 돈줄을 꽉 틀어쥐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특히 지방대는 학생 정원도 미달인 곳들이 많아 상황이 훨씬 어려운데 재단 지원까지 줄어들 생각을 하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강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개정안으로 유예기간 8년을 포함한 최종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사학 보유 법인인 1211곳이 보유세로 지출하는 규모는 연 500억 원”이라며 “법인당 평균 4000만 원 오르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학법인협의회는 주요 21개 대학 법인이 자체적인 추계를 통해 예측한 추가 세금 부담액을 약 544억 원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같은 대학 기준으로 250억이라며 다른 추계를 내놓으며 “납세자료는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과세 추계에 대한 사항은 개별 대학의 회계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계산 방법에 대한 말은 아꼈다.

오히려 행안부의 입장은 사립학교는 수익용 재산으로 토지 외에도 건물, 유가증권, 신탁예금 등으로 보유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 교육에 투자할 재정을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지 않는다면, 교육 법인들이 본연의 목적보다 과도하게 토지를 보유하는 상황을 사실상 허용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토지 매각도 쉽지 않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언제든 교육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알짜배기 땅을 처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머지 땅들은 토지의 입지가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낮아 팔아도 유의미한 수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양학원은 1900억 원, 건국대는 982억 원, 중앙대는 967억 원의 수익용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토지에서 걷는 수익률은 대부분 연 0.1% 이하다.

서울 사립대 소속의 B기획처장은 “재정 상황이 좋은 대학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개정안에 반발했다가 밉게 보여서 어떤 식으로라도 다른 재정적 손해를 볼까봐 섣불리 나서지도 못하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재단이 교육목적이 아닌 토지를 왜 가지고 있냐고 하는데, 전입금을 교육 사업으로만 벌어서 마련할 재간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사진 = 정경련)
(사진 = 정경련)

■ “미래 인재 키울 재정 없다”, 그 사이 대학경쟁력은 하락  = 현재 지방세 개정은 사립 교육기관 보유 재단에 대한 조세 개정이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관련 교육기관에 미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전국 192개 사립대학 교비회계 지출 중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인 ‘연구 및 학생 지원 경비 비중’은 2018년에는 5조 8755억 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5조 5430억 원으로 3325억 원(5.66%)이 줄었다. 사립대 재단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못한 대학 등록금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학으로 흘려보낼 충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런 와중에 재단까지 세 부담에 걱정이니 이 피해를 학생들이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대학도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고등교육법에는 ‘대학은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데도 대학들은 주저한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각종 지원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률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나라라고 해도 교육은 ‘인재양성’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완전히 놓은 선진국은 없다. 공립과 사립이 공존함에도 공적시장의 논리로 재정지원을 하는 이유기도 하다.

행정학을 전공한 C기획처장은 “행안부야 고등교육 관련 기관인 대학 재단을 여타 비수익성 재단과 비교해 조세 형평성을 맞추자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뻔히 아는 교육부가 이 시점의 개정안 시행은 불합리하고 가혹한 처사라는 것을 행안부에 강력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의 입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 발전과 직결되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한다면 교육부가 대학들과 협력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C기획처장은 “과세는 아니지만 과기정통부 같은 경우는 연구·개발(R&D) 재정 확충을 위해서 관련 교수들과 함께 기재부를 적극적으로 찾아가 논의를 펼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통계가 있어 주목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낸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18년 27위에서 2021년 23위로 4계단 상승했지만, 교육경쟁력은 같은 기간 25위에서 30위로 하락했다. 같은 연구원이 실시한 대학교육 경쟁력 평가에서는 64개국 중 47위를 차지해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은 본지 칼럼을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 결여는 대학교육의 공공성 약화로 이어져 대학 교육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학이 스스로 해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마저도 수용하지 않았다”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 같은 결과를 보고 약해진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역량 강화와 4차 산업혁명 관련 학문 육성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대학 연구역량 강화와 학생 지원은 현재 대학들의 재정상황과 앞으로 부과될 세금 정의 아래에서는 묘연하다는 게 대학가의 반응이다.

■ 입법으로 기존 지방세 개정안 막아보겠다 하지만 ‘막막’ = 대학들은 이제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진 법안이 의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올해 7월 20일 발의(의안번호 11606, 11608)에는 기존 지방세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교육기관 소유 토지 분리과세의 근거를 지방세법에 규정하고, 1995년 12월 31일 이후 소유한 토지도 분리과세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는 해당 발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행안부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중지할 것 요구하는 중이다. 행정부 원안대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대학-학생-국가로 이어지는 ‘도미노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립대학들은 정말 필요한 세법 개정이라면 고등교육교부금 재정 같은 대학운영비 지원정책 수립 이후에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3일 확정된 전체 교육 예산 89조 6251억 원 가운데 고등교육 예산은 약 12조다. 당초 교육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고등교육 부문 예산 증액은 6000억 원 정도로 예측됐지만 최종적으로 7554억 원이 증액된 규모다. 이중 국가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전체 교육예산 89조 원 중 12조만 배정돼 13.4%에 불과하다. 이는 고등교육이 얼마나 교육부 안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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