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다시 고개드는 교육부 역할 축소 공약… ‘폐지’ 주장까지
교육계에선 교육부 무용론 계속돼
대학 지원 정책 실패, 지방대 정책 실패 등 교육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
‘교피아’ 논란으로 교육부 신뢰 하락

2019년 5월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연 '교육부 폐지 및 고등교육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2019년 5월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연 '교육부 폐지 및 고등교육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진부한 표현이 돼 버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새도 없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학은 또 다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고 변화에 대응도 못한 채 대학은 평가에 매달리면서 혁신적인 시도는 빛이 바래버렸다. 그러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교육부 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급기야 ‘교육부 폐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본지는 대선을 앞두고 미래 교육 방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봤다. 혼돈 속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다시 ‘교육부 폐지’가 등장했다. 교육부 정책과 역할에 대한 교육 현장의 회의적 시각이 대선 공약으로 반영된 것이다. 최근 있었던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고스란히 교육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미래 교육을 준비함에 있어 교육 거버넌스의 역할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교육부 폐지를 교육공약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으로 완전히 이관하고 대학은 자율화를 추진한다는 원칙 하에서 교육부를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도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다시금 교육부 폐지 공약을 꺼내들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 폐지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고등교육은 총리실 산하로 옮겨 최소한도로 관리하는 정도로 하고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철수 후보는 19대 대선에 도전했던 2017년 4월 숙명여대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현재 교육부는 ‘교육통제부’다.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말 잘 듣는 대학에 돈을 주는 형태로 정책을 운영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율성이 말살돼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도 없고 창의적인 연구개발도 불가능하다”며 교육부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대선 도전을 중단했지만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교육 공약으로 ‘교육부 없는 교육개혁’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를 폐지하고 인재혁신부를 창설하겠다”며 “기존 교육부의 고등교육, 평생교육 기능과 고용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 기능을 행정적, 재정적으로 통합하는 인재혁신부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교육부는 교육 공약의 뜨거운 화두였다. 안철수 후보뿐 아니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교육부 축소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이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외에도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세세한 부분에는 차이가 있지만 교육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중장기 교육정책은 별도 거버넌스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 과도한 교육부 개입, 규제에 발목 잡힌 교육 혁신 =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교육부에 주목하는 데에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지속적으로 형성돼 온 것과 관련이 깊다.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 공약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박선형 한국교육행정학회 신임 회장은 교육부의 개입에 대한 현장의 불만에 주목한다. 그는 “교육자치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지만 교육부의 권한은 줄어든 것이 없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과도하게 교육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교육자치에서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교육청의 수장, 교육감이 직접적으로 교육부 폐지를 언급한 일도 있었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지난 2017년 2월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부가 우리나라 교육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는 것이 교육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유‧초‧중‧고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맡기고 대학 교육은 대학교육협의회에 맡기면 된다. 그리고 할 일이 없으면 교육부는 사라져야 한다”고 교육부 해체를 주장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에는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비대해진 교육부는 산하기구 개념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세부 계획을 집행하는 수준으로 축소시켜야 한다”며 교육부 역할 축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교육부의 지나친 통제가 대학 발전을 막고 청년과 관련된 사회 문제 해결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호 이사장은 “지금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청년 실업, 청년 창업 등 청년 문제다. 이를 위해 대학이 미래지향적 시도를 하면 그 순간 교육부로부터 철퇴를 맞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이 혁신의 허브로 기능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교육부의 통제로 인해 대학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부 체제로 돌아간 뒤 대학에 대한 통제가 더욱 커졌다”며 “단순히 규제의 숫자만을 보고 통제의 정도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보이지 않는 규제를 늘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역량진단 최종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구조개혁위원회 회의가 열린 교육부 청사 앞에서 일반대와 전문대 총장 및 보직교수들이 합동으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 9월 역량진단 최종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구조개혁위원회 회의가 열린 교육부 청사 앞에서 일반대와 전문대 총장 및 보직교수들이 합동으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실패한 교육부 정책에 들끓은 여론 = 대학 현장에서 ‘교육부 해체’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대해 박정원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지방대의 입장에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교육부가 역량진단을 통해 대학을 죽이는 리스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대학 소재 지역민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다”며 “지금의 교육부는 반 교육적인 기관이 됐다고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부가 왜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역시 역량진단이 특성화를 가로막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황 사무처장은 “대학들이 특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교육부는 역량진단이라는 획일적 평가 방식으로 대학 특성화를 막고 있다. 사립대 제제에 노력을 기울이며 교육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동안 진정한 의미의 교육여건 개선은 퇴색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대학생들 역시 역량진단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0월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다영 위덕대 총학생회장은 “역량진단은 재정규모가 크고 충원율이 높을수록 지원을 받는 ‘부익부 빈익빈’ 정책”이라며 특히 충원율 지표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수입 감소로 고통 받고 있는 지방대 위기를 심화시키는 지표”라고 비판했다.

역량진단뿐 아니라 교육부의 지방대 정책은 한계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간한 ‘지방대학 신입생 충원 현황과 정책 및 입법과제’ 보고서는 “교육부가 발표한 지방대학 육성 기본계획에 대해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이미 추진하는 정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이고 산학협력 강화 등의 정책은 ‘학생 충원이 어려워서 문을 닫을 상황이라고 호소하는 지방대학의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부의 지방대 정책에 낙제점을 줬다.

지난 2019년 5월에는 국‧공립대 교수들이 소속된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물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교수 단체가 현 교육부의 대학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교육부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가 대학교육의 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사학 적폐와 교육적폐를 청산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든다고 했다. 그 청사진은 다 어디로 갔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중등교육 정책에서도 교육부는 고배를 마셨다. 현 정부의 1호 교육공약이기도 했던 고교학점제가 여러 비판 속에 결국 시행 시기가 미뤄지며 혼선을 야기한 것이다. 교육부는 현 정부 임기 내 시행을 목표로 2022년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자 했으나 교사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전면 시행은 2027년으로 늦췄다가 다시 전면 시행을 2025년으로 변경하는 등 혼선만 거듭됐다.

박선형 회장은 “정책이라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겪는 문제를 단기간 해결해야 하기에 ‘탑다운’으로 진행되기 쉽다. 하지만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에 근거해야 한다”며 “고교학점제가 내년에 전면 시행되기로 했다가 현장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니 다시 미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을 보면 그 문제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대학 정책에 대해 연구해 온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교육 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교육부 해체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교육부 폐지‧축소론이 반복되는 데 대해서는 “교육부가 문제가 많다고 계속 지적되고 있고 교육부의 시도들이 실패하거나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교육부 신뢰 추락시킨 ‘교피아’ 논란 = 현재의 교육부가 부정 인사 문제로 신뢰를 잃은 것 역시 교육부 해체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지난 5월 6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개최한 ‘고등교육 위기극복 공청회’에 참석한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교육부가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는 핵심”이라고 강하게 질책하며 교육부 해체를 언급했다.

양 이사장은 “대학 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교육부는 지난 20년간 무엇을 했냐”며 “퇴임 이후 사립대에 빌붙어 자기 몫만 챙기는 교피아들이 있다. 심지어 교피아 문제를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것이 맞는 일인가”라며 교육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또한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역량진단에 ‘교피아’의 부당 개입 여지가 의심된다며 감사원에 교육부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학 입학정원 구조조정을 위해 대학 길들이기 일환이 돼 버린 역량진단 평가는 교피아들의 부당한 개입이 여지를 만들고 평가항목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결과가 합리적으로 의심된다”고 감사 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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