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고등교육 체제와 수요 85% 이상 사립대가 감당
정부 ‘사립대 지원 불가론’에 등록금 14년 동결로 재정난 악화일로
‘부정‧비리 집단’ 오해와 낙인 속 설 자리 잃어가는 사립대들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진부한 표현이 돼 버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새도 없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학은 또 다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고 변화에 대응도 못한 채 대학은 평가에 매달리면서 혁신적인 시도는 빛이 바래버렸다. 그러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할 교육부 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급기야 ‘교육부 폐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본지는 대선을 앞두고 미래 교육 방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봤다. 혼돈 속에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한민국 대학 가운데 사립대 비율은 약 85%에 달한다. 대학생 중 70%가 넘는 이들은 사립대에 다니고 있다. 고등교육의 문제를 논하는 데 있어 사립대를 빼놓고 이야기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고등교육 지원 문제를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립대에 대한 양적 지원이 고등교육 현안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놓고 정부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사회의 혁명적 변화와 인구구조의 대대적 변화에 놓인 시점에서 한국 대학이 혁신과 도태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세대와 고등교육 생태계 유지를 위한 관점에서 사립대 지원에 있어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다.

■ 85%인 사립대, 동록금 14년 동결 속 재정난 =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체제는 사립대 중으로 이뤄져 있다. 교육통계서비스와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반대‧전문대‧교대‧산업대 등을 합친 대학은 총 325개교다. 이 중 사립대가 278개교로 전체의 85.5%를 차지한다. 47개교인 국‧공립대는 14.5%다. 대학의 입학정원은 총 47만 2000명으로, 사립대에 무려 39만 7000여 명(84.0%)이 재학하고 있다. 국·공립대 재학생은 약 7만 6000명(16.0%)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까지 이어진 14년째 등록금 동결 기조는 대학 운영의 대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기대고 있는 85%의 사립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 발행한 ‘사립대학 재정 운용 실태 분석’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재정 수입구조는 학생 등록금 및 국고지원에 대한 의존율이 높고 법인전입금이나 기부금 등의 수입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등록금수입과 전입금수입의 감소가 교비회계의 감소를 야기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은 2012년 일반대 전체 수입에서 60.0%를 차지했으나, 2018년에는 56.8%로 3.2%p 감소했다.

연구진이 2018년 기준 사립대학 재정 수입구조를 살펴본 결과 2018년 전체 수입 중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 등록금수입이 각각 54.1%와 55.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은 일반대 15.4%와 전문대 24.5%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전입금이나 기부금은 일반대와 전문대가 8.0%와 1.0%, 2.0%와 0.6%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년의 사립대 재정 수입구조를 분석한 결과 등록금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그 원인이 등록금 동결・인하에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학 운영을 위한 고정비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 교직원 보수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대의 경우 관리운영비, 교육 외 비용 등의 증가와 연구학생경비, 자산 및 부채 수입, 미사용 차기 이월 자금의 감소 양상을 보였다. 전문대의 경우 연구학생경비, 교육 외 비용 등이 증가했다.

■ 정부의 ‘사립대 지원 불가론’은 합리적? = 사립대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정부는 매번 ‘사립대 지원 불가론’을 들어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사립대의 부정‧비리 때문이라는 설명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사립대 관계자들은 국립대 부정‧비리가 발생하고 있고 교육부의 국립대 운영에서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은 빈약한 논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기에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85%에 해당하는 사립대 지원 역시 늘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랜 기간 반복돼 왔다. 특히 정부가 사립대에 대해서도 50%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영형 사립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교육부 예산안에서 812억 원으로 제안됐던 예산은 8분의 1 규모인 53억 원으로 대폭 줄었고, 그 규모와 함께 이름도 ‘사학혁신지원사업’으로 변경됐다.

기재부가 사립대 지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이외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당시 국회 교육위원장이었던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고등교육 예산에 대해 교육부는 2조 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가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며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액이 필요한데, 초‧중등 예산이 늘었으니 대학 예산을 깎으라는 기재부의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이 ‘험로’를 겪는 배경에는 사립대의 부정‧비리 이슈로 인한 부정적 여론이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전남대에서 있었던 ‘광주‧전남 고등교육 정책 포럼’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대는 찬성하나 사립대 재정 확대는 반대가 많다. 사립대 비민주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서 그렇다”고 말했다. 사립대 재정 지원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었다.

하지만 사립대 관계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최일 동신대 총장은 “이 같은 생각은 ‘쌍팔년도식’ 인식”이라며 “일부 잘못된 사학 비리가 있을지 모르나, 현재 대부분의 사학은 교육부의 철저한 감독 아래 운영되고 있고, 고등교육의 80%를 책임지며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학만이 부정‧비리를 저지른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부 감사 결과를 보면, 국립대 역시 부정‧비리가 있었던 것이 발표되고 그 규모도 사립대나 국립대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드러난 국립대 비리를 보면 채용비리 의혹이 반복되고 있고, 성폭력 사안, 연구비 횡령과 회계 부정 등도 적발된 바 있다.

사립대를 운영하는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만큼, 국립대를 운영하는 교육부도 운영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현재 공주교대는 총장 재선거를 놓고 갈등 국면에 놓여있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교육부였다. 공주교대는 2019년 9월 직선제 투표를 통해 1순위 후보자를 선출하고 교육부에 임용을 제청했으나, 교육부는 당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제청을 거부했다. 그로 인해 공주교대 내에서도 총장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당초 진행된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구성원끼리 맞서게 됐다.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 허리띠 조이는 사립대…임금 갈등·교수채용 감소 등으로 경쟁력 약화 우려 = 수입이 감소하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립대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수도권 소재 A대 직원은 “이번 해에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2% 정도의 임금 상승이 있을 예정”이라며 “이 대학에 7년간 근무했지만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계속 동결돼 왔다”고 털어놨다.

서울 소재 B대 교수 역시 “많은 대학들에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하더라도 적은 수준에서 인상을 하고 있다”며 “계약서상 임금을 동결하지 않더라도 대학 기부금을 내도록 함으로써 사실상의 임금 동결 또는 인하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 동결은 대학 사회에서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경성대가 교수 임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내리자, 교수 120명은 이것이 대학의 일방적인 임금 동결이라며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이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해 최근 3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동아대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교수 100여 명이 집단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들은 교수 신규 채용도 줄이고 있다. 이는 교수사회의 고령화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9일 발표한 ‘2021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연구인력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전임교원의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년제 대학 전임교원 7만 4461명 중 60대 이상 교원은 1만 3803명으로 18.5%의 비율이었으나 점차 그 비율이 2017년 19.7%, 2018년 20.7%, 2019년 21.5%, 2020년 21.7%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립대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국‧공립대는 평균 1인당 1.74건의 과제와 1억 4100만원의 연구비를 수주한 반면, 사립대는 1인당 1.25건의 과제와 7700만 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과제수혜율은 20.9%p 높고, 1인당 연구비는 약 1.8배가 높았던 것이다.

대교연은 지난해 12월 펴낸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에서 “이미 누적된 학생 수 감축으로 사립대학 재정여건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 규모가 워낙 커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부실(위기)대학’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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