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숙 경민대학교 자율전공학부 2학년

박봉숙 경민대학교 자율전공학부 2학년. (사진=본인 제공)
박봉숙 경민대학교 자율전공학부 2학년. (사진=본인 제공)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022년 전문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성별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큰 공통점이 있다. 사회 근간을 이루는 전문 기술인으로 성장하겠다는 뜨거운 열정이다. 본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공동으로 이 같은 열정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삶의 동력과 영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모전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동생아 대학가자~”
“언니, 이제 우리 공부는 그만하고 남은 인생을 여행이나 다니며 즐겁게 살아요. 그리고 난 이제 힘들어서 그만할래요. 대학 등록금만 해도 얼마인데요. ”
“학교 마일리지 제도가 있어서 장학금도 나오고 국가 장학금도 일부 받으면 실제 등록금은 얼마 안낸다고  하더라.”
“그런 학교가 어디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있었다.

바로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경민대학교’다. 대학 최초로 성인학습자를 위한 ‘자율전공학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학 얘기에 앞서, 늦은 나이 배움에 목말렀던 나는 춘천~서울 왕복 6시간을 버스와 열차를 갈아타며 청암중고등학교을 졸업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나 자신이 참 대견했다. 또 4년 동안의 학급생활을 응원해준 남편에게 미안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다시 2년이란 시간을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는 것이 너무 이기적이고 무엇보다 또 힘든 시간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대학’이란 두 글자가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친구와 대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럴수록 혼란스러웠고 고민도 깊어졌다. 그러자 친구는 “그럼 우리 캠퍼스 구경도 할 겸 학교에 같이 가보지 않을래?”

그렇게 친구와 함께 찾아간 경민대. 어디서 본 듯한 정문의 웅장함. 자세히 보니 ‘독립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궁금했다.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또 독립운동 교육을 통해 애국하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이 문을 드나들며 나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당신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정문의 좌, 우에 있는 작은 문 가운데에는 ‘효’라는 중심에 ‘효행문’ 그리고 ‘효도합시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라는 글이 정말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경민대는 학생들에게 나라를 사랑하고 부모에게 효를 행하라고 가르친다. 대학에 대한 호기심을 안은 채 솔향기가 가득한 소나무 터널을 지나 효행관 1층에 들어서니 조그마한 커피숍에서 김상돈 교수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교수님께 따뜻한 커피를 대접받고 대학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놀러가는 마음으로 따라 온 난 어느새 입학신청서를 작성하고 나오면서 난생 처음 교수님과 인증샷도 찍었다. 그 순간 만큼은 그저 마냥 행복했다. 대학생이 된 설렘을 안고 교정을 나왔다. 쌀쌀한 2월이었지만 머지않아 벚꽃이 만발한 새하얀 아름다운 캠퍼스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대학 친구들과 추억의 사진찍기도 하며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있을 미래의 나를 상상했다. 춘천행 열차를 타고 앞으로 새로 시작되는 2년간의 대학생활 동안 ‘과연 잘 이겨낼수 있을까’ ‘너무 힘들어 도중 포기하는 일은 없을까’… 이같은 걱정에 긴 한숨이 나왔다. 많은 생각을 하며 ‘그래 또다시 시작해 보는거야’라고 다짐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나 오늘 고등학교 친구들과 의정부에 있는 경민대에 다녀왔다. 그냥 친구들 가는데 구경삼아 따라갔다가 입학신청서 쓰고 왔는데 안가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니야. 가고 싶으면  가야지”라고 답했다. 정말 고마웠다. 남편은 한편으로 “힘들어서 어떻게 다니겠냐”라고 걱정했다. 나 역시 꼭 가고 싶지만 걱정부터 앞섰다. 그래도 두말없이 응원해 주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에게 힘을 줬다.

하지만 나는 교수님께 입학 취소 의사를 전했다. 이때 친구(조은선)가 교통편이 힘들면 같이 고민하자며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했다. 친구는 “이것도 기회인데 같이 다녀보고 정 힘들면 그때 그만둬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준 정말 고마운 친구다. 이 친구와는 청암중고등학교에서 만나 5년째 함께 하고 있다. 지금은 경민대 자율전공학과 총무직을 맡아 누구보다 학과를 위해 열의를 다하고 있다. 

그렇게 경민대를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입학을 취소해서 입학이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다른 방법이 있었다. 경민대 평생교육원에서 1학기 이수를 하고 2학기 때 편입학을 하면 1학기 학생들과 같이 다닐 수 있고, 졸업도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경민대 본교 수업부터 모든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김상돈 교수님께서 손수 평생교육원 입학을 도와주셨다.

그렇게 해서 교육원 수업과 본교 수업을 병행하며 나의 대학생활이 시작됐다.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듯 멋진 글씨를 배우는 캘리그라피, 책을 읽고 토론과 평가를 하는 국어 글짓기 시간, 기초부터 하나하나 정성껏 가르쳐 주시는 컴퓨터수업, 사진 찍을 때의 각도·기술·색감을 배우는 사진에 대한 지식과 사진찍기 실습을 위해 소풍처럼 떠난 남이섬의 추억, 가슴부품 설렘으로 대변되는 대학교 MT,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는 세상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직은 서로 어색했지만 서로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노래하는 동안 우리 자율전공학부 학우들은 하나가 됐다.

드디어 돌고돌아 (나의 학번 22229001)학번으로 편입학을 하면서 2학기를 시작했다. 1학기 때 못했던 생활과 마케팅 수업, 자기만의 창의적 발상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라는 교수님의 과제에 일상적 생활 소품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멋진 작품을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보능력 PPT수업을 통해서는 우리 나이에 꼭 배워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일례로 내 혼자 힘으로 학교수업별 추억 사진들과 가족, 친구들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1학년 2학기 새로운 수업과 함께, 대학축제의 한마당 먹거리 장터에 참여했다. 또 2학기 MT에서 조금 더 많이 친숙해진 학우들과 합숙하며 추억을  쌓는 시간도 가졌다. 그동안 우리들의 대학생활에 이모저모를 각자의 입장에서 한잔의 술과 함께 나눴던 시간은 ‘언제 우리가 이만큼 가까워 졌을까’란 흐믓함도 안겨주었다.

상쾌한 아침 산책 시간, 바람은 차지만 모두가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맑고 깨끗한 청정계곡의 물소리와 돌다리위 계곡물에 빛친 예쁜 단풍나무가 그림 같았다. 학우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저마다 사진찍기에 분주했다. 이순간 만큼은 어린 대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1학년 마지막 MT를 마치고, 1학년 최고의 날을 위한 제2회 자율전공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힘겹고 고단한 가운데서도 옛날 가방끈이 짧아 주눅 들어 지냈던 때를 생각해본다. 우리 나이 배움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는 메시지을 전하고 싶다. ‘늦은 나이는 없다’라는 마인드로 소박한 꿈을 꾸며 2학기 마무리를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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