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선발’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인센티브‧가산점 달려
무전공 선발 중도탈락률, 대학 평균보다 2~5배 높아
대학들, 평가 지표 중 ‘유지충원율’‧‘재학생 충원율’ 부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4년 정기총회’에서 '무전공 선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4년 정기총회’에서 '무전공 선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서 “(무전공 선발 비율) 25%든 목표를 정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건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밝힌 가운데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평균보다 높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수도권 대학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8852억 원으로 구성된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산식에 따른 지원금(포뮬러)와 성과급(인센티브)을 50%씩 구분해 대학별로 배분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사립 114개교, 국립대법인 2개교, 공립 1개교 등 일반재정지원을 받는 117개교가 대상이며, 포뮬러 방식으로 배분되는 사업비는 4410억 원이다. 그중 기본 포뮬러 사업비 4210억 원은 기준경비와 규모지수, 교육여건을 기준으로 평가해 배분된다.

(자료=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 기본계획)
(자료=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 기본계획)

특히, 이번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거점국립대‧국가중심대와 함께 대학 또는 계열‧단과대 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전체 모집인원의 25% 이상이 되는 것을 교육부가 목표로 하는 만큼 일반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압박이 심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지난 4일에는 무전공 학과 입학 후 중도탈락률이 각 대학 내 평균 중도탈락율보다 2배에서 5배까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년 서울대 무전공 학과인 인문계열의 중도 탈락률은 4.9%로 학교 평균인 1.9%보다 2.5배 가량 높았다. 연세대 융합과학공학부는 15.6%로 학교 평균인 3%보다 5배 이상 높았으며,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도 5.8%로 학교 평균 3.4%보다 1.7배 높았다. 성균관대의 경우 무전공 학과 탈락률은 14.2%, 학교 평균은 3.2%로 약 4배 높았다.

문제는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평가지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전공 선발’을 확대할 경우 50% 비율의 인센티브에서는 이득이지만 종로학원의 조사처럼 무전공 선발 학생 이탈률이 높아지면 나머지 50%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포뮬러 산식에서는 손해다. 오는 6~7월 중 예정돼 있는 성과평가에서도 핵심교육성과 지표에 유지충원율이 들어가 있는 만큼 대학들이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요소다.

(자료=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 기본계획)

기본 포뮬러 사업비 배분 기준 중 교육여건은 ‘재학생 충원율’과 ‘교육비 환원율’로 구성돼 있다. 무전공 학과 중도 탈락률이 조사 결과와 동일하다면 대학들은 당장 내년부터 재학생 충원율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성과평가에서도 핵심 교육성과 지표가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인 유지충원율인 만큼 성과평가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 사립대의 한 기획처장은 “교육부가 지금 무학과 전형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하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손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유지 충원율도 문제지만 학과 쏠림 현상, 인프라 구축, 교원 충원 등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의대 정원 순증으로 인해 특히 무전공 학과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사립대 51개 대학이 전부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도권 사립대 기획처 관계자는 “기존에는 원래 예산이 7대 3이었다고 하면 3을 인센티브로 줬는데 올해부터는 5대 5로 바뀌었다”며 “일단 처음부터 받는 예산이 줄어들었고, 인센티브 예산을 더 받으려면 가점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대학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동대나 덕성여대처럼 학교 차원에서 자율전공을 도입해도 충원율 내지 중도 탈락률이 높지 않은 대학도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케어와 교육과정 개편, 학습 구조를 유연화하면 충분히 해소 가능하다. 무전공 선발과 유지 충원율은 서로 상충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