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한국대학신문 공동 포럼…국내외 전문가와 미래형 학습체제 전환 논의
유기홍 교육위원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정호영 한교련 이사장 등 축사
올리 페카 IB 회장 “국제사회의 진정한 시민 되기 위한 핵심 역량 갖출 수 있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글로컬 융합인재 육성 위해 IB 프로그램 도입 주목”
IB 의향서 체결하며 IB 프로그램 도입 기반 마련…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앞장’
[한국대학신문 백두산·우지수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회장단을 초청해 포럼 개최에 이어 의향서를 체결하며 IB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경기도교육청이 IB를 도입하게 되면 국내 교육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는 글로컬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미래교육 IB 포럼’이 열렸다. 경기도교육청과 한국대학신문이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은 대한민국의 미래교육 방향과 전략을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담당자와 대학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IB에 대한 관심도를 가늠케 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본부 회장이 직접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앞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올해 6‧1 지방선거 당시부터 IB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백서를 도교육청 집행부에 전달했으며, 경기형 IB 프로그램 운영 기반 마련을 위한 ‘IB 담당’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이날 임 교육감은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인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점검하고 보완하며, 각자의 재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미래형 학습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현실을 진단하며 “IB 프로그램은 학생 개개인의 사고력을 키우는 토론 중심 수업과 공정하고 객관성을 갖춘 논·서술형 평가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한다.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교육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경기도교육청이 그 탐사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IB 포럼 개최를 축하하는 인사말이 이어졌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정호영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이 축사에 나섰다.
유기홍 위원장은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대전환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강조되면서 과도한 경쟁과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을 극복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시대적 위기에 교육 혁신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며 “지식의 수준보다 지혜의 총량을 측정하는 IB의 철학에서 한국 교육에 큰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글로컬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미래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해 IB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아주 시의적절하다”며 “산업화 시대에서 고착화된 교육 정책을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혁신이 절실하게 필요해지면서 많은 방안들이 강구돼왔다. 그 중 IB를 도입하는 학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이 흐름이 국가의 교육 정책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지식만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12년 동안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를 틀리지 않기 위해 암기하는 교육만 받고 있다”며 “2019년에 IB 회장과 면담하며 IB가 이러한 대한민국의 공교육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공정성에 있어 오랜 신뢰를 쌓아 온 IB의 주관식 평가를 우리 교육에 도입한다면 큰 틀을 바꾸지 않고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호영 이사장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해야 하는 양적인 평가 시스템으로는 더 나은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이들이 행복한 미래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검증된 서술형 평가방식인 IB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 발전에 새로운 방향과 미래 비전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고 밝혔다.
축사가 끝나고 초청된 두 연사의 기조발언이 시작됐다. 첫 번째 기조발언에서는 올리 페카 IB 회장이 청중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IB의 근간 정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같은 범지구적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후학들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자는 것”이라며 “당시 국제연합(UN)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제단체가 만들어지면서 각 지역의 문화 차이를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IB는 50여 년의 시간 동안 세계적인 교육 혁신에 대해 방법론부터 필요한 요소까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핀란드의 교육자로서, 지금은 IB의 회장으로서 커리어를 쌓으며 IB 정신에 대해 배운 점들을 이번 포럼에서 공유하고자 한다”고 기조발언의 포문을 열었다.
올리 페카 회장은 “지금까지의 결론은 앞으로 학생들이 국제사회의 진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둘 다 커야 한다”며 “물리학자일지라도 인문학적 소양을 놓쳐서는 안 되며 여러 분야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동심과 비판적 사고능력, 스스로 생각해 논리적 결론을 내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 때문에 IB에서는 객관식 다지선다 평가보다는 서술·주관식 평가문항을 도입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앞서 말한 목표와 필요 역량들은 궁극적으로 교육받는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와 직면할 수많은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파헤치며 해결할 수 있는 인재로 자라나도록 만든다”며 “IB가 보유한 3만여 명에 달하는 교수진과 그간 쌓아온 교육 프로그램이 이런 측면에 강점이 있음을 자부하며 한국의 교육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은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자 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교육은 청동기 시대에 석기시대 주먹도끼를 사용하고 있는 꼴”이라며 뼈 있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0년간 교육 환경과 여건 등은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암기하고 정답만을 좇는 한국 교육의 근간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하며 “이제는 우리 교육에서 무엇을 그만두고, 무엇을 유지하며, 무엇을 새로 시작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시험체계 개편과 IB 도입을 통한 공교육의 변화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시험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객관식 시험에서 오로지 정답만을 찾아내는 수능 대비 위주의 교육으로는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객관적 평가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개인 적성과 역량을 교육 과정에서 찾을 수 있게 해야한다”며 “IB의 도입으로 우리 공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극적인 효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혁신을 향한 꾸준한 노력으로 해가 떠오르는 새벽처럼 뚜벅뚜벅 걸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마지막 순서로 ‘한국 미래교육을 위한 IB의 기여 방안 및 역할’에 대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올리페카 헤이노넨 IB 회장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가, 좌장은 이혜정 교육과혁신 연구소장이 맡았다.
앞선 기조발언과 IB 동향에 대한 질문과 패널들 간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패널들은 “다가오는 시대적 과제들을 학생들이 그들의 시대에서 자율적으로 또 협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 혁신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IB 프로그램을 한국 교육체계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올리 페카 IB 회장을 비롯한 IB 관계자들은 경기도교육청을 방문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의향서에 서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통해 IB 프로그램 도입 기반을 마련하고 학생 주도적 수업과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공인 전문 강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IB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새로운 교육이 열리길 기대한다”며 “세계시민 역량을 갖춘 글로컬 융합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IB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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