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활용에 뒷받침될 인문학·인성교육 필요”
“교육혁신으로 전문대생 향한 사회 인식 개선해야”

27일 ‘2022 전문대 UCN President Summit’에서  ‘전문대 위기극복 경영사례’라는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27일 ‘2022 전문대 UCN President Summit’에서 ‘전문대 위기극복 경영사례’라는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강릉=한국대학신문 우지수·정은아 기자] 전문대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업교육에 더해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 함양, 인격적 교육 역시 동반돼야 뛰어난 전문직업인을 육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장들은 공유·협력을 골자로 전문대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열린 ‘2022 전문대 UCN President Summit’이 강릉영동대에서 마무리됐다. 대장정의 마지막 세션은 이상철 강릉영동대 총장의 ‘전문대 위기극복 경영사례 발표’로 시작됐다. 이 총장의 발표 후 행사에 참석한 총장들의 전문대 위기극복 토론이 진행됐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남성희 좌장(대구보건대 총장)이 이 총장의 발표를 정리했다. “정부에서 큰 그림을 그리셨던 경험과 전문성으로 좋은 강연을 해 주셨다. 온종일 이야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듯하다.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을 통해 찾아보자. 직원들에게 혁신에 대해 ‘껍질을 벗기고 뼈를 깎는 일’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가죽을 벗겨 무두질하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재료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혁신이다. 앞선 토론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제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국가가 이들에게 직업교육에 대한 범위, 방법을 정해야 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금처럼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 정원외까지 다 데려가는데 적정규모화 정책 등을 전개하면 옳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변화, 자유, 간호사를 예로 든 새로운 교육방법, 직업에 존재하는 장벽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등 많은 아젠다가 나왔다. 정답은 없겠지만 우리 나름의 방법론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직업교육 심화과정에 더해 인문학, 인성교육에 무게 실어야…문해력·어휘력 문제도 해결 시급” 

박홍석 인덕대 총장
박홍석 인덕대 총장

박홍석 인덕대 총장
“우리는 늘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데, 슘페터의 말처럼 창조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원의 모 과학고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대기업 취업률과 중소기업 취업률이 둘 다 높은 학교였다. 사업체와 연결해 3년간 실무교육을 진행해 같은 직업군의 학교에서도 데려간다. 몇 개 프로그램을 도입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뭘지, 미네르바의 장점을 도입할 방법이 뭘지 생각했다. AWS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심화과정 3년을 마치고 1년 과정에서는 학과 교수는 관여하지 않고 아마존의 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해 그들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진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교수들의 수긍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는 현재의 시스템을 리셋한 상태에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율전공과 같은 형태로 바뀔 때 수원의 고등학교처럼 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전적으로 맡겨서 산업이 원하는 형태로 진행만 할 수 있다면 미네르바의 장점을 현재 상태에서 가능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심화과정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형태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나간다면 전문대가 좀 더 산업 현장과 밀착한 인재를 기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사진 왼쪽)과 이상청 강릉영동대 총장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사진 왼쪽)과 이상청 강릉영동대 총장

이상철 강릉영동대 총장
“고대에는 인문학자가 모든 학문을 섭렵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금처럼 전문화를 통한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교수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 교육의 주인인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전문대니 오히려 더 쉽게 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수 위주에서 학생 위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큰 발걸음이다. 우리는 교수들의 요구에 너무 집중했다.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바꿀지는 차차 생각해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
“현재 전문대 교육과정 문제의 상당수는 일반대학의 교육체제를 따라가는 데서 나온다. 전문대가 전문적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교양을 줄이고, 전문기술을 더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한 학과에서 전문대가 가진 문제는 학과가 포괄하는 모든 지식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대는 어떤 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그 전공을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전문대는 전문직업인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학과가 표방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술인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AWS 교육프로그램의 경우 전문대 수준에서 AWS를 활용해 기술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만을 교육하고 남은 학점을 인문, 인성교육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산업체에서 학생의 인간성과 사회성을 점점 더 많이 따지고 있다. 이를 더 키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고민해봐야 한다. 전문대는 몇몇 대학만이 변해서는 큰 효과가 없다. 국민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전체가 같이 노력하고 함께 변화해 임팩트를 줘야 한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기 때문에 전문대를 찾는 학생들에게 더 집중해서 그들을 잘 데려와야 한다. 차별성을 보여준다면 전문대에 더 많은 시선을 잡아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남성희 좌장
“문해력과 어휘력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전공학점을 많이 줄일 수는 없다. 대구보건대 치위생과를 예를 들면 기존 수업 속에서 새로운 인문학적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커피학과의 라떼 아트 콘테스트, 사람을 대하는 전공에서는 그들을 상대하는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 가르친다. 이런 부분이 갈수록 필요해질 것은 사실이다. 진정한 실습과 리더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학교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규제개혁안에 대해 총장들이 다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진 왼쪽부터)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박유동 경남도립거창대 총장, 권창현 계원예대 총장
(사진 왼쪽부터)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박유동 경남도립거창대 총장, 권창현 계원예대 총장

“전문대생 향한 사회 인식, 진급의 한계…교육혁신 통해 개선 꾀해야” 
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가장 고민을 가졌던 것은 전문대 공대에 오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다. 학교에서 길러낸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지 걱정이다. 사회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능력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생은 대개 과장 진급에서 멈추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면, 학업 성취도가 부족한 학생들의 기본교육을 시스템적으로 잘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좋은 사례가 있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생각보다 성취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디지털 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강릉영동대의 상황을 들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교육했을 때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얼마 만큼의 성과를 낼지에 대해 생각하시고 있는지 여쭙고 싶다.”

이상철 강릉영동대 총장
“수능평가 7, 8등급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들을 부담자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부담자를 기여자로 만드는 것이 전문대의 역할이고,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그 학생들을 지원해서 키워야 한다. 디지털 교육은 시각적으로, 더 나아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교육받게 돼 학생들을 이끄는 데 효과가 있다. 이를 교육하면서 느낀 점은 등급 차이만큼 학생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했고 인간성을 갖춘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능력을 어떻게 개발해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평가 시스템 또한 바꿔야 한다. 실습, 실용적인 부분에서 평가해야지 지금과 같은 간평원의 평가방식은 다르게 운용돼야 한다. 여기부터 직업 생태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유동 경남도립거창대 총장
“서밋에 처음 참석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을 학교에 가서 쏟아붓는다면 보직 교수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우리 대학에 적용할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중에서도 현재 우리대학은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인력, 공간적으로 제한이 있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이를 개선할 방안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운영하던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도입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권창현 계원예대 총장
“교수충원율에 대한 논의 역시 다시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 대학의 강점 과목이 있을 것이다. 이를 공유·협업해서 전문대의 공동 성장을 꾀했으면 한다. 평가를 정하는 평균을 잘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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