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신문 본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기획 시리즈’ 좌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홍정민 휴넷 L&D연구소장, 노원석 레코스 대표,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5일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신문 본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기획 시리즈’ 좌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홍정민 휴넷 L&D연구소장, 노원석 레코스 대표,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최근 기업과 지자체뿐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디지털 배지(Digital Badg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디지털 학습 이력과 경력을 증명하는 디지털 배지를 도입하고자 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배지가 활발하게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 초기라는 점에서 활성화를 위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디지털 배지 도입에 앞서 연재기획 ‘디지털 대전환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연재기획을 통해 전문가 시각에서 디지털 배지의 글로벌 표준 정립, 학생 관점의 디지털 이력 관리 중요성을 살펴보고, 향후 흐름을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참석자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무처장)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노원석 레코스 대표 △홍정민 휴넷 L&D연구소장

△사회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주필 겸 편집인

# 디지털 배지와 오픈 배지란 무엇인가.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
이번 기획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좌담회다. 그간 많은 논의가 진행된 만큼 디지털 배지와 오픈 배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디지털 배지와 오픈 배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

노원석 레코스 대표
디지털 배지가 획득한 성과를 온라인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오픈 배지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을 통해 자신의 기술, 관심사, 성과, 역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정보를 배지 이미지 파일에 첨부하며 배지에 접근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메타데이터를 넣어준다. 오픈 배지 기술 표준을 사용한 배지를 받은 수령자라면 다양한 발급자의 여러 배지를 결합해 자신의 성과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다. 수령자는 온라인상에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든지 자신의 배지를 표시할 수 있으며 취업, 교육, 평생 학습을 위해 공유가 가능하다. 또한 오픈 배지는 각 배지마다 고유의 값이 있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고, 서면 증명서보다 다양한 정보를 포함할 수 있다.
교육, 직업, 취미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의 학습 성취도를 증명하기 위해 디지털 배지를 사용할 수 있고, 직업 분야에서는 직원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취미 분야에서는 특정 취미 활동에 대한 역량을 증명할 수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미래의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가지는 경험이다. 그러나 대학이 한 장 또는 두 장으로 그 경험을 표현한다는 게 너무 인색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평가가 마치 가르치는 내용을 지배하듯이 담는 내용이 활동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경험의 폭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된다. 수업이라는 것은 앞으로 대학 경험이란 말로 대체돼야 하는데 다양한 대학 경험을 어떻게 인증하고 유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과거에 낮은 수준에서 중간 수준으로 갈 때는 인증을 통해 퀄리티(질)를 잡을 수 있었지만 훨씬 창의롭고 다양해지는 시대에 인증이 이제는 옥죄는 것처럼 되고 있다. 현재 아날로그식의 학업 학습 경험과 성과를 인증하는 체제가 자유롭고 창의롭게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디지털과 새로운 인증과 유통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가령, 디지털 인증서를 사용하게 되면 인턴, 취업, 대학원 진학, 해외 유학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혁신과 학생 성공을 앞당기는 중요한 수단이 되리라 생각한다.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이번 기획의 타이틀 ‘디지털 대전환’처럼 디지털 배지가 대전환의 중요한 도구가 되리라 본다. 대학에 가는 이유는 졸업장과 그 과정에 받을 수 있는 성적 증명 두 장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이 증명서를 디지털화 하면 디지털 증명서인데 이는 디지털 배지와는 다르다. 디지털 증명은 종이를 전산화한 것인데 위변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 배지는 블록체인이라는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를 방지하고 서면으로 가질 수 있는 정보 이상의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교육에서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들도 담을 수 있다. 또한 학벌이나 학력 중심 사회에서 개인의 역량 중심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디지털 전환 기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저는 디지털 배지를 금융에서 보면 일종의 파생 상품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현재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표출하라고 하면 졸업 증명 또는 성적 증명 정도로 정리됐다. 실제로, 현재 디지털 배지가 가지고 있는 부분은 학습자들이 봤을 때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극히 초기다. 상당 부분 시간이 필요하지만 큰 방향은 디지털 배지가 서면 증명서를 대체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학습 경험이나 기술 참여 활동 이런 부분까지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생의 관점이다. 디지털 배지는 결국 데이터의 집적이라 할 수 있다. 학습자의 성장 과정이나 성과를 추적하고 평가하는 것들이 생애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배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배지를 획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임계점 이상으로 올라가면 대세가 될 것이라 본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학교에서 쓰는 전자결재 시스템이다. 학교에서는 이미 대부분 서류가 사라졌다. 즉,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디지털 배지 또한 궁극적으로는 대체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디지털 배지를 활용하지 못하는 그룹이 생기게 된다. 소위 말하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등이다. 고령자의 경우 디지털에서의 기회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

홍정민 휴넷 L&D연구소장
올해 에이티드에서 직장인의 스킬셋을 추적 조사해 발표한 적 있다. 발표에 따르면 12년마다 스킬 절반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근데 이렇게 되면 대학 학위 같은 경우 4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처럼 필요한 스킬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학위나 자격으로는 이 비즈니스 세계를 따라가지 못한다. 비즈니스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학습 경험을 쪼개야 한다. 그러면 이 쪼개는 걸 어떻게 인증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을 인증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디지털 배지, 오픈 배지다. 이미 미국의 경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잡 베이스나 롤 베이스로 했다면 이제는 미국 기업의 30%가 아웃소싱을 하고 그쪽에서는 채용 공고를 내지 않고 이런 스킬이 있는 사람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이 같은 성향은 추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증이 중요하다. 결국 디지털 배지로 갈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 디지털 배지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최용섭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이지만 유독 디지털 배지 확산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저항이 크다고 생각된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백만 인재 양성 전략에서 디지털 배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배지가 확산되는 속도는 기대하는 것보다 느린 편이다. 디지털 배지로의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면 우리가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홍정민 휴넷 L&D연구소장
홍정민 휴넷 L&D연구소장

홍정민
기업들이 생각보다 폐쇄적이다. 대학에서 발행한 배지를 기업이 이를 활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몇 군데 인터뷰를 해보니 전통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경우 차별을 두는 것을 원치 않는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디지털 배지를 만들면 이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 각 기업 인사담당자에 대한 홍보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의 디지털 배지 활용이 보편화되면 이는 학교와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

조훈
교육의 수요자들은 굉장히 탄력적인데 교육의 공급자들이 굉장히 비탄력적이다. 이는 기업하고도 같은 의미인데,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과 정부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결국 디지털 배지가 생애이력관리 측면에서 국정과제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빨리 확산이 안 된 이유는 결국 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안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보완돼야 한다.
우선, 디지털 배지의 국제적 통용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 문제다. 디지털 배지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양한 기관에서 발행된 디지털 배지를 쉽게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에 대한 표준화’와 ‘발행과 관리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디지털 배지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 배지의 장점과 활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디지털 배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배지 기반의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디지털 배지를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나 프로젝트, 실습 과정 등을 개발해 학생들이 디지털 배지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방안들이 실현되면 디지털 배지의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되리라 전망된다.

장상현
대학이 디지털 전환이 안 돼 있는 부분이 문제다. 대학이든 교육기관이든 이런 기관에서 인력을 공급하고 기업이 수요처가 되는데 대학이 디지털 전환이 안 돼 있다.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으로 혁신지원사업과 같은 것을 하지만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과 맥을 같이 하진 않는다. 단일 사업으로만 진행이 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대학들이 졸업장이나 성적 증명서를 오프라인으로 유지하는 이유도 배지를 관리하고 유통시키고, 기업에서 사용되고 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전혀 안 돼 있다. 혁신 사업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전체 성적 증명이나 이런 것과 연계가 안 되고 역량만 평가해서 커리큘럼을 만든다거나 진로 지도 등에 활용한다. 즉, 결과랑 연결이 안 되고 있다. 국내 모든 대학이 시스템을 갖추고 결과들을 배지로 유통시켜 기업에서 쓸 수 있는 체제가 있어야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배지는 학습 이력에 대한 데이터라는 관점으로 봐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치원, K12, 대학, 취업, 진로, 평생교육 이 부분이 다 분절돼 있다. 내 생애 주기의 설계가 중요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생애 학습 이력을 한 번에 쭉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지를 중심으로 생애 학습 이력이든 과정이든 이런 것들을 종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배상훈
세 가지 정도 생각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아날로그 시대에 익숙한 의사결정자들의 이해 부족이 큰 것 같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하니까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은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 행정문화에서는 의사결정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목적에 대한 이해다. 저는 교육학자이기 때문에 자기주도 학습을 끌어내기 위해 디지털 배지를 시작했다. 당시는 인증, 유통이 안 됐는데 교육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배지를 모으고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과정이 자기주도 학습을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교육 영역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엮어주는 코디네이터가 없는 것이 이슈라고 봤다. 발달한 시스템이 있더라도 교육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과 사람을 엮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노원석
오픈 배지가 지향하는 것은 교육 생태계에 새로운 에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학연, 지연 등을 깨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개인이 보유한 역량이나 스킬을 공개하고 공유해서 이를 활용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교육 레벨을 올리자는 의미다. 2018년에 오픈 배지 2.0 표준이 정해졌고 5년이 지난 현재 약 1억 개 정도의 오픈 배지가 발행됐다. 기존의 플랫폼 시스템들이 언젠가는 새로운 교육의 에코 시스템을 만들이 위해 연동되고 통합돼야 한다. 이런 부분이 향후 1~2년 사이에 많이 순화되고, 포용된다면 지금 허들로 작용하는 부분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표준화의 어려움

최용섭
아날로그적 사고와 인식이 아직 대학, 특히 교수님들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의 장애물인지, 다른 부분은 없는지. 디지털 배지 플랫폼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노원석 레코스 대표
노원석 레코스 대표

노원석
각자의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려고 하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미래의 오픈 배지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여러 제약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학교는 학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기관은 기관대로 플랫폼을 만들 수는 있다. 데이터 관리나 교육과정에 대한 인증은 기존 플랫폼에서도 충분히 수행이 됐던 부분이다. 다들 표준 규격에 맞게 만들어 글로벌 역량과 매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나 이게 분산돼 있는 부분이 문제다. 현재 정부 각 부처마다 각개전투 형태로 진행되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이에 반해 해외의 경우 대학이나 기업, 기관까지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량을 강화하고, 오픈 배지를 인증하는 데 있어 열린 마인드로 공개·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표준을 정하기 위해 1EDTECH에서 표준을 규정했다. 플랫폼이 많아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제 표준에 맞게끔 서로 호환될 수 있는 지향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훈
학생 관점에서 보면 학생들은 내가 어디서 학습 이력을 쌓고, 또 기업에서 기술 교육을 받고 하는 모든 학습 경험과 역량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서 발급하든 그것을 가졌을 때 하나로 모여서 개방형 플랫폼 속에서 드러나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각 플랫폼이 호환이 안 되고, 해외 학습 이력과 연계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디지털은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 확률이 높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국제 표준을 받은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이 안 들어올 이유가 없다.

장상현
다행히도 국정과제에 들어가 있는 디지털 배지 관련해 교육부에서 내년 예산이 확보가 됐다. 이제 관련 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고, 배지에 대한 보증자 역할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를 만드는 예산이 반영돼 내년에는 시작할 수 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표준이 중요하다. 대학생들이 해외에 일자리를 찾을 때 배지를 통해 내 역량을 인증시켜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인적자원을 유입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자원에 대한 인증도 배지로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제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국제 표준에 의해 배지가 발급되고 관리가 돼야 한다.

# 디지털 배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역량평가가 중요하다.

최용섭
디지털 배지와 관련해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래도 배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역량 평가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식의 역량 평가가 중요한지.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조훈
역량 평가가 대학도 있고, 자격이라고 하는 서티피케이션이 있다. 호주에서는 링크드인 러닝이 많이 들린다. 링크드인에서 배우는 것과 거기에 올릴 스킬셋을 의미한다. 링크드인 러닝을 보니 핵심이 IT와 크리에이티브, 서티피케이션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민간 자격을 관리하는 곳이 직업능력개발원이다. 국내에 민간 자격자가 매우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민간 자격 관리를 디지털 배지로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이건 엄청난 불이 붙을 것 같다. 내년에 만약 민관협의체가 같이 만들어지고, 사회적인 노력을 한다면 저변 확대에 굉장한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장상현
배지 안에 있는 역량을 누가 평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답을 못 찾았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신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 혼자서 공신력을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역량평가에 대한 신뢰도는 잘 모르겠고, 배지에 대한 신뢰도 이것을 보증할 수 있는 곳이 민관협의체가 될 수도 있고, 저희 같은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해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상훈
교육의 질 관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역량을 규정하고 측정하는 도구를 만든 역사가 꽤 된다. 디지털 배지를 질 관리 도구로 쓰고 싶었다. 질 관리는 형식적인 질 관리가 있고, 내용적인 질 관리가 있다. 문제는 배지를 부여받으려면 프로그램의 목적, 기르고자 하는 역량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보내야 배지를 지급하는데 이조차 안 된 프로그램이 많다. 내용적인 질 관리도 쉽지 않다. 얼마나 배워야 이를 배지로 보증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다. 성균관대처럼 자체적으로 질 관리 관련해서 어느 정도 관리를 해주면 신뢰도가 높아질 텐데 그러지 않은 부분이 많을 거라 본다.

노원석
배지 도입을 원하는 대학이나 단체, 기업을 만나면 우리는 이런 배지를 만들고 싶어한다. 대학은 대학마다 고유 역량을 구분해 놨다. 그에 맞게 커리큘럼을 배치한다. 대학은 이런 부분에 배징을 하고 싶어 한다. 학생 역량이나 경험의 가시화, 교육부 중등교육 직업계고 시범사업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역량 평가 부분에 대해서는 어려운 부분이 직설적인 질문으로 A대학과 B대학에서 똑같은 부분에 오픈 배지 부여에 대해 그 역량이 동일하냐는 질문을 주신 분이 계시다. 예를 들어, A대학은 교육철학이 있고, 그 교육 철학이 교육 커리큘럼 속에 녹아 이게 확보된 학생들에게 역량을 부여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다른 대학들도 많이 늘어나면서 역량 평가에 있어 주관성들이 조금 희석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양대의 경우 NCS 국가직무능력표준으로 배지를 발행했다. 이것도 좋은 방안이다. 레코스 입장에서는 배지를 많이 발행하면 이윤이 난다. 실제로 민간자격 발행 단체에서는 한 곳도 배지를 발행한 곳이 없다. 민간자격이 우리 민간사회에서 얼마나 유용성이 있는가를 반영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반향성을 가졌다. 민간사회에서 유용성, 통용성이 있어야 한다. 과연 객관적인가, 얼마나 적합하게 발행됐는가, 누군가 봤을 때 얼마나 유용성이 적용되는가, 얼마나 공정한 평가과정이 있는가. 최근 한국공학인증원과 배지를 준비하고 있는데 국제표준시험이 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

홍정민
역량평가는 배지를 떠나서도 어렵다. 결국 역량평가가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IT 기술과 같은 것은 평가가 명확하다. 그러나 창의력이라고 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업마다 바라보는 게 다르다.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소프트 스킬 쪽은 한계가 있다. 오픈 배지에서 어느 정도까지 담아야 하는가. 오픈 배지가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담아야 하지 않는가. 링크드인도 여러 기술을 넣는 데 한계가 있다.

최용섭
디지털 배지 확산을 위해서는 너무 강력한 역량평가를 요구하면 장애가 된다.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들은 질적 차이가 엄청난데 디지털 배지는 구분이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 기업에서 채용하려고 해도 숫자로 카운트를 할 것인가. 안에 내용이 있지만 구분하긴 어렵다. 채용하는 기준으로 보려면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신뢰성을 담보할 것인가. 단순히 트렌드로 넘어갈 것은 아니다.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 구글 사내 교육프로그램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성균관대 프로그램은 성균관대의 공신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배지 역량을 심사할 수 있는 기관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닌가.

홍정민
기업들이 바보가 아니다. 배지를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역량 구분을 위해 기업이 더 많은 노력을 한다. 기업은 채용이 가장 중요하다. 검증을 위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조훈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 기본적으로 역량 중심으로 디지털 배지를 발급해야 한다는 애기를 하게 되면 안 된다. 논란이 있더라도 오픈해서 다양한 디지털 배지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율성을 갖고 열어주고,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 또한 행복한 고민이다. 그때 질 관리해도 늦지 않다.

배상훈
결국 배지를 들여다보는 수요자가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자세한 정보를 줘야 한다. 마치 학생부를 보고 입학사정관이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입학사정관들의 경험이 많아지면 학생부에 거짓말을 적어도 다 안다.

# 각각의 입장에서 디지털 배지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은.

최용섭
좌담회에 참여한 기관이 제각각 다르다. 각자 몸 담은 기관에서 디지털 배지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 향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무처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무처장)

배상훈
의사결정자의 의지 같다. 의사결정자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의지, 그리고 기술력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자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혜안, 그리고 기술력이 붙어야 한다. 신뢰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어 주는 부분이 중요하다.

노원석
레코스의 경우 오픈 배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떤 대학이나 기관에서 어떻게 배지를 만들겠다고 등록을 해주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국제 표준 오픈 배지를 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오픈 배지 발행자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오픈 배지가 보여지길 원한다. 전 세계 플랫폼을 거치며 결국 자기 지갑에서 보이니 호환성도 있는 것인데 자꾸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 나오게 해주세요’를 원한다. 그러면 표준화에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의 경우 api를 드리기 때문에 학교가 자체 기술력이 있으면 구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역량이 없는 대학은 플랫폼을 만든 벤더에게 다시 요구해야 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악순환이 생긴다.

배상훈
디지털 배지와 이 포트폴리오는 쌍둥이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 담아야 하기 때문인데, 성균관대는 포트폴리오 플랫폼을 갖고 있는 것과 외부 벤더를 쓰는 것을 고민했다. 결국 외부 벤더를 활용하기로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학생이 졸업 이후에도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원석
레코스 오픈 배지 2.0은 인포트 기능이 있다. 다른 걸 끌어올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전 세계에서 가장 싸다. 한 번 지갑을 만들면 평생 간다. 3.0이 지향하는 것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평생학습자 기록도 다 자기 지갑 안에 넣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장상현
교수님 지적에 공감한다. 정부재정지원사업으로 진행되면 연계가 안 된다. 예를 들어 4개 대학이 선정되면 4개의 플랫폼이 만들어져 연계가 안 된다.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급을 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통합하거나 리유즈하라고 하면 비즈니스가 안 된다. 어느 만큼 개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말씀하신대로 대학의 전문성이 의외로 없다. 교수님들이 많이 계셔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학교의 문제와 별개의 문제다. 이 때문에 100억 원, 200억 원을 받아도 휘발성으로 쓰여지면 결과물이 축적되지 않는다. 차라리 1억 원을 줘서 직원을 전문가로 쓰면 된다. 실제 대학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매칭을 하기 위해 대학 IR 협회가 있다. 여기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학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데 노하우가 없고, 민간은 교육 내용이 없고, 트렌드를 모른다. 에듀테크 하는 기업들은 R&D 조직이 없어 이것을 매칭 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하고 있는데 진도가 굉장히 느리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은데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주로 성균관대나 충북대 등 사례를 소개하는 정도밖에 안 된다. 어느 정도는 민간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훈
전문대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컨소시엄이 2021년부터 시작했다. 획기적인 출발이었는데 3년간 유지가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 건 54개 대학이 3년간 유지를 하고 있는 건 대학의 자발적인 컨소시엄 중에선 유일하다. 메타버스 행사를 했던 대학들이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났는데 저희만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진화를 하다보니 민간 자격도 3개, 챗GPT 자격을 했더니 4년제 대학도 들어왔다.
이런 사업을 하면서 든 생각은 공유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는 도구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디지털 배지다. 현재 수요가 있는 부분은 마이크로디그리와 공유 학점이다. 내년에 4년차로 들어가면서 교양 과정은 마이크로디그리로 엮고, 외국인 유학생도 뿌리산업 양성대학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뿌리산업 양성대학이라고 9개 대학이 있는데 거기 과정 중 특수 목적 한국어가 있다. 용접 도장 한국어인데 실제로 수요가 대단히 많다. 그러나 이것을 한 대학에서 하려면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한다. 전문대학의 핵심은 개별 대학의 약진이 아니라 컨소시엄 방식으로 잘하고 있는 곳을 옆에서 더 잘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배지가 확산하기까지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우상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점차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 배지의 경우 비용이 이슈가 아니라 배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된다.

홍정민
저는 우리나라가 폐쇄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일반 학습자들은 마이크로디그리를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두 개 내지는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정부 부처더러 직접 만들라고 한다. 생태계를 중시하고 열려 있어야 한다. 실제 생태계로 가야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각 기관, 교육기관, 학교나 오픈되지 않은 마인드가 출발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기관 자체나 발행자가 풀어가면서 같이 선택을 해야 한다.

# 오픈 배지 활성화가 그릴 미래.

최용섭
오픈 배지가 활성화되면 펼쳐질 미래상이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는지.

조훈
기업이 채용을 하는 부분 활용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서 내용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같은 외부 충격은 아니지만 기업의 채용 방식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뽑는 과정이 생길 것이다. 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해외 쪽을 보면 링크드인을 통해 채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배지가 채용의 도구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홍정민
최근 미국 기업들의 경향을 보고 있다. IT 쪽에 그로트란 사이트가 있는데 AI를 기반으로 스킬을 매칭 해준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나의 스킬셋들이 게임처럼 돼 있다. 앞으로 미래 사회는 스킬을 가지고 매칭을 통해 일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 왔던 많은 게 변했지만 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직업이 변화할 것이다.

노원석
제가 꿈꾸는 것은 학습 경험의 다양성 방증이 오픈 배지가 되는 것이다. 오픈 배지에서 패스웨이나 필요 역량을 제시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개발 중으로 아마 내년 정도면 이 기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장상현
우리나라가 사실 서열화된 대학의 졸업장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문화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교육부가 맞춤학습이라 해서 한 명 한명을 잘 키워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스킬, 역량, 끼를 발현시키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역량 단위의 평가, 성과 관리가 중요하다. 오픈 배지를 발급하면 특정 역량을 이수한 사람 수를 카운팅 할 수 있다. 양성도 하고 관리도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선진 정책을 만들려고 하면 꼭 증거 기반으로 가야 한다. 교육적 측면의 경우 창의성은 융합에서 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은 단과대학 학과 중심으로 운영해 융합이 잘 안 된다. 그러나 역량 단위로 평가되고 관리되면 융합이 아주 쉽게 된다. 추후에는 교육과정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고, 다양한 학습경험을 학교 안, 밖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배상훈
오픈 배지가 도입되면 많은 학습을 추동하는 좋은 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이 배지라는 것이 학습을 머쉬루밍(mushrooming)할 것이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창의적 학습 국가로 나아가는 도로를 깔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부한 것을 인증하고 유통하고 싶어 하니까, 거기에 이제 디지털 시대와 평생학습 시대가 오니 자기 위력을 키우면서 인증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는 창의적 학습 국가와 디지털 강국이 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