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안경 산업의 70% 이상이 대구 북구 집약
안경산업특구 지정 등 안경 산업의 메카 역할
대구보건·대구과학·영진전문대, 차세대 인재 양성
대구 북구청,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등도 협력
재학생·신중년 직업교육…지역 정주 여건 개선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 소멸이 화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감소로 지방대·전문대의 위기도 심각 단계다. 앞으로 3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방소멸 위험, 지방대·전문대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본지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우수 지역대학 사례를 통해 지자체·지방대가 주목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안경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대구에서 관련 분야의 차세대 산업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경산업특구로 지정된 대구 북구에 위치한 대구보건대학교·대구과학대학교·영진전문대학교 등 3개교가 지역에 정주할 청년·신중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해당 지자체인 대구 북구청이 이를 지원하고, 여기에 산업계에서도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이 함께한다.

지역에선 벌써부터 “대구 전문대 3개교가 안경 산업의 부흥과 혁신 거점으로 육성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경 산업의 고도화와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지자체·산업체·대학이 연합했다는 점에서 향후 교육계에 좋은 선도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 안경산업 메카 ‘대구 북구’, 국내 점유율 70%로 압도 = 대구는 국내 안경 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안경산업은 전국 안경산업 사업체 841개 중 70.7%(595개)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61.2%(443개)는 대구 북구에 소재하고 있다. 전국 안경 회사 10곳 중 7곳이 대구에 있으며, 이러한 지역 산업의 상당 부분을 대구 북구가 주도하는 셈이다.

대구의 안경 산업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의 안경공장으로 알려진 ‘국제셀룰로이드 공업사’가 지난 1946년 대구 북구에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대구 안경 산업은 이후 1960년대 홍콩 등 대외 수출로 성장하며 없어선 안 될 지역의 핵심 산업으로 발전했다.

대구 북구는 지난 2006년 안경산업특구로 지정됐다. 대구 북구 내 노원동·침산동에 안경 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특화지원센터가 설치됐고, 비슷한 시기에 이와 관련한 운영 전반을 지원할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도 생겼다. 대구 북구는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일자리선도특구에도 선정됐다.

■ 80년 역사 안경산업 재도약 과제는…‘차세대 전문 인력’ 양성해야 = 지난 80년간 대구 안경 산업은 지역의 성장을 이끌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당수 산업체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장준영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대구 안경 산업체의 대부분이 종사자 10명 미만의 영세업체라는 점, 업종이 제조업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흔히 안경 인력이라 하면 안경사만 떠올리지만 안경광학뿐만 아니라 안경테 제조, 마케팅 인력 양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도 안경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면 지역 안경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 50인 이상의 중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안경 관련 다양한 분야의 신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에도 중앙·지방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사진=대구보건대)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사진=대구보건대)

■ 대구보건대 등 3개교, 지자체·산업체와 연합해 인재 양성 = 산업계·학계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움직임이 최근 대구 북구 지역사회에서 시작됐다. 대구 북구와 지역 내 대학인 대구보건대학교·대구과학대학교·영진전문대학교를 비롯해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이 뭉친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안경 산업 분야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이는 대구보건대가 올해 시작된 교육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의 컨소시엄 주관대학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가능한 일이 됐다. 대구보건대는 사업 주관대학으로서 대구 북구의 특화 분야인 안경 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해 북구에 정주할 수 있는 청년·신중년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협력대학인 대구과학대·영진전문대도 지역 안경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목표 아래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은 전문대가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의 중장기 발전목표에 부합한 지역 내 특화 분야를 선정하고 교육 체계를 연계·개편하는 것을 지원한다. 대학이 지역에 기반한 고등직업교육 거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교육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구보건대는 올해 사업 1차년도 사업비 15억 원을 확보했으며 최대 3년간 45억 원을 받게 된다. 사업비는 △차세대 지역 안경산업을 주도할 인공지능(AI) 융합 안경전문 인력 양성 △신(新) 교육과정 개발, 교육 생태계 구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 안경 산업 활성화 등에 쓰일 예정이다.

김지인 대구보건대 부총장은 “대구 북구를 대표하는 안경 산업에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역 청년·신중년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 생태계를 변화하는 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업으로 대구 북구·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을 포함해 대구보건대·대구과학대·영진전문대가 협력해 일자리 창출과 맞춤형 인력 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경 광학’ ‘안경 마케팅’ ‘안경테 디자인’ 전문인력 양성 = 대구보건대·대구과학대·영진전문대 등 컨소시엄 3개교는 앞으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졸업생들이 대구 북구의 차세대 안경 산업을 주도할 AI 융합 안경 전문 인력으로 양성될 수 있도록 협력하게 된다.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되며, 강의실·실습실과 강의 인력도 공유할 방침이다. 대구 북구는 일자리 창출 등 졸업생의 취업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하며 이를 지원한다.

대학별로 특화 교육과정도 세분화해 운영된다. 대구과학대는 ‘안경 마케팅’ 분야를, 대구보건대는 ‘안경 광학’ 분야를, 영진전문대는 ‘안경테 디자인·설계’ 분야를 특화해 운영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원하는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해당 강의를 운영하는 대학에서 더욱 전문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학생이 ‘안경 마케팅 교육과정’을 수강하길 희망한다면 대구과학대에서 전문인력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또 ‘안경테 금형제작 교육과정’을 듣길 원한다면 영진전문대에서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신입생 70명 중 20명만이 공동 교육과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학년 1학기엔 70명 모두 안경광학에 대한 공통 과정을 이수하게 되지만, 1학년 2학기가 되면 희망 학생 20명만 ‘안경 디자인&마케팅 전공’을 이수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며, 나머지 50명의 학생들은 기존의 안경광학 전공을 듣게 되는 식이다. 물론 2~3학년 기간 동안 대학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공 이동도 가능하다.

김지인 대구보건대 부총장은 “해당 교육과정의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고교(직업계고) 단계부터 대학 교육과정, 취업·진학까지 연계하는 교육과정 로드맵을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입학이 곧 안경 관련 업체 취업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듣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학사 제도도 혁신한다. 학생 친화적인 학사 제도에 방점이 찍혔다. 매 학년을 2학기 이상씩 운영하는 ‘다학기제’를 신설하는 것을 비롯해 수업기간을 15주보다 짧게 운영하는 ‘집중이수제’, 다른 학교·산업체에서 학습·근무한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학습경험인정제’를 운영한다. 이와 함께 전공·학년·학위과정별로 학기를 다르게 운영하는 ‘유연학기제’도 개선할 계획이다.

컨소시엄 3개교 간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 ‘교차 수강·강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신설하는 동시에 대학 간 비교과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기 위한 교수·학생 교류도 시작할 방침이다. 또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의 기술 지원을 받아 대학 간 개방형 온라인 강좌도 공동 운영하게 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취업과 관련된 프로그램부터 창업·학습·상담 관련 프로그램, 신입생 지원 프로그램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학생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을 가능케 하는 ‘아이웨어 창업동아리’,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과 지도교수 간 1대1 진로 설계 상담을 지원하는 ‘사제지간 멘토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마인드 캠프’ 등 오로지 특화과정 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화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제도도 운영한다. AI융합안경디케팅을 전공하는 재학생 중 직전 학기 성적 4.0 이상의 학생에겐 ‘Hi-FiVE 장학금(AI융합안경디케팅 전공 교육과정 성적 우수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안경광학과 재학생 가운데 비교과 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이수한 학생을 지원하는 ‘Hi-FiVE 마일리지 장학금’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 신중년을 위한 평생직업교육에도 충실 = 대구보건대는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재학생뿐 아니라 지역 내 신중년 인구에 대한 직업교육을 진행하며 이들을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지역대학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중 특화 분야인 ‘안경 산업’과 관련한 프로그램으로는 △‘퍼스널 컬러 교육과정’ ‘2D 안경테 설계 교육과정’ 등 안경 디자인 전문 인력 양성 과정 △‘글로벌 안경마케터 양성 교육과정’ ‘메타버스와 e비즈니스 교육과정’ 등 안경 마케팅 전문 인력 양성 과정 △‘스포츠비전 트레이닝 교육과정’ ‘양안시 비전케어 전문인력양성 교육과정’ 등 안경 산업 전문 인력 양성 과정 △‘안경테 금형 제작 역량강화 프로그램’ ‘안경테 품질검사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스마트 융합 안경 마스터 양성 과정 등이 운영된다.

또한 안경 산업이 아닌 일반 분야에 종사할 이들을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대표적으로 아동·노인 돌봄 지도사 자격 취득을 위한 ‘영유아·아동 케어 프로그램’, 두피·모발 전문 관리사 양성과정 등으로 구성된 ‘여성·중장년 케어 프로그램’, 치매 예방 관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실버 케어 프로그램’ 등 생애주기별 라이프 케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밖에 ‘헬스케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4차 산업 스마트융합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 교육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사진=대구보건대)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사진=대구보건대)

■ 국내 ‘최대 취업처’ 확보,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는 지난 198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학과다. 우리나라 안경 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될 정도의 오랜 역사를 가진다.

서울에서 제주, 영남·호남에 이르기까지 전국 1000명 이상의 졸업 동문들이 창업해 안경 업계에 뿌리를 내렸다. 자연스럽게 국내 최대 취업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는 전국 안경 관련 산업과 안경원, 안과병원 등 무려 4000명의 안경사를 동문으로 두고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 안경 전문 기업(Continental Sales Corporation : CSC)에 취업한 졸업생만 6명에 이르고, 이밖에 칼자이스비전코리아, 존슨앤드존슨코리아, 에실로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으로도 다수의 졸업생이 진출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을 통해 후학 양성의 꿈을 이룬 졸업생도 다수다. 대구보건대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대학과 강원·호남·영남 유명 대학에서 현재 안경광학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졸업생은 20여 명에 달한다. 겸임·초빙교수를 합치면 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는 교수 배출의 산실로도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같은 명성 덕분에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는 해마다 높은 입시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학 졸업자 이상의 고학력자가 다시 지원하는 학력 U턴 학과로도 유명하다. 높은 경쟁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에 걸맞은 강의실·실습실 등 환경도 뛰어나다. 지역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대학 내 모의 안경원에서 다양한 현장실습이 가능하도록 자동옥습기·자동안굴절력측정기 등 20가지가 넘는 최신 기자재를 갖춘 것도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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