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대, 인재 양성으로 조선업 인력 문제 해결
최대 3년간 55억 확보, 지역 특화 학과 신설·개편
거제시, 조선 산업 부흥 위해 전방위 지원 나서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 조선업 호황 기대

거제대학교 전경 (사진=거제대)
거제대학교 전경 (사진=거제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수도권·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이 국가·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모집난으로 지방대·전문대 위기가 심각 단계다. 앞으로 3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방소멸, 지방대·전문대 고사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교육계 화두는 ‘지역 주도 대학 혁신’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대학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도 ‘지학(地學)·관학(官學) 협력’을 골자로 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본지는 교육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 등 지자체·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우수 대학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를 비롯한 교육계가 주목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조선산업의 메카인 경남 거제시에서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거제시 유일 대학으로 조선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주도하고 있는 거제대학교는 청장년층이 지역에 정주할 여건을 향상시키고 지역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자체인 거제시에서도 지역 산업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사진=거제대
사진=거제대

■ ‘조선산업 메카’ 거제시 = 우리나라의 대표적 조선산업 도시인 경남 거제시는 이른바 K-조선 빅3 기업 중 2곳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한화오션 옥포조선소’가 자리하고 있다. 양대 조선소는 지난 40년간 K-조선 산업을 주도하며 국가와 지역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조선산업은 재도약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고금리 기조와 글로벌 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건조량을 웃도는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오히려 수주잔량을 더욱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최근 수요가 집중되는 고부가 선종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업황 침체기에도 일감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업 재도약 위해 ‘인력수급’ 문제 해결 절실 = 지난 40여 년간 K-조선산업은 지역 성장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조선업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전문 인력 상당수가 조선소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은 조선업 재도약을 가로막는 문제로 꼽히며, 지역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까지 번지는 실정이다.

거제시도 조선산업 재도약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최근 이 같은 노력의 결실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 기반 구축’ 분야와 ‘선박소부재 생산 지능화 혁신 기술개발’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사업비 총 622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 사업은 스마트조선 생태계 조성, 조선업 생산혁신 중점 지원, 소부재 생산 자동화 시스템 개발 등을 추진해 조선소 생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거제에 조선업 관련 호재가 날아들고 있다”며 “조선업 재도약을 염원하는 시민과 기업,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지역경제 회복 고삐를 늦출 수 없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거제의 미래를 위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뛰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거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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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대, 지자체·산업체와 공동으로 인재 양성 = 거제대도 지자체인 거제시의 이 같은 노력에 발맞춰 조선산업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탠다.

이는 거제대가 지난해 시작된 교육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에서 컨소시엄 주관대학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가능한 일이 됐다. 거제대는 사업 주관대학으로서 경남 거제시의 지역특화 분야인 조선업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청장년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하이브(HiVE) 사업은 전문대가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중장기 발전 목표에 부합한 지역 내 특화 분야를 선정하고 교육 체계를 연계·개편하는 것을 지원한다. 대학이 지역에 기반한 고등직업교육 거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교육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거제대는 지난해 사업비 15억 원을 지원받았다. 향후 최대 3년간 55억 원을 받게 된다. 사업비는 △지역산업·수요 특화 분야 인재 양성 △지역특화 분야 직업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통한 지역현안 해결 등에 쓰인다.

거제대는 하이브 사업으로 특화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3개의 지역 특화 학과를 신설·개편했다. ‘평생직업산업학과’에 산업안전과 에너지 설비 관리 등 야간과정을 신설해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올해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유아교육과 야간과정으로 유초등 돌봄 분야 전문가를 양성한다. 이와 함께 기존 조리제빵과를 개편해 지역주민의 자립과 창업 분야 인재를 양성한다. 특히 조리제빵과에는 특수교육 대상자 트랙을 구분해 고등직업교육 기회 제공을 통한 지역 내 자립과 창업을 지원한다.

허정석 거제대 총장은 “거제시의 핵심 산업인 조선업이 재도약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지역 청장년층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자 직업교육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과 대학이 동반 협력·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거제시와 지역 대표 산업체가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해 지역맞춤형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 ‘평생직업교육’ 시민 수요 부응 = 거제대는 하이브 사업을 추진하고자 시민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평생·직업교육 과정 4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2학년도에는 지역특화 분야 직업교육 과정으로 △산업안전 산업기사 자격 과정 등 7개 조선산업 안전 분야 전문가 양성 과정 △아동심리 상담사 자격 과정 등 5개의 유초등 돌봄 전문가 양성 과정 △정리수납관리자 2급 자격 과정 등 7개 직업교육 과정 등을 통해 재직자, 취업예정자에 대한 직업능력을 향상시켰다.

일반 분야 직업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용접기능장 심화 과정, 한옥소목수 과정 등 7개 취업 지원 프로그램 △제과기능사 자격 과정, 치매 예방 관리사 자격 과정 등 11개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ISO 국제 선임 심사원 과정, ABS선급 TIG 6G 용접 과정 등 4개 직무역량 향상 프로그램 △BLS Provider 자격 과정, 노인 심리 상담사 자격 과정 등 3개 직무역량 향상 프로그램 등이 있다.

거제대의 2022학년도 평생직업 교육과정에는 약 500명의 시민이 참여해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특히 자격취득 교육 과정을 통해 200여 명이 자격을 취득해 직무역량을 향상하기도 했다.

거제대 하이브 센터에서는 지자체 홈페이지와 산업체 게시판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교육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 대상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편리성 등도 높이고 있다. 또한 교육 과정마다 만족도 조사, 강사진 회의 등을 통해 교육 과정을 개선하고 있다.

■ 지자체와 함께 지역 현안 공동 대응 = 거제대는 하이브 사업단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함께 지역 현안도 해결한다. 한화오션 기술교육원을 위탁 운영해 조선산업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산업체에 필요한 직무역량을 갖춰 산업수요에 부응하고자 현장 맞춤형 교육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지난해에도 25개 과정에서 180여 명의 교육생이 교육 이후 산업체에 투입됐다.

실버케어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세대의 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해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삶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특히 지역 내 노인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들과 협력하며 우수 여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거제대 간호학과와 연계한 어르신 건강관리 교육이 대표적이다. 전문성을 갖춘 간호학과 교수진을 활용해 노인성 질환과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참여 노인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밖에 청년 창업가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역 내에서 창업한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사업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는 등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문가 코칭을 제공한다.

[인터뷰] 허정석 거제대 총장 “새 주인 맞은 지 1년 만에 재도약 발판 마련 성공”

허정석 거제대 총장
허정석 거제대 총장

거제대학교는 새 주인을 맞은 지 1년 만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교내 안팎에서 ‘제2 개교’에 버금가는 변화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서부 경남 중추 대학’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2023학년 거제대 입학률은 전년도 76.2%에서 96.2%(정원 외 포함 시 100% 이상)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경남과 부산, 울산지역 대학을 통틀어 4번째로 높은 수치이자, 전국에서도 최상위급 실적에 해당합니다.

거제대는 ‘뉴 스타트(New Start), 젊고 활기찬 거제대’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습니다. 우선 노후화한 시설의 현대화와 함께 시대 변화와 지역산업 수요를 반영한 학과 개편에 집중했습니다. 공학계열 교육 과정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직업교육 메카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용 교육으로 직업교육의 세계적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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