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교 70주년 포항대, 포항시 발전과 함께한 역사
포항, 작은 어업항구에서 기간산업 ‘제철’ 공업도시로
수산계열에서 ‘금속·제철’ 중심 개편, 지역 발전 뒷받침
포항시 미래 먹거리 ‘이차전지’ 선정 대규모 투자 유치
포항대 ‘신소재배터리과’, 이번에도 지역 발전 이끌까

포항대 평보관(대학본관) 전경 (사진=포항대)
포항대 평보관(대학본관) 전경 (사진=포항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 소멸이 화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감소로 지방대·전문대의 위기도 심각 단계다. 앞으로 3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방소멸 위험, 지방대·전문대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본지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우수 지역대학 사례를 통해 지자체·지방대가 주목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철강 도시’ 포항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분야로 이차전지(배터리)를 꼽으며 ‘K-배터리’ 시대를 선언했다. ‘글로벌 배터리 허브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또 한 번의 지역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하는 ‘배터리 규제 자유 특구’에도 선정된 바 있는 포항시는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반세기 철강 산업과 포항시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대학들의 숨은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작은 어업 항구 도시였던 포항시에 필요한 수산계열 인재를 양성했던 포항대학교는 도시가 공업도시로 변모하며 제철 인력 수요가 급증하자 지역이 필요로 하는 공업 인재 양성 기관으로 빠르게 탈바꿈했다. 포항대가 현장 맞춤형 기술교육이 중심인 전문대학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포항대는 ‘포항시와 함께한 포항대학교 70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포항시가 이차전지 분야를 미래 지역 먹거리로 설정한 만큼 해당 분야 투자가 확대될 것은 확실하다. 포항대 역시 대학 내에 이미 ‘신소재배터리과’를 신설하며 기업 협약형 주문식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포항대는 교육부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지정된 데 이어 전문대 최대 정부 재정지원사업인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되며 3년간 국비 112억 500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개교 70년 역사를 딛고 지역사회와 함께할 100년을 향해 항해할 튼튼한 돛을 얻은 셈이다. 포항대가 이번에도 포항시와 함께 ‘영일만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지 교육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韓 경제발전 중추 ‘철강업’…그 중심엔 ‘포항제철소’ =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적을 논할 때 ‘포항’을 빼놓고선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철강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으로, 경북 포항에 ‘포항제철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6.25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건질 것이라곤 오직 고철뿐이었던 우리나라는 포항제철소 설립 전까지 고철을 녹여 철강 제품을 만드는 기술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전쟁 후 수거한 고철을 녹여 생산한 철근·철선, 볼트·너트 등이 복구 사업에 사용됐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종합제철소’가 절실했다. 당시 경제 사정을 비춰볼 때 종합제철소 건설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1965년 제철소 건립이 본격 추진된 데 이어 경북 포항이 입지로 결정됐고 1968년 포항제철소가 설립됐다.

포항제철소가 첫 생산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73년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을 토하면서부터다. 포항제철소는 가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매출액 1억 달러를 기록했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철강 생산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적은 철강 산업으로부터 시작됐고, 그 중심에 포항제철소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 작은 항구도시에서 공업도시로…지역 발전 ‘숨은 조력자’ 포항대 = 포항제철소가 설립되기 전까지 포항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작은 어업 항구 도시에 지나지 않았던 포항은 포항제철소 설립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급성장했다. 제철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인력 수요도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포항제철소 건설 붐을 타고 어업 항구 도시 포항이 국가 기간산업인 ‘제철산업 메카’로서 웅지를 틀게 된 것이다.

포항대는 지난 1952년 개교 이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교육으로 국토 재건에 힘을 쏟아왔다. 폐허를 복구하고 지역을 일으킬 인력을 양성하고자 노력해온 포항대는 새로운 공업도시로 변화하는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대학 근간이 된 수산계열 학과뿐 아니라 대학에 ‘전기과·제철과·토목과’ 등 학과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항제철소가 지난 1973년 갯벌 위에 용광로를 건설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자, 포항대는 제철 인력 수요에 맞는 ‘금속학과’를 신설했다. 1975년에는 ‘제철과’를 만들었고 비슷한 시기에 교량·터널·공항·항만 등을 설계·시공하는 데 필요한 제반 학문을 가르치고자 ‘토목도시과’도 개설했다.

포항대에 따르면 1976년까지 포항대 공업계열은 학과마다 야간부가 설치돼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학업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해놓기 위해서다. 지역 공업을 선진화하는 데에 있어 어느 대학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선도적 역할을 포항대가 해왔던 것이다.

당시 개설된 포항대 학과 취업률은 99%를 상회했다. 공무원, 건설업체, 엔지니어링 업체 등에 전문기술 인력으로 배출한 인원만 4000여 명에 이른다. 지역을 넘어 국가 산업·경제를 발전시킨, 보이지 않는 숨은 공로자로서 포항대 졸업생들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포항대는 개교 후 지난 70년간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며 지역과 함께했다. 전문대학으로서 할 수 있는 공업계열, 간호·보건계열, 인문·사회계열 등 광범위한 학과를 열어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발전해왔다. 이 같은 노력이 모여 지역의 전문기술 직업인을 양성하는 메카로서 포항대는 우뚝 설 수 있었다.

■ 미래 먹거리 ‘이차전지’…포항대 “제2의 ‘영일만 기적’ 이룬다” = 지난 70년간 지역사회와 함께해온 포항대가 지역 신산업 분야에서 앞으로 100년을 준비한다. 포항시가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철강 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 분야로 ‘이차전지(배터리)’ 육성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포항대는 이 같은 지역사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해당 분야 첨단학과를 신설하는 등 고등교육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포항시는 이른바 ‘미래 산업의 쌀’로 주목받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자 ‘K-배터리 특구’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포항시는 이미 지난 2019년 7월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포항시는 이미 배터리 특구로서의 면모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다. 50만㎡ 규모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국내 업계 1위 업체인 ‘에코프로’가 자리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오는 2025년까지 총 3조 2000억 원을 투입해 배터리 생산·공급에 필요한 전 과정을 구축하는 ‘포항캠퍼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포항시는 특구 지정을 계기로 국내 배터리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투자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생산공장 건립 △에코프로BM 등 에코프로 6개 자회사의 양극재 생산공장 건립 △GS건설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건립 등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거점들이 마련되고 있다.

포항시는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협력에 힘입어 이차전지 분야 인프라를 구축해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 메카가 되겠다는 각오다.

포항시 관계자는 “글로벌 이차전지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포항시가 기여하고자 한다”며 “포항대 등 지역대학부터 마이스터고(제철공고·흥해공고)까지 이어지는 이차전지 맞춤형 인력양성 체계도 마련하겠다. 이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면 K-배터리 글로벌 특구로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항대는 ‘신소재배터리과’를 신설해 포항시가 계획하는 새로운 먹거리 분야에 필요한 기술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와 산학협력으로 주문식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역 배터리 산업 생태계에 최적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포항대 전경 (사진=포항대)
포항대 전경 (사진=포항대)

■ 대기업 취업에 강점 포항대 “취업의 격이 다르다” = 포항대는 취업의 격이 다른 대학이다. 이는 포항대가 개교 이래 지금까지 포항의 지역 핵심 대학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던 덕분이다. 그간 포항대가 이 같은 노력을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온 덕분에 현재의 ‘지역 중심 취업 선도 대학’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포항대는 포항에선 유일하게 ‘경북형 일자리 센터’를 운영하는 대학으로,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 원스톱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항지역 청년들에게 예비 창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청년창업 랩(LAB)’도 제공한다. 또한 배터리 소재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인 에코프로와 약정해 ‘에코프로 트랙’ 운영도 추진된다.

포항대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코로나19 확산 영향, 산업체 경기 침체 등 청년 취업 시장의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취업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항대는 최근 4년간 대기업에 392명이나 취업자를 배출했다. 포스코 그룹에 131명, 현대 그룹 114명, SK 그룹 47명, LG 그룹 17명, 삼성 그룹 12명, 한화 그룹 13명 등이다. 중견·외국계 기업에도 106명의 취업자를 냈고, 지역 우수기업에 253명, 부사관·소방공무원 88명, 공공기관·공기업 52명 등이 취업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취업의 격이 다른 대학임을 증명한 셈이다.

포항대, 에코프로BM과 ‘차세대 배터리’ 신산업 인재 양성 본격 추진

포항대와 에코프로BM 간 산학협력 협약 체결식 (사진=포항대)
포항대와 에코프로BM 간 산학협력 협약 체결식 (사진=포항대)

포항대가 올해 ‘차세대 배터리’ 신산업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해당 분야 기업들과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 에코프로BM 등 굵직한 산학협력 성과도 이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포항대는 올해 신설한 ‘신소재배터리과’를 중심으로 에코프로BM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교육·협력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것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포항시는 차세대 배터리 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받으며 이차전지(배터리) 산업 발전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배터리 리사이클 산업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배터리 실무능력을 강화한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한 만큼 이번 에코프로BM 협업과 같은 산학협력 사례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게 포항대 측 설명이다.

포항대는 이미 에코프로GEM과도 협약을 통해 일반 공학계열 학생 대상 에코프로반을 개설한 바 있다. 이차전지 관련 특별 주문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대 관계자는 “올해 신설한 신소재배터리과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핵심 신성장 분야인 이차전지 산업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배출할 것”이라며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특화한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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