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정책 장기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대학 재정난 가중, 미래전망 ‘불투명’
‘대학 재정난 가중 → 대학교육 여건 악화 → 국가 경쟁력 하락’의 악순환 되풀이
비수도권 대학 위기 집중에 국가균형발전 적신호, OECD 수준 재정 지원 확대 절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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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이다. 주요 선진국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대학은 국가의 지원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을 통해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이 요구된다.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불변의 명제다. 본지는 ‘국가에 고등교육 책임을 묻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을 위한 과제와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학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 학령인구 감소가 결정타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53.5%(사립대 기준)로 높다. 따라서 등록금 수입 감소는 대학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자연스레 대학의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등록금 인상은 요원하고, 학령인구 감소는 급속화되고 있다.

■ 반값등록금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 ‘이중고’ 대학가 강타 = “‘반값등록금’이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당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에 참여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대학등록금 동결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등록금 동결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1년에 반값등록금 정책이 발표되고 2012년부터 시행되면서부터 점차 대학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시기에 학령인구 감소도 같이 시작됐다는 점이다.”(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

일명 반값등록금 정책이 2012년부터 시행됐다. 이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가 목적이다. 물론 대학 등록금을 반값화한 것이 아니다.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 연계, 대학재정지원사업 불이익을 명목으로 대학의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유도했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된 지 11년. 그렇다면 대학의 현주소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적색불’이 켜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2011년 대비 2023년 평균 실질등록금이 감소했다. 즉 대교협이 2023년 소비자물가인상율을 반영, 대학의 평균 실질등록금을 분석한 결과 국·공립대는 380만 8000원, 사립대는 685만 9000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대비 각각 20.8%, 19.8% 감소됐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10년 이상 지속됐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과연 해외에서도 대학 등록금 감소는 대세일까. 정답은 ‘NO’. 대교협이 OECD 주요국의 대학 등록금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의 대학 등록금이 2010년·2011년 대비 2019년·2020년에 인상됐다. 실제 사립대 기준으로 미국은 1만 7163달러에서 3만 1875달러로, 영국은 4980달러에서 1만 2255달러로, 일본은 8039달러에서 8741달러로, 이탈리아는 4406달러에서 7237달러로 각각 2010년·2011년 대비 2019년·2020년 대학 등록금이 인상됐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현재 일반 유치원 수준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서울 주요 대학이라고 재정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속도도 빠르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신입생 충원과 재정에 직격탄이다. 대교협의 ‘학생 미충원에 따른 사립대 재정 손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사립대의 정원내 입학자 수는 23만 2159명으로 2012년(26만 4729명) 대비 3만 2570명 감소했다. 특히 대교협이 사립대의 신입생 미충원 증가에 따른 학생 직접 수입·지출 감소 금액을 추정·분석한 결과 2025년 1684억 5000만 원(53개교)의 예상 운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학교육 여건 악화, 국가 경쟁력 추락 = 대학의 재정난은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학의 재정난은 대학의 교육여건 악화를 초래,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하 IMD)의 ‘2022년 IMD 국가 경쟁력 연감’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3개국 가운데 27위를 차지했다. 2021년 23위보다 4계단 하락한 수치다. 대학 교육 경쟁력 분야에서 저조한 성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 경쟁력 분야에서 46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재정난이 대학교육 여건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사립대의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연구비는 2012년 5336억 원에서 2021년 4212억 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2년 2075억 원에서 2021년 1501억 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2년 1480억 원에서 2021년 1117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은 교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2012년부터 반값등록금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대학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대학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송 명예교수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 등록금과 교비장학금 수준을 2012년 수준으로 고착화시킴으로써 대학 재정의 위기를 초래하고 나아가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재정난은 국가균형발전에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비수도권 대학에 위기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대교협에 따르면 2022년 사립대의 정원내 입학자 수는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12년 대비 1894명 증가했다. 하지만 비수도권 대학은 3만 4464명 감소했다. 사립대의 신입생 미충원 증가에 따른 2025년 예상운영손실(1684억 5000만 원)에서 비수도권 대학이 94.4%의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반값등록금 정책 장기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이 심화되면, 비수도권 대학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비수도권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붕괴되고 결과적으로 국가균형발전에도 균열이 불가피하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는 대학 재정 지원을 외면할 수 없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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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재정 지원 법적 제도화 시급, 국·사립대 차별화 필요 = ‘2022년 IMD 국가 경쟁력 연감’ 대학교육 경쟁력 분야에서 OECD 주요국의 순위를 살펴보면 독일이 6위, 캐나다가 12위, 미국이 16위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공공재원(국가 재정지원) 투입이 많을수록 대학교육 경쟁력 순위가 높다는 게 주목된다. 우리나라(46위)는 공공재원 투입이 27위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10위), 캐나다(14위), 독일(15위) 등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자연스레 대학교육 경쟁력 분야 순위도 높았다.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공재원 규모도 약 570만 원(4318달러)으로 OECD 주요국(미국·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가운데 가장 낮았다. 1위 독일(약 2100만 원, 1만 918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실질 고등교육재정 규모는 약 15조 849억 원(GDP 대비 0.69%)로 OECD 평균(GDP 대비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가의 대학 재정 지원 규모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사립대진흥법 등 대학 재정 지원을 위한 법적 장치가 요구된다. 이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2025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고등교육예산 확보가 이뤄지기 위해 사립대진흥법 등 제도적·법률적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고등교육재정 규모는 OECD 평균 수준도 못 미치고 대학 교육경쟁력도 하위권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세계 10위권 수준인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제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학을 지원해야만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고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되 국립대와 사립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A 대학 기획처장은 “고등교육개혁과 재정 위기를 풀기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은 구분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립대의 경우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자체-대학 혁신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립대의 경우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에서 공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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