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과 학령인구감소로 대학 ‘이중고’…재정 지원 확대,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강화 시급
실용교육과 취업능력 강조로 대학의 기초학문, 교양교육 소외…기초학문, 교양교육 보호 필요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혁신으로 성과 창출…대학 위기 해소, 대학 본질·정체성 확립 정책도 주문

지난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지난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이다. 주요 선진국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대학은 국가의 지원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을 통해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이 요구된다.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불변의 명제다. 본지는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을 묻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을 위한 과제와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재정난과 취업난, 학령인구감소, 실용주의와 산업화 기조의 고등교육정책으로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고 대학의 본질·정체성이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위기와 대학의 본질·정체성 약화를 방치하면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학의 위기 극복과 대학의 본질과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국가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 반값등록금정책 시행 이후 대학 재정난 ‘가중’…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필요 = 반값등록금정책은 대학 재정난의 핵심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반값등록금정책으로 대학의 재정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2011년에 반값등록금정책이 발표되고 2012년부터 시행되면서 점차 대학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재정난이 대학교육 여건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송기창 명예교수에 따르면 사립대의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연구비는 2012년 5336억 원에서 2021년 4212억 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2년 2075억 원에서 2021년 1501억 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2년 1480억 원에서 2021년 1117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은 교육의 질과 직접 연관된다.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이 감소되면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이뿐만 아니다. 대학교육 여건 악화는 국가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하 IMD)의 ‘2022년 IMD 국가 경쟁력 연감’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3개국 가운데 27위를 차지했다. 2021년 23위보다 4계단 하락한 수치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학교육 경쟁력 분야에서 46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대학교육 경쟁력 분야의 하위권 성적이 국가 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대학의 재정난 해소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과제다.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노력하고 있다. 실제 2022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2025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보다 안정적인 제도·법률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한국의 고등교육재정 규모는 OECD 평균 수준도 못 미치고 대학교육 경쟁력도 하위권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세계 10위권 수준인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친다”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학을 지원해야만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고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들이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들이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강화로 지방대와 지역 위기 탈출 =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학령인구는 2014년 918만 1000명에서 2023년 725만 9000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대학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 지방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대학 신입생 충원 현황과 정책 및 입법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도 기준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미충원 인원은 4만 586명이었다. 미충원율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대학이 7.8%로 수도권 대학 0.8%보다 7.0%p 높았다. 

지방대의 신입생 미충원은 비단 지방대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방대의 신입생 미충원에  출산율 감소와 지역인구 유출까지 겹치며 지역은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멸고위험지역 비중은 2013년 1%대에서 2020년 46%로 급증했다. 

그러자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지방대의 신입생 미충원과 지역 소멸위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강화 차원에서 지난 16일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2022년 기준 16만 7000여 명이다. 이를 30만 명까지 확대, 세계 10대 유학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 관문 혁신적 확장 △맞춤형 인재 유치 및 지역 정주 방안 마련 △첨단·신산업 분야 인재 전략적 유치 △글로벌 교육허브 도약을 위한 유학 저변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뉴욕주립대 김규석 팀장(전 외국인 유학생 유치 업무 담당)은 “남미나 인도 등 거대 외국인 유학생 시장이 충분히 개척되지 못했다”며 “국가 차원에서 외교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 기초학문 보호와 교양교육 강화는 대학과 국가의 ‘윈윈’ = 대학의 본질과 정체성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대학이 상아탑 또는 지성의 전당으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는 대학교육에서도 ‘실용’이 강조되며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 또는 지성의 전당으로 불리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취업난이 대학교육의 실용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학교육이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성인 양성이라는 대학교육의 본질마저 퇴색될 수 없다. 특히 지성인 양성을 위해 대학의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취업난發 대학교육의 실용화가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전국 4년제 대학 인문계열 학과 155개가 사라졌다. 인문계열 학과는 2012년 962개였지만 2021년 807개로 16%가량 줄었다. 자연과학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이 교육부에서 일반대학(4년제) 학과(학부) 통폐합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자연과학계열 학과는 2019년 19개, 2020년 37개, 2021년 74개가 각각 통폐합됐다. 자연과학계열 학과의 2019년 대비 2021년 증감률은 무려 289%다. 공학 64%에 비해 대조적이다.  

기초학문 붕괴는 교양교육과도 맞물리고 있다. 특히 인문학은 대표 기초학문이면서 교양교육 핵심 분야의 하나다. 인문학의 실종은 기초학문의 위기, 교양교육의 위기를 의미한다. 이보경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연세대 학부대학 교수)은 “교양교육의 위기는 기초학문의 위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기초학문과 교양교육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과 대학평가에서 취업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도 고등교육정책의 초점을 ‘산업’에 맞추고 있다. 자연스레 대학교육에서 실용능력, 직업능력이 우선시되며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은 소외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은 대학교육의 본질인 지성인 양성을 위해, 나아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순천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추격형으로 발전을 해왔다. 이제는 10대 강국에 들어와 있어서 더 이상 추격모델로는 발전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결국 원천소스가 있어야 하는데 기초학문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형대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상임이사(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기초학문은 당장의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는 없지만 응용학문의 근간과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기초학문의 붕괴는 응용학문의 근본 동력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응용학문이 근본 동력을 상실하면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박성미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회장(동서대 민석교양대학 학장, 청소년상담심리학과 교수)은 “대학의 교양교육을 통해 융복합적 역량과 종합적 사고력 그리고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희망 인재상으로 인성적 소양과 함께 융복합적 역량, 종합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지닌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자연, 사회, 예술 등 보편적 지식을 갖출 수 있는 교양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출범 1년차를 넘어 2년차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에서도 혁신을 추진하며 규제 완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대학의 본질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에도 더욱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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