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스타트업(現 K-Global)’ 대회 3관왕, 미국 스타트업 피칭 대회 우승 등 기업 가치 인정 받아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로 ‘빠른 실행력’ ‘고객 집착’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 꼽아
“창업가 롤모델 딱히 없지만 10년 넘게 사업 운영한 경영자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아마존 경영 철학과 리더십 원칙에 깊이 공감, “창업 결코 쉽지 않아…무분별한 창업 유도는 오히려 역효과”
‘후성유전체’ 연구와 상품 개발에 집중…“지금까지 축적한 풍부한 데이터와 기술력 활용해 ‘유전 정보의 민주화’ 이룰 것”

강병규 제노플랜 총괄대표는 “창업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관심을 넘어 의지와 열정, 그리고 더 나아가 간절함까지 이르는 것 같다”며 “간절함은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노플랜 제공)
강병규 제노플랜 총괄대표는 “창업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관심을 넘어 의지와 열정, 그리고 더 나아가 간절함까지 이르는 것 같다”며 “간절함은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노플랜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본지는 대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을 높이고 창업친화적 대학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콘텐츠 협업을 추진하다. 포럼 산하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 창업 경험 노하우와 솔직한 조언 등을 듣는 연중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창업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유익한 피드백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젊은 청년들이 유입되고 대한민국 청년 창업 붐도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모기는 왜 나만 물까? 내 엄지손가락은 유난히 뭉턱할까?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증을 가질 법한 질문들이다. 여기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특히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대중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바이오 기술(BT)과 정보 기술(IT)을 접목,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제노플랜(Genoplan Inc.)이 그 주인공이다.

제노플랜을 이끌고 있는 강병규 총괄대표는 “대다수 유전자 기업들은 몇 개의 유전형만을 분석해 질병이나 체질을 예측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저희는 ‘다중 유전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 기술을 활용해 수천, 수만 개의 유전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접목시켜, 분석의 정밀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유전체 정보 분석에서 차별화된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역량 인증제’를 정식으로 시행하는 검사기관 가운데 비상장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미래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전 정보의 민주화’를 꿈꾸는 강병규 제노플랜 총괄대표를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강남교보타워에서 만났다. 강 대표는 모두가 자신의 유전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어떻게 그려갈까.  

- 어떻게 창업했나.
“사실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 국내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해외에서 과학 분야 연구를 더 해보고 싶었다. 회사에 다닐 당시 퇴근 후에 사회적기업 관련 세미나를 우연찮게 들었는데 가슴이 마구 뛰었다. 기업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사회적기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즉,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윤을 창출해 플라이휠 효과를 일으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고 너무 안타까웠다. 취약 계층 아이들의 정서 건강과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알공’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시작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창업 2년차 때 아이들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큰 스케일로 임팩트를 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찰나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만난 지인으로부터 미국에서 유전자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느 날 그와 얘기를 나누던 중 열성 유전질환 인자를 가진 부모로부터 태어나는 희귀질환 아이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며칠만에 ‘제노플랜’이라는 1인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명에도 ‘플랜(plan)’은 미래를 위한 계획이라는 뜻도 있지만 ‘유전질환의 우려가 없는 2세를 계획한다’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강병규 총괄대표가 임직원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병규 총괄대표가 임직원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제노플랜의 인지도나 규모가 확장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제노플랜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는 ‘글로벌 K-스타트업(現 K-Global)’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미국 스타트업 피칭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시기적으로 절묘했다. 대회에 접수하기 전 제출해야 할 사업계획서를 마감 직전에 내고, 1차 발표 통과에 이어 2차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제노플랜을 국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구글상, 퀄컴상 등 당시 받은 상금으로 같이 일할 수 있는 인력을 확충하고 투자유치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저희는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시작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며 유전 정보 분석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저희의 핵심 기술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일본, 싱가포르에 법인을 운영하며 아시아 전역의 고객들에게 유전 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창업 초반에 어려웠던 점은.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규제 때문에 어려웠다. 당시에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었다. 규제에 대한 부분을 전혀 모르고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저를 믿고 모인 팀원만 5~6명에 달하는데 정말 난감했다.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이 막중했다. 일단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확장성까지 고려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창업 당시에는 규제 탓에 힘들었지만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규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규제를 마냥 비난의 대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관점을 달리했다. 규제를 또 하나의 장벽으로 극복해나가면 어떨까 싶다. 기술장벽을 얘기하는데 규제라는 장애물을 넘기면 다른 회사가 쉽게 못 뛰어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다. 물론 규제가 너무 심하면 개선해야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규제를 비난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본다.” 

- 스타트업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문화를 갖춰야 할까.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구성원이 모이면 좋은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다. 초기 빠른 성장을 위해 스펙이나 필요한 기술을 보고 무리하게 인력을 채용한 것이 결국 독으로 되어 돌아온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한 명을 뽑더라도 여러 사람이 신중하게 평가해 채용을 한다. 저희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라면 필수적인 핵심 가치는 ‘빠른 실행력’, ‘고객 집착’, 그리고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필수적인데 이는 대기업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스타트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고객 중심의 마인드셋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커질수록 사내 이슈에 치우치기 쉬운데, 그러한 순간에도 고객의 관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끈기와 긍정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세 가지 원칙은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로, 매일 아침 모든 구성원에게 슬랙을 통해 상기시킨다.”  

- 국내외 창업가 중에서 롤모델로 삼는 분이 있나. 그 이유는.
“롤모델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는 분들을 존경한다. 어떤 일을 하든 10년 넘게 사업을 이끌어오신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회사 경영을 해보니까 지속가능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좋아하는 기업은 있다.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 원칙에 깊이 공감해서다. 아마존은 작은 단위로 실험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것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에는 16가지 리더십 원칙이 있는데, 이 원칙은 고객 중심의 사고, 빠른 실행력, 혁신, 문제 해결, 주인의식, 투명성, 과감함, 책임감, 탁월함 등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가치를 잘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아마존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 원칙을 벤치마킹해 제노플랜을 세계 최고의 유전체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제노플랜 사무실.
제노플랜 사무실.

- 대학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학생·교수 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학의 창업지원 교육에 대해 아쉽거나 개선해야 할 측면을 꼽는다면.  
“현재 대학에서 창업지원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학생들이 창업에 쉽게 뛰어들게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창업초기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고 보여진다. 깊은 고민 없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게 문제다. 정부지원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만큼 초기 스타트업에 지원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무분별한 창업 유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 이후 해결할 문제들이 너무 많은데 학생 창업 이후 자칫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초기 창업에 대한 지원 문턱을 높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간 창업자에겐 예산을 더 주는 등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 과정까지 책임을 져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보다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가령 창업가 양성 교육과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실패에 대한 사회의 이해와 재도전 지원 등으로 보다 세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창업에 관심있는 젊은층에게 한 말씀 해달라.
“예전 알공 학생들에게 벤다이어그램을 활용해 창업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제 생각에 창업의 핵심은 본인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분야 A와 본인이 능숙한 분야 B의 교집합에 위치해야 하며, 그것이 시장이라는 전체집합 U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과는 거리가 먼, 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창업도 한다. 이런 다양한 접근법 중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관심’만으로는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창업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관심을 넘어 의지와 열정, 그리고 더 나아가 간절함까지 이르는 것 같다. 간절함은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힘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끊임없는 호기심’이다.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는 특별히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높은 수준의 호기심을 갖고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호기심은 문제를 깊게 이해하도록 이끌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해결책이나 기회까지 발견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희망과 동력을 주어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는다.”

- 제노플랜 대표로서 미래 사업 전략과 향후 목표를 전한다면.
“먼저 제노플랜의 가까운 미래 사업 전략부터 말씀드리자면, 유전자 분석의 핵심 과정에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유전자 분석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DNA의 추출 및 미가공 데이터의 정제, 그리고 그 데이터의 해석이다. 지금까지 축적한 풍부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활용해 데이터 해석 단계에 더욱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한 ‘후성유전체’에 대한 연구와 상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후성유전체는 유전자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유전자의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분야로, 유전적 소인을 분석하는 예측 검사와 달리 생활 습관이나 환경 요소 등이 유전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이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최종적으로는 제노플랜의 미션인 ‘유전 정보의 민주화’를 이루고자 한다. 제노플랜은 모두가 자신의 유전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유전 정보는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저희는 유전 정보를 소수의 전문가만 취급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권리로 만들고자 한다.”  

강병규 총괄대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대중화 시대를 이루는 데 기여하겠다”며 “유전자 분석의 핵심 과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규 총괄대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대중화 시대를 이루는 데 기여하겠다”며 “유전자 분석의 핵심 과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강병규 총괄대표는… 
보스턴대학교에서 의예/경제학을, 보스턴의학대학원에서 의과학(Medical Science)를 전공했다. 삼성생명과학연구소(現삼성유전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이후 사회적기업 ‘알공’을 창업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면서 창업 관련된 경험과 사업운영의 노하우를 쌓았다. 2014년 4월 제노플랜 설립 이후 대한민국 미래창조과학부 2015 K-Global 300 선정,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 인증, 미국병리학회 CAP 인증, DTC 유전자검사기관 국내 최초 인증 등 성과를 거뒀으며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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