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형계획 수정은 4월까지인데 무전공 입학‧의대 증원 등 미정
수도권 대학, 내년까지 무전공 입학 20% 넘어야 국고 인센티브 수령
미리 준비한 대학은 ‘여유’…기존 자유전공학부 있던 대학은 ‘확대’
촉박한 시간에 각종 부작용 우려…입시 혼란 가중될 가능성도

지난 16일부터 열린 정시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입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정시박람회에서 입시 상담을 받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2025학년도 대입 모집부터 무전공 입학 후 2학년 이후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자유전공 입학생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무전공 입학’ 선발 확대 방안에 따른 조치로 교육부는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개편안 정책연구진 시안을 마련해 지난해 말부터 각 대학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대학이 전체 모집단위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전공자율선택(무전공 입학)’으로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대학은 2025학년도 20%, 2026학년도 25%가 기준이며, 지방국립대는 25%, 30%가 기준이다.

무전공 입학 방식은 두 가지로, 유형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 선택하는 방식이다. 보건의료, 사범계열은 선택할 수 있는 전공에서 제외된다. 유형2는 계열 또는 단과대 모집 단위 모집 후 계열 또는 단과대 내 모든 전공 자율선택 또는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선택 방식이다.

각 대학들은 일정 비율 이상을 유형1 또는 유형1+2 혼합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국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8852억 원의 절반인 4426억 원을 인센티브로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 대부분 대학은 ‘확정안’ 나온 이후 본격 논의 예정 = 교육부의 개편안은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지만 시안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현재 ‘무전공 입학’ 정책이 어느정도 윤곽이 나온 대학은 세 곳이다.

서울대와 한국외대, 한양대로, 서울대와 한양대의 경우 지난해 신임 총장이 취임하면서 공약으로 무전공 입학 확대를 약속했다. 두 대학은 지난해부터 내부 협의를 거쳐 선발 규모부터 선발 방식까지 정해둔 상태로, 교육부 확정안이 나오면 구성원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유홍림 총장의 공약대로 내년 3월 출범 예정인 학부대학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의 자유전공학부 입학정원인 123명에 280명 정도를 추가해 약 400명 규모를 고려하고 있다. 전체 신입생 정원 약 3500명 중 11.4%를 무전공 입학으로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학부대학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으며, 무전공 입학 확대를 통해 전공 칸막이를 완화하고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양대도 이기정 총장의 공약대로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할 예정이다. 현재 여러 가지 안을 두고 고민 중이지만 가장 유력한 안은 타 매체에 보도된 것처럼 문‧이과 상관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는 안이다. 해당 안에 따르면 공대 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정원을 줄이게 된다.

한양대 관계자는 “현재 확정된 부분은 ‘한양인터칼리지’ 신설까지로, 보도된 내용이 확정안은 아니”라며 “선발인원은 유형1의 2026년 기준선인 10%에 맞출 예정이며, 에리카캠퍼스는 아직 내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박정운 총장이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무전공 입학과 ‘광역화 모집’, 제1전공 학점 조정을 포함한 제도적 개선과 내실 있는 융복합 커리큘럼의 확대를 통해 학생들이 전공을 넘나들며 자기주도적인 창의융합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2023학년도부터 글로벌캠퍼스에 자유전공학부인 ‘글로벌자유전공학부’를 개설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맞춰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자유전공,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 모집 등 유형1, 2를 병행해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세 대학을 제외한 수도권 나머지 대학들은 기존 자유전공학부의 확대나 신설을 계획 중으로 내부 협의는 진행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협의는 교육부의 확정안이 발표된 이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인문사회계열 자유전공학부로 95명을 선발하던 것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이미 계열별 통합선발을 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 정책에 맞춰 인원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울과기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등은 내부 협의는 시작했지만 아직 선발 규모나 선발 방식을 확정 짓지 못했다. 몇몇 대학의 경우 ‘무전공 입학’ 확대 관련 내용이 공유는 됐지만 기초안 작성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고심 깊어지는 대학들…내년 입시 앞두고 변수 늘어나 = 수도권 대학들은 이번 ‘무전공 입학’ 확대를 두고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사안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2025학년도 대입을 두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변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수도권 A대학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이 15년 넘게 동결된 상황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센티브를 포기할 수 있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며 “‘무전공 입학’ 확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원 조정 등 과제가 많은데 4월까지 2025학년도 전형계획을 수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계속된 2025 전형계획 수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B대학 관계자는 “대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4년 예고제를 시행하는 것인데 교육부가 나서서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 제출된 2025 전형계획이 무전공 입학 확대, 의대 증원 등으로 누더기가 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진행된 첨단학과 증원과 올해 추진 중인 무전공 입학 확대, 의대 증원은 결이 다르다”며 “첨단학과는 순수 증원이었지만 무전공 입학, 의대 증원은 타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대학 내부적으로도 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몇몇 대학 관계자는 입시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C대학 관계자는 “당장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입학이 확대되면 지난해 제출된 전형계획을 중심으로 진학할 대학을 결정한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무전공 입학이 확대된다는 것은 타 학과 정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렇게 될 경우 수험생들은 올해까지의 입시 결과를 참고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D대학 관계자는 “아직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결과도 안 나왔는데 교육부도 무전공 입학 확대를 요구하면서 내년도 전형계획을 다 뜯어고쳐야 할 지경”이라며 “두 사안 모두 대학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만큼 하루빨리 확정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내부 협의 통과한다 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散積)’ = 각 대학 관계자들은 ‘무전공 입학’ 확대를 두고 내부 반발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지만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무전공 입학을 한 학생들은 선배가 없는 만큼 대학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학생들이 반수 등으로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대학 관계자는 “무전공 입학을 성공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학생관리시스템이 필수”라며 “최근 의대 열풍으로 인해 반수, 재수를 하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는데 무전공 입학 확대와 부실한 학생관리시스템이 결합될 경우 이런 현상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대학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많은 대학들이 자율전공학부를 실패한 전례가 있다”며 “당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인기 전공에 학생이 몰리거나 대학이 고시반으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꼬집었다.

행정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C대학 관계자는 “무전공 입학 확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행‧재정적 부분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학과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어떻게 행정과 재정을 분배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까지 해둬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학문 후속세대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은 기초학문이 고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전에 추진된 자율전공학부로 인해 물리학과와 같은 기초학문이 위기를 겪은 바 있다”며 “이번 정책도 갑작스레 결정된 부분이 큰 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미 대학은 학문 후속세대 감소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기초학문 학과는 이제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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