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 산학협력 기반 ‘탄탄’

수요·강점 따져 TIGER제도 도출, 최고의 연구인력 양성”
‘산중사업 최우수’ 이어 LINC 선정···전체 체질개선 시동

▲ 한양대 ERICA캠퍼스가 2003년부터 구축한 학연산 클러스터.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한양대 에리카(ERICA)캠퍼스의 산학협력 역사는 깊다. 2003년 학·연·산 클러스터 사업단을 가동한 뒤 대학의 체질을 산학협력에 맞게 바꿔왔다. 당시는 정부가 ‘산학협력 촉진법’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 대학에 산학협력이 본격화 하던 때였다. 한양대는 이때 이미 대학 전체를 학연산 클러스터화 하는 작업에 착수한 셈이다.

◆ 2003년부터 학·연·산 클러스터 조성= 학연산 클러스터는 대학에 기업과 연구소가 집적돼 있는 형태를 말한다. 수도권 대표적 산업단지인 반월·시화 산단을 배후에 끼고 있는 한양대는 그간 학연산 클러스터화를 추진하며 캠퍼스 내에 기업·정부 출연 연구소를 대거 유치했다.

2003년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경기테크노파크가 들어섰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부품을 시험·인증하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입주했다. 이어 △LG 이노텍 △LG 소재부품연구소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등이 ERICA에 둥지를 틀었다.

정부·기업의 출연 연구기관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대학 교육에도 혁신이 일어났다. 현장 연구원과 기업 관계자가 산업체 강사로 교육에 참여하고, 이 가운데 31명이 겸임교수로 채용됐다. 이에 따라 산업체 수요에 맞는 교과목 개편이 이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매년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이 700명을 넘어섰고, 1500명 이상이 캡스톤디자인(창의적 종합설계)을 이수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한양대 ERICA 캠퍼스가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이하 산중사업)에서 받은 평가에서도 입증된다. 한양대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1단계 산중사업에 선정,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380억 원이 넘는 지원을 받았다. 특히 1단계(2004~2009년) 사업을 완료한 뒤 받은 사업단평가에서 한양대는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산중사업 1·2단계(2004~2011년)를 수행하며 ERICA는 총 465억원을 지원 받아 학부교육을 질적으로 변화시켰다. 거기에다 올해 LINC ‘기술혁신형’ 사업에 선정돼 대학원의 체질개선과 질적 제고까지 꾀할 수 있게 됐다. 수도권에서 단 2곳만 선정된 기술혁신형 LINC사업은 대학원생까지 사업에 참여하며 산학 공동연구, 연구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 한양대 ERICA는 지난해 775명의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받았다.
◆ 최고의 연구인력 양성 전략 제시= 한양대가 제시한 연구인력 양성전략은 ‘TIGER 프로그램’이다. 여기서의 TIGER(Track for Ingenuity Growth through Educational Renovation)는 ‘독창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개선’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는 한양대가 LINC사업을 신청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고용환경과 자교가 가진 강점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나왔다. 현재 경기도 지역의 산업별 채용인력 비율은 △전자 23% △반도체 14% △연구개발업 12% △화학 9% △기계 8%다. 여기에 한양대 ERICA가 가진 강점인 첨단 전자정보기기, 나노(NT)·바이오(BT)융합 분야를 대입해 TIGER 프로그램 도출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생이 2학년부터 대학원까지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ERICA의 강점분야를 감안해 8개의 세부 교육트랙을 발굴한 것이다.

대표적 예가 ‘나노메디슨 재료소자 전문인력 양성 트랙’이다. 의약학·의공학 분야에서 활약할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바이오·나노 융합 교육을 편다.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실험에 참여하고, 대학원생과 교류하면서 전공분야에서 연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김재곤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실험·실습을 강화하기 위해 각 트랙마다 전용 실험실을 구축했다”며 “타이거 프로그램은 최고의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LINC사업에 5개 단과대학과 대학원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학부에선 공학·약학·과학기술·경상·디자인대학 등 5개 대학 22개 학과가 참여한다. 참여 학부생만 4705명이 달한다. 대학원에선 17개 학과(전공)에서 1070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하며, 전체 참여교수 수는 220명이다.

공과대학뿐만 아니라 경상·디자인·약학대학 등이 참여하기 때문에 융합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디자인공학 프로그램도 ERICA가 자신 있게 내 놓은 융합교육 모델이다.

최근 디자인업계에서는 디자인 소양을 갖춘 공학도에 대한 요구가 폭증하고 있다. 공학적 훈련을 거친 산업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디자인공학 프로그램은 이런 산업계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 산업경영공학과·산업디자인학과·시각패키지디자인학과·영상디자인학과·기계공학과·건축공학과·전자시스템공학과 등 7개 학과가 협력해 융합교육을 편다.

김재곤 교수는 “디자인공학 프로그램은 공학과 디자인을 융합한 교육과정”이라며 “연구기관 연구원과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과목을 개설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ERICA는 산업체 재직자 교육도 교수의 업적평가 실적으로 인정한다.
◆ 올해만 지정형 산학교수 60명 확보= LINC사업은 대학 전체를 ‘친 산학협력적’으로 개편하는 사업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수들이 움직여야 한다. 한양대 ERICA는 사업 1차년도인 올해까지 채용형 산학협력중점교수(이하 산학교수)를 17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은 △현장실습·창업교육 △기업 애로기술 지도 △기술개발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교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ERICA는 올해에만 60명의 ‘지정형 산학교수’를 위촉할 계획이다. 기존 교수들 중 일부를 산학교수로 지정하는 경우를 지정형 산학교수라고 한다.

김우승 LINC사업단장(산학기획처장) “오히려 대학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려면 새로 채용된 산학교수보다 지정형 산학교수의 역할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새로 채용된 교수가 기존 교수사회의 변화를 이끌긴 어렵기 때문에 기존 교수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이번 LINC사업 선정으로 ERICA는 교수들이 연구실적 외 산학협력 실적으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업적평가제도를 개선했다. 특히 교과부가 요구한 산학협력 활동인 기술이전, 특허등록, 연구비, 현장실습 지도 외에도 △캡스톤 디자인 수상 △산업체 재직자 교육 △산업체 파견 등의 활동까지 실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했다.

김우승 단장은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려면 교수들이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산업체 재직자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우리 대학의 경우 매년 캡스톤다자인 작품 중 우수한 작품에 시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수상팀을 지도한 교수도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캡스톤디자인, 전체 단과대학으로 확산”
[인터뷰] 김우승 LINC사업단장(산학기획처장)

▲ 김우승 LINC사업단장(산학기획처장)
“2003년부터 학연산 클러스터를 구축해 왔다. 이제는 대학 전체의 체질개선을 꾀하겠다.”

김우승 LINC사업단장은 한양대 ERICA 캠퍼스 전체의 혁신을 얘기했다. 캠퍼스 전체의 교육·연구가 정확히 산업체 요구와 맞아떨어지는 혁신이다.

“그 동안 산중사업을 하면서 학부 교육에서는 혁신이 많이 이뤄졌다. 이번에 LINC 기술혁신형에 선정되면서 대학원생까지 사업에 참여한다. 연구와 교육이 균형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이는 LINC사업이 추구하는 ‘친 산학적’ 개편을 전 캠퍼스에 확산시키겠다는 말로 축약된다. ERICA가 캡스톤디자인을 전 단과대학에 확산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캡스톤디자인을 공대뿐만 아니라 전 대학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사회문제에 관한 과제를 내고 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할 수 있다.”

한양대 ERICA는 매년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학생 3~5명이 팀을 만들어 작품을 출품하면 심사를 통해 시상하는 제도다. 앞으로는 수상 팀을 지도한 교수도 교수업적평가에서 SCI논문을 대체할 실적으로 이를 인정할 방침이다.

“교수가 캡스톤디자인 교육에 시간과 노력을 ‘올인’했다면 당연히 SCI논문만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유익이 있어야 기존 교수들이 현장실습·캡스톤디자인 교육에 적극 나서게 되고 대학 전체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

실제로 한양대는 △캡스톤 디자인 수상 △산업체 재직자 교육 △산업체 파견 등의 활동까지 산학협력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모두 교과부가 예시로 제시하지 않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항목이다.

“LINC사업의 취지가 해당 대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산업발전도 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체 재직자 교육이 중요하다. 당연히 교수가 재직자 교육을 열심히 하면,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양대는 올해에만 채용형 산학교수 17명과 지정형 산학교수 60명을 갖출 계획이다. 지정형 교수들은 학생들의 현장실습 장소를 찾아다니며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게 된다.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진 모두 현장실습을 한 번 이상 나가게 할 생각이다. 재학 중 현장실습 경험은 기업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준다. 지정형 교수들이 나서서 현장실습 기업을 더 찾도록 하고, 이를 경험하는 학생 수를 점차 늘려나가겠다.”


[박스] 학생·기업이 만족하는 실습·장비지원 ‘눈길’
신청 학생 93%가 원하는 기업서 현장 실습
공용장비센터 이용 5000건, 기업 만족도 높아

▲ 한양대는 작년 기준 공동장비센터 이용건수가 5000건에 달했다.
한양대의 현장실습은 모범답안이라고 내놓아도 좋을 정도로 체계적이다. 학생·기업모두 만족도가 높다. 학생은 원하는 곳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기업은 가장 적당한 실습생을 찾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LINC사업단 권혁준 계장은 “현장실습 지원 전용 프로그램을 구축해 놨다”며 “학생들은 그곳에 들어와 자신의 이력서를 올리고, 실습하고 싶은 기업을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올린다. 그러면 기업은 해당 학생의 이력서를 보고 실습생으로 뽑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쪽으로의 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한양대 ERICA에서 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775명이다. 825명이 실습을 신청, 이 중 93%가 원하는 곳에서 실습을 했다. 총 245개 업체도 원하는 실습생을 뽑았다.

김우승 단장은 “많은 대학이 현장실습을 하고 있지만, 내실 있게 하는 곳은 드물다”며 “현장실습도 학생이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일을 배우는, 교육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RICA의 공용장비센터도 한양대가 내세울 만한 곳이다. 공용장비센터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보유하기 어려운 고가 장비를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기업이 이 곳의 장비를 이용한 건수는 4935건이다. 모두 272개 기업이 이용했다. 업체 한 곳당 18건을 넘게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재곤 산학교수는 “업체당 18곳이 넘었다는 얘기는 이곳의 공용장비센터를 이용한 기업들이 대부분 다시 찾고 있다는 얘기”라며 “철저하게 기업 수요에 따라 장비센터를 운영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용장비센터에는 중소기업이 갖추지 못한 고가장비가 많다.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기술적 애로사항을 지원받는다. 한양대는 전문업체에 의뢰, 장비를 전문적으로 운영해본 사람들에게 기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LINC사업 5년차에 장비 사용업체를 310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은 장비 활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전문가를 고용해 장비 사용법이나 이를 통해 얻어낸 결과를 어떻게 기업에 적용할지,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까지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며 “이런 노력을 계속해 공용장비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만족도를 꾸준히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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