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스탠포드 등 美 대학 ‘인프라·자금’ 앞세워 독주… 싱가포르 NTU·NUS ‘톱 10’
성균관대 43위 도약… 전년도 30위 연세대, 103위로 추락하며 한계 노출
서울대·KAIST·고려대 없는 ‘반쪽 랭킹’ 넘어 ‘구조적 위기’… 혁신 없인 도태 불가피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타임스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이하 THE)과 슈미트 과학 펠로우십(Schmidt Science Fellows)이 공동 주관한 ‘2026 학제간 과학 순위(Interdisciplinary Science Rankings 2026)’가 20일 발표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번 평가는 전 세계 94개국 911개 대학이 참여해 융합 연구 역량을 겨뤘다.
‘학제간 과학 순위’는 대학 간의 과학적 우수성과 협업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기관들이 학제간 과학 작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3개 분야(자금 지원, 성공 척도, 시설, 행정 지원 및 홍보)에서 대학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11가지 지표를 사용하며, 출판물, 연구 품질 및 평판 등도 측정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한국 대학 성적표는 ‘지각변동’과 ‘불안정성’으로 요약된다. 성균관대학교가 세계 43위로 도약하며 국내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전년도 세계 30위였던 연세대학교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이번 순위 결과는 한국 대학들이 개별 연구자들의 성과(논문)에 의존할 뿐, 대학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시스템은 여전히 빈약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 ‘시스템의 승리’ 미국·싱가포르 vs ‘각자도생’ 한국 = 전체 순위를 뜯어보면 ‘융합 연구’가 단순히 연구자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종합 1위를 차지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를 필두로 스탠포드대(2위), 칼텍(3위) 등 미국 대학들은 상위권을 독식했다.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강력한 재정 지원(Input)과 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행정 시스템(Process)이 뒷받침된다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아시아권 경쟁자들의 약진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5위)와 싱가포르 국립대(8위)는 미국 명문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TOP 10’에 안착했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학제간 융합 연구 펀드를 조성하고 대학 내 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왔다. 인도 역시 13개 대학을 200위권에 진입시키며 무서운 기세로 추격 중이다.
반면 한국 대학들은 ‘성과(Output)’ 대비 ‘지원(Input)’과 ‘행정 시스템(Process)’ 점수가 현저히 낮거나 불안정했다. 이는 한국의 융합 연구가 대학 본부의 전략적 투자보다는 연구자 개인의 ‘각자도생’식 성과에 기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적 흐름이 ‘시스템 경쟁’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는 신호다.
■ 성균관대 ‘투자’ 빛 봤지만… 연세대의 추락이 시사하는 것 =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50위권에 진입한 성균관대(43위, 종합 69.4점)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성균관대는 세부 지표 중 자금 및 행정 지원을 평가하는 ‘지원(Inputs)’ 부문에서 91.3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이는 대학 차원에서 융합 연구를 위한 재원을 배정하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타 대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전체적인 판도는 불안하다. 지난해 첫 평가에서 세계 30위(국내 1위)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던 연세대는 불과 1년 만에 세계 103위(종합 61.0점)로 급락했다. 융합 연구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오르내릴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70계단 이상의 하락은 충격적이다.
이는 특정 시기 대형 연구 수주나 논문 실적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한국 대학의 얇은 기초 체력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경희대는 143위(55.6점)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며 국내 3위를 지켰으나, 연구 중심 특성화 대학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지난해 110위에서 올해 201-250위권으로 하락했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조차 융합 연구 평가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학문 생태계의 경직성을 보여준다.
■ 서울대·KAIST·고려대 없는 ‘반쪽 성적표’… 회피인가 무관심인가 = 더 큰 문제는 이 순위표에 한국 고등교육의 ‘빅 플레이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특히 한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지난해 데이터 검증 이슈로 순위에서 제외된 이후, 올해 랭킹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의 불참을 단순히 ‘신생 랭킹에 대한 무관심’으로 치부하기엔 뼈아픈 대목이 많다. THE의 학제간 과학 순위는 논문 피인용도 등 결과물뿐만 아니라, 대학이 융합 연구를 위해 얼마나 돈을 쓰고(자금), 얼마나 홍보하며(행정), 어떤 시설을 갖췄는지(시설)를 묻는다.
전통적인 학과 중심 체제가 공고한 서울대나 고려대 등 국내 명문 대학들이 이 같은 ‘과정 중심’ 평가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참여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학 평가 전문가는 “글로벌 대학 평가는 이제 단순히 논문 몇 편 더 썼느냐가 아니라, 대학이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학문을 섞고 융합하는지를 묻고 있다”며 “주요 대학들이 이 평가를 외면하는 사이, 한국은 융합 과학의 글로벌 표준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2026 학제간 과학 순위는 한국 대학에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성균관대처럼 과감한 행정·재정적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할 것, 그리고 주요 대학들이 평가의 장으로 나와 글로벌 대학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할 것. 이 변화 없이는 내년 순위표에서도 한국 대학의 위상은 장담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