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대학 연구비 빅5 분석’ 보도 이후 성균관대 연구비 6154억→5494억 변경
현행 대학알리미 시스템에선 최초 공시된 지표는 일반 공시 이용자 확인 불가능
전문가 “복잡한 대학 특성상 정정 자체는 필요… 이력 공개해야 공공 기능 가능”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구비 수혜 실적 관련 본지 보도 이후 성균관대가 뒤늦게 관련 수치를 정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해당 수치는 본지 보도 당시 분명 공식 공시값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공지 없이 바뀐 결과만 정보공시 시스템에 남으면서 교육계에선 ‘틀린 것이 기사냐, 나중에 바뀐 공시냐’는 갑론을박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현행 규정에 따라 사후 정정을 제도적 장치로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정정 이력과 사유가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리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성균관대는 올해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연구비 수혜 실적을 최초 6154억 원으로 올렸다가 최근 5494억 원으로 정정했다. 본지가 ‘대학 연구비 빅5 분석’ 기사에서 해당 수치를 인용해 보도한 이후 익명의 제보자가 “지금 대학알리미에서 보이는 성균관대 연구비 수치가 기사 내용과 다르다”고 알려오면서 사후 정정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보도 당시 확인한 공식 공시값은 6154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시스템에는 현재 값인 5494억 원만 남으면서 기사 내용과 현재 공식 수치가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학알리미를 현재 조회하면 처음에 공개됐던 6154억 원의 데이터를 일반 이용자는 확인할 수 없다.

제보자는 “보도 당시 시점엔 분명히 6154억 원이 맞았지만 성균관대에서 정정 절차를 밟아 수치를 5494억 원으로 고친 듯하다”며 “성균관대는 작년에도 동일한 항목에 대해 초기(8월 30일)에는 5762억 원 정도로 올렸다가 나중에 5318억 원으로 정정한 이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부 독자들 입장에서는 기사가 틀린 건가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평소 국내 대학에 관심을 가지고 유익한 기사를 써주는 한국대학신문과 기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까 걱정돼 제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대학알리미의 대학 연구비 공시자료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대학알리미의 대학 연구비 공시자료

■ 대학 정보공시 수정, 공문·증빙 거쳐야 정정 가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대학정보공시센터 설명에 따르면, 공시 이후 정정은 대학이 임의로 시스템에 들어가 숫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현행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대학의 장(총장·대학원장 등)은 공시 정보에 오류가 있다면 즉시 정정할 의무가 있고 반드시 공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학이 정정을 요청할 때는 정정요청서를 작성하고 대학알리미에 올라가 있는 공시표를 엑셀 파일로 받아 수정 전·후 장표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해당 숫자를 왜 바꿔야 하는지 근거가 되는 증빙자료 등도 첨부해 교육부와 대교협 대학정보공시센터, 항목별 관리기관(한국장학재단·한국사학진흥재단·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에 발송해야만 숫자를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공시 이용자들이 대학알리미에서 정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대학알리미에서는 정정요청서, 정정 사유, 정정 전후 장표 등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용자들은 가장 최근에 수정된 값만 확인할 수 있고 해당 값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무슨 이유로 정정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올해 4월에 봤던 값과 9월에 다시 들어가 봤을 때 보이는 값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바뀌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기사나 연구 보고서, 학부모·수험생이 참고한 공시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 원본과 다르게 보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본지가 대교협 정보공시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 지난해 대학들이 가장 많이 정정한 항목은 연구 관련 영역이었다. 전체의 약 38%를 차지한다. 또 신입생 충원율, 등록금, 장학금 등도 적지 않은 정정 비중을 보였다. 문제는 이들 항목의 경우 한 번 수정이 이뤄질 때 수십억 원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대학 비교나 연구, 정책 분석, 대입 정보 활용 등에서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후 정정 제도가 대학 정보공시의 이른바 ‘블라인드 스팟(투명성의 사각지대)’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규정에 따라 정정이 접수되면 일종의 벌점 제도인 양정제도도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외부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의미다.

박종철 중앙대 보안대학원 겸임교수는 통화에서 “현 시스템에서는 대학이 어떤 값을 처음에 공시했는지, 이후 어떤 이유로 수정을 했는지를 일반 국민은 확인할 수 없다”며 “교육부·대교협, 관련 기관 내부적으로 기록만 남아 있고 외부 공개 장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대학 정보는 정부 정책을 설계할 때나 대학 재정과 연구력을 평가할 때, 언론이 분석 기사를 작성할 때, 수험생·학부모가 대학을 비교할 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핵심 데이터”라며 “왜,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정 이력을 공개하도록 제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복잡한 대학 행정·회계 구조, 사후 정정은 불가피 의견도 = 다만 대학 현장에선 공시 오류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업무가 복잡한 행정 절차와 회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달라지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것이다.

서울 한 사립대 교무처장 A씨는 본지에 “과거 약학대학이 6년제로 전환될 때 ‘2+4년제’와 ‘통합 6년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과도기가 있었다. 학생정원을 계산할 때 정원 산출 방식이 학년별로 달라지면서 대학들이 데이터를 다시 손봐야 했던 일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국립대 산학협력단장 B씨도 “대학 연구비는 대부분 산학협력단을 통해 들어오는 과제, 정부 연구개발(R&D) 프로젝트, 기업 연구 계약 등으로 구성되는데 정산 시점, 귀속 회계연도 등 기준이 제각각인 편”이라며 “정산이 끝나기 전에도 계속 금액이 움직이기 때문에 공시 직후에 수치가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시 제도의 핵심 목적인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인구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수험생·학부모는 공시된 학생충원율이나 등록금 정보를 그대로 믿고 대학을 비교한다”며 “정정 이력이 공개되지 않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향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학을 비교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기사도 작성 당시 대학알리미 공식 데이터를 정확히 썼겠지만 정정 이전 값을 보여주지 않는 현 시스템에선 언론사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언제 공시됐고 어떻게 정정됐는지 기록이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교협 대학정보공시센터는 이에 오는 2028년까지 적용되는 양정제도(벌점제)에 미공시 제재를 추가하고 현장점검 항목을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국 대학 중 현장점검 유예 대학 114개교를 지정해 연 2회 점검을 진행하고 전체 공시대학 408개교를 대상으로 정량 지표 중심의 자체진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선애 대교협 대학정보공시센터장은 “대학 정보공시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대학이 정보를 책임감 있게 공개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특히 대학들이 자주 사용하는 취업률 1위 등 표현은 어느 기준으로 1위인지 정보를 명확히 제공하지 않으면 허위 광고로 간주해 벌점을 크게 매길 방침”이라며 “대학이 잘못된 정보로 홍보하지 못하도록 데이터 기반의 홍보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철 교수는 “정정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다. 대학 운영이 복잡한 만큼 잘못된 데이터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과정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인 만큼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대학 정보공시가 신뢰 가능한 공공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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