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39곳 중 15곳 ‘사탐 허용’ 확대…최상위권의 ‘문과 의대 루트’ 열려
3~10% 가산점 ‘숨겨진 장벽’…미적분/과탐 응시자 쏠림 현상 심화 우려
촘촘한 최상위권 점수대, 가산점 유무가 합격 결정…지원 전형 분석 필수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의 최대 화두는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에서 비롯된 ‘사탐런’(사회탐구 선택) 현상이다. 특히 최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사회탐구’ 조합으로 의과대학 진학을 시도하는, 이른바 ‘문과 의대 루트’가 확대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 39개 의과대학 중 15개 대학(38.5%)이 올해 정시에서 사회탐구 응시자의 지원을 허용하며 전년 대비 4개교가 증가했다. 치의예과와 약학대학에서도 필수 응시과목을 폐지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외형적으로는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치·약대 진입 기회가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형적 확대가 실질적인 문과 의대 합격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다수 대학이 여전히 자연계열 응시자가 주로 선택하는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과탐)’ 과목에 높은 수준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수대가 극히 촘촘한 최상위권 입시 특성상, 미미해 보이는 가산점조차도 당락을 결정하는 ‘숨겨진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 의대, 치대, 약대 ‘사탐 허용’ 대학 증가의 의미 = 수능 필수 응시과목 지정 폐지는 대학들이 우수 인재를 폭넓게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가톨릭대, 경북대, 부산대가 수학 및 탐구 지정과목을 모두 폐지했고, 고려대 역시 탐구 지정과목을 없애면서 의대 15곳이 사탐 응시자에게 문을 열었다.
이러한 개방 추세는 치의예과와 약학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치대는 11개교 중 5개교, 약대는 37개교 중 13개교가 필수 응시과목을 두지 않기로 했다. 특히 약대의 경우, 지정과목이 없는 13개 대학 중 11개 대학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수도권 의약학 계열을 목표로 하는 ‘확률과 통계+사탐’ 조합의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들이 탐구 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수험생의 부담을 덜고 지원자 풀을 넓히고자 한 조치로 해석된다.
■ 가산점 3~10%의 파괴력, 실질 경쟁력은 ‘과탐’ 중심 = 문제는 대학들이 사탐 응시를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자연계열 과목에 강력한 가산점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필수 응시과목을 폐지한 대다수 의·치·약대에서 미적분/기하 또는 과탐 응시자에게 3%에서 최대 10%에 달하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최상위권 입시는 점수대가 1점 혹은 소수점 단위로 합격선이 갈리는 초접전 영역이다. 단순하게 3%의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가정할 때, 이는 표준점수나 변환표준점수 총점 기준 수십 점의 차이로 직결될 수 있다.
가령 순천향대의 경우, 의대 모집에서 수학(미적분/기하)에 10%, 탐구(과탐)에 10%의 가산점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어, ‘확률과 통계+사탐’ 응시자가 이를 극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가산점 구조는 대학들이 겉으로는 문호를 개방하되, 학문 특성상 이과 과목의 학습 역량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미적분/기하+과탐’ 응시자를 선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결국 ‘사탐런’을 택한 수험생이 의·치·약대에 지원할 수는 있으나, 가산점이 없는 동아줄을 잡는 수준에 그치게 되며, 실질적인 합격 가능성은 여전히 자연계 과목 응시자 중심이 될 전망이다.
■ ‘문과 의대’는 극소수 대학에서만 가능…맞춤형 전략 필수 = 따라서 인문계열 수험생이 의·치·약대 진입을 노릴 경우, 지원 가능 대학을 좁혀 세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가산점 비율이 극히 낮아 탐구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최소화된 대학을 찾아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 허용으로 교차지원 폭은 넓어졌지만,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은 대학별 수능 반영 방법과 가산점의 크기”라며, “인문계 과목 응시자들은 가산점 3~5%만으로도 합격선이 크게 갈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원 대학의 수학 및 탐구 영역 가산점 유무와 비율을 반드시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험생들은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는 대학, 또는 국어·수학 등 다른 영역의 반영 비율이 높고 탐구 영역의 실질 반영 비율이 낮은 대학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지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탐런’이 불러온 표면적인 기회 확대에 현혹되기보다는, 복잡한 입시 전형 속에서 나만의 합격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전략만이 2026학년도 입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