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충원율 주요지표 반영, 학과구조조정 이어져

[한국대학신문 김봉구 기자] 최근 12년간 국내 대학의 기초학문 관련 학과는 줄어든 반면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률·충원율 등을 평가 주요지표로 반영하는 대학정책이 학과 구조조정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에 따르면 연구소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 대학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됐다.

1999년과 2011년의 학과 개설 현황을 비교해보면 철학·윤리학 25개, 프랑스어·문학 16개, 독일어·문학 13개 학과가 줄어드는 등 기초학문이나 취업이 어려운 학과들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수산학 9개, 농업학 35개, 생물학 37개 학과가 줄어들었다.<표 참조>

해당 학과의 입학 인원이 줄어들었거나 비인기학과라는 이유로 통폐합된 것이다.

설치 학과나 학생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학과는 공학계열로 집계됐지만, 전체 공학계열 학과나 학생 수는 증가한 사실이 눈에 띈다. 폐과보다는 융·복합 트렌드에 따라 다른 학과들과 통합되며 학과명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재활학·보건학·간호학·시각디자인·영상예술·응용소프트웨어공학·에너지공학 등의 학과는 크게 늘어났다. 대체로 취업률이 우수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학과들이다. 이들 학과의 취업률(2011년 기준)은 △재활학 73.9% △간호학 74.3% △응용소프트웨어공학 63.9%, △유아교육 73.8% 등 대부분 상위권에 속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학과 변화 추이가 정부가 취업률과 충원율을 대학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로 반영하면서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강요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시 취업률을 20%, 재학생 충원율을 20~30%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 중소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취업률·충원율 지표에 불리한 기초학문 학과들은 통·폐합하고, 실용 중심 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연구소는 “대학도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만, 기초학문 육성 등은 사회 변화와 상관없이 유지돼야 할 대학의 가치와 역할”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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