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발전 핵심 축 … 서울대, 24개 과정 자체 교육원 개설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 제고, 대학의 시스템 개선도 필요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최근 대학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행정 직원이 총장·교수 등과 함께 대학을 이끌어 가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원이 교수·학생을 뒷받침하는 기존의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뉴코어’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 직원에 대한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대학 행정 분야로의 우수 인재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울러 대학들은 직원 인사평가 체제 개선, 자기계발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 제고에 부쩍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의 영향을 받아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일반 기업 직원들처럼 진취적·적극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직원들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그러나 각 대학 내에는 여전히 직원을 ‘보조’ 역할, 교수보다 ‘낮은’ 위치로 인식하는 구성원이 적지 않다. 또 “설마 잘리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직원들도 아직 많은 게 사실이다.

■ ‘신의 직장’ 대학 직원 되고파 =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장기적인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대학 직원에 대한 구직자들의 선호도도 크게 높아졌다. 대학 직원이 공무원과 함께 ‘신의 직장’에 등극한지도 이미 오래다.

실제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정규직 직원 채용 원서접수를 실시한 대학들은 “직원 채용 지원자가 회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기간 동안 직원 인사채용 원서접수를 마감한 4년제 대학은 덕성여대·동아대·성공회대·순천향대·원광대·인하대·포스텍·한동대 등 20여곳이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의 대학은 ‘대외비’라며 정확한 지원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경쟁률이 상당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덕성여대 총무과 관계자는 “매년 직원 채용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올해 3월과만 비교해도 경쟁률이 또 올랐다”고 했고, 한동대 총무인사팀 관계자도 “지역에 소재해 있음에도 직원 채용 경쟁률이 최대 100대 1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대학 직원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우수 인재들의 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기업·전문직 재직자, 토익 만점자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대학 직원 채용에 지원하는 일도 흔해졌다. 수도권 모 대학 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학 직원 채용에 상위권 대학 출신자가 지원하는 일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SKY대학 출신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 직원 ‘키우기’ 나서는 대학들 = 사회적으로 대학 직원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가운데 대학 구성원이 바라보는 직원에 대한 인식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교수·학생의 보조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최근에는 교수·학생과 동등한 대학의 주요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대학에서의 직원의 역할과 중요성이 계속해서 확대되면서 각 대학들은 직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직원의 전문성이 대학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는 올해 7월 국내 최초로 자체적인 직원 교육기관인 대학행정교육원을 개원해 눈길을 끌었다.

대학행정교육원은 지난해 3월 대학행정아카데미로 시작해 법인화를 계기로 올해 대학본부 직할 부속기관으로 정식 출범했다. 대학행정 수행에 필요한 직무역량과 대학 직원이 갖춰야 할 의식·태도 등을 가르친다. 올해는 △핵심가치 교육 △계층 교육 △리더십 교육 △직무 공통교육 △직무 전문교육 등을 중심으로 24개 과정에 15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정기언 대학행정교육원장은 “급변하는 대학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행정 직원의 전문역량 강화가 필수”라며 “앞으로 교육 대상을 외부로도 확대해 대학 행정 교육에 관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연공서열에서 벗어난 실력 중심의 직원평가 체제를 수립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울산대·제주대 등이 각 직원을 평가할 때 경력보다는 개개인의 업무 실적, 전문성 등을 집중 반영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변경했다. 아울러 올해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간한 고등교육 이슈페이퍼 ‘대학 직원평가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다수 대학들은 직원 평가 시 일반 기업체와 유사한 다면평가 방식을 적용, 평가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표 참조>

▲ 사립대학 직원 다면평가 방식 예(출처: 대교협 ‘대학 직원평가의 현황과 발전방향’)
■ ‘편한 직장’ 옛말 … 자기계발 필수 = 대학 행정직에 우수한 인재가 다수 영입되고 직원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각종 연수에 참여하거나 스터디를 꾸리는 등 자기계발에 나서는 직원들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성 제고, 자기계발 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직원들도 상당한 게 사실이다.

한 지역 대학 교수는 “젊은 직원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배웠으니 괜찮지만 팀장급 중에는 엑셀 사용법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라며 “같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가 안 돼 있는 직원들이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원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직원에게 교수·학생은 대학 발전을 함께 이뤄나가는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캠퍼스라이프’가 대학생 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64.8%의 학생이 ‘행정 서비를 받을 때 직원들의 권위적인 말투, 불성실한 태도로 기분이 나빴다’고 응답했다.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다(33.6%)는 답변이 만족스럽다(29.5%) 답변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대학 내에서는 직원들이 스스로의 역량 강화, 마인드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한 대학 총무처장은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이제 대학에서도 능력 없는 직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꾸준히 외국어·컴퓨터 능력을 쌓고 교직원으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학내 인식·시스템 개선도 필요 =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역량 제고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학내 인식·시스템의 꾸준한 개선도 중요하다. 우수한 직원이 단순히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역할에 제한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뜻이다.

지난 학기 모 지역 대학에서는 총장이 한 팀장에게 “미안하다. 도저히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을 전한 뒤 그를 타 부서 팀장으로 발령을 낸 일이 있었다. 해당 팀장은 이 대학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역량을 인정받아왔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를 부처장·처장으로 승진시켜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그러나 교수들은 “직원이 처장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총장은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 인근 지역 한 팀장은 “최근 처장직에 오르는 직원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아직도 직원이 처장이 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수가 교육·연구 전문가라면 직원은 행정 전문가다. 때문에 대학 행정을 총괄 지휘하는 처장직에 대한 문이 직원에게도 어느 정도 개방돼야 한다고 본다”며 “이는 자리의 문제가 아닌 역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직원 평가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스템을 꾸준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0년 한국조직학회보에 실린 ‘대학행정조직의 성과평가 과정분석을 통한 성과평가 개선 방안 탐색’에 따르면 대학 행정조직의 성과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나 평가 과정에 참여하는 기관·직원들 간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보고서는 “성과평가의 본래 목적은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 단위의 합리적 구분, 평가도구의 시스템화, 합리적 성과지표의 설정, 평가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터뷰]“능력 중심 인사평가 앞서 ‘공감’ 형성돼야”
-이석열 남서울대 교육개발센터 소장(교양과정부 교수)

▲ 이석열 남서울대 교육개발센터 소장

이석열 남서울대 교육개발센터 소장은 “능력 중심의 인사평가를 시행하기에 앞서 대학 구성원 간 충분한 ‘공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일반 기업과는 다른 조직으로 대학이라는 조직에 맞춘 제도 시행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한국 고등교육행정 연구 동향의 성찰과 과제(2010) △DEA를 이용한 사립대학의 경영효율성 분석(2009) △보직교수의 역할과 능력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09) 등의 연구를 수행해 온 대학 행정 전문가다.

-최근 실력 중심의 직원평가 체제를 구축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대학에서도 능력·효율에 역점을 둔 직원 인사·평가 체제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옳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해 대학 사회가 얼마만큼의 공감을 이뤘는지는 의문스럽다.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과 같이 급속도로 실력 중심의 직원평가 체제를 적용할 경우 구성원 간 갈등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행정 효율화를 꾀하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행정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감대 형성은 어떻게 해나갈 수 있나

“아직 대학 행정 직무들에 대한 분석, 해당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즉 어떤 사람이 해당 직무에 탁월한 실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경력을 우대해온 대학 사회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실력’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면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우선 행정 직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된 후 이를 바탕으로 실력 중심 평가에 대한 공감을 형성해 가는 게 옳다고 본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직원 순환근무제를 택하고 있는데

“장단이 있는 제도인데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교육·행정은 ‘총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다양한 부서에서 두루두루 경험·전문성을 쌓아야 대학이라는 큰 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직원들은 고등교육과 관련된 학위과정을 밟거나 공부를 함으로써 스스로 전문성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부서에 얼마만큼 근무하느냐 보다는 대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쌓고 전문성을 갖추는 데 있다고 본다.”

-대교협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좀 더 정교화·세분화될 필요성이 있다. 학위과정을 밟지 않고도 대교협 연수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을 키울 수 있을 만큼 교육과정이 체계화돼야 한다고 본다. 세분화된 단계별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모두 이수했을 경우 자격인증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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