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성균 열린사이버대 총장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위기’. 열린사이버대의 현재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몇 해 전 불미스런 사건의 여파일 수도, 최근 사이버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수도 있다. 지난 3월 1일 취임한 신성균 열린사이버대 총장은 위기에 빠진 대학을 살릴 처방으로 ‘칭찬하기’를 꼽고, 지휘자가 돼 대학을 이끌겠다고 했다.

- 취임 축하한다. CEO 총장이신데.
“기업 일을 하면서 재단 일도 함께하고 있었다. 대학이 어렵다며 이사회에서 부르더라. ‘대학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현재 열린사이버대 상황은 CEO 마인드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해 오게 됐다. 이번 주부터 교수들과 1대1 면담을 하고 있다.”

- 올해 신입생 충원율 낮다 하더라.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오르긴 했지만 다른 사이버대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충원율이 낮은 이유는 학과 경쟁력이거나, 교직원들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학과 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열린사이버대 학과들이 사회 트렌드에 안 맞는다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학과가 경쟁력이 있는데도 어렵다면 교수, 직원, 그리고 대학 제반의 제도 문제 아니겠나.”

- 운영 계획은 어느 정도 세우셨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문제를 지적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어느 조직이나 문제를 지적하기는 쉽다. 그리고 지적하는 이들은 마치 본인이 잘하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칭찬하는 분위기를 살릴까 한다. 이런 방식으로 대학을 경영할 예정이다.”

- 전국에 사이버대가 21개나 있다.
“‘21개’라는 숫자가 그리 중요한가. 전국 고등교육기관이 430여개라는데 여기에 비하면 적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21개라는 숫자보다 사이버대가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지가 중요한 거 아닌가. 처음 사이버대 만들 때 취지나 의도를 효과적 수행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많다, 적다가 판가름나는 거 아니겠나.”

- 몇 해 전 불미스런 사건 겪었다.
“당시 이사장 구속으로 대학 이미지가 추락했다. 재정적인 것보다 그런 사건들이 대학에 퍼지면서 안 좋은 분위기가 만연하는 게 가장 문제다. 전쟁할 때도 난공불락의 성을 허물려면 전면전보다는 성 안에 소문을 퍼뜨려 힘을 떨어뜨리고 망하게 하지 않던가. 교직원 중에는 아직도 당시 사건에 대해 심리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 보인다. 그런 부분 불식시켜야 한다. 대학이 지향하는 게 뭔지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대학을 제대로 키워보도록 노력하도록 끌고 가야 한다.”

- 기업 CEO로서 교육철학 있다면.
“아직 정확하게 ‘내 교육철학은 이거다’ 말하기 어렵다. 일반 오프라인 대학처럼 학생들 대면해 매일 수업을 하고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이 있다면 인성이라든가 이런 것을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사이버대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사이버대는 학생들의 꿈을 이루게 하는 플랫폼이라 본다.”

- ‘플랫폼’이란 단어 어감 재밌다.
“직장에 다닐 때 ‘과정이 중요하냐, 결과가 중요하나?’ 물으면 예전엔 ‘결과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정이 나빠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박사학위를 예로 들어보자. 박사학위를 이제야 취득했다. 돌이켜보니 학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5년 동안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어우러지며 행동하고 고민하고 그런 과정이나 인간관계가 중요했다. 그렇다면 학위 자체는 결과가 아니고 또 다른 과정을 위한 수단이다. 사이버대에서의 교육은 꿈을 이루는 수단이자 플랫폼이다. 학위 받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진짜 목적은 지금과 다른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 아닌가.”

- 글로벌화에 대해선 고민해봤나.
“아직은 특별하게 계획은 없다. 다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인터넷만은 세계 정상 수준이다. 사이버대가 잘하고 관계부처가 협력만 잘해준다면 전 세계의 학생을 흡수할 수 있다. 한류를 보라. 세계에 한국어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 층 많다.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이 전파되듯 한국의 교육도 가능하다. 동남아에 우리 사이버대 모델을 이식하는 교육부의 ‘한아세안 사이버대 프로젝트’처럼 다양한 아이디어 곧 나올 것이다.”

- 어떤 총장 되고 싶은가.
“사실 ‘이런 총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그보다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뭘까 고민했다. 총장은 비유하자면 대학이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100명 정도 단원이 있는데 악기가 다 다르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도 각각 노력을 많이 해 관객 앞에서 연주한다. 많은 악기가 다른 음을 내지만, 관객들은 한 가지 소리를 듣는다. 그게 바로 지휘자의 역할이다.”

- 좋아하는 지휘자가 있나.
“가라얀이 지휘하는 모습 봤다. 감명 깊더라. 그 사람 손놀림을 잘 보라. 그 많은 오케스트라의 소리들이 카라얀의 손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고 조화를 이룬다. 개별적인 소리가 한 명의 지휘자를 통해 나오는 거다. 총장이 할 일은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거다. 총장은 ‘내 뜻에 공감하면 같이 가자’고 해야 한다. 총장 혼자 잘한다고 한들 잘 되겠나. 다 같이 잘 해야 연주가 감동을 준다. 그리고 관객이 모인다.”

- ‘관객’은 대학에 오는 학생인가.
“그렇다. 총장이 잘 해야 구성원이 잘 따르고, 구성원이 잘 해야 대학도 잘 된다. 그리고 대학이 잘 돼야 학생이 모인다. 지금 열린사이버대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의 불씨가 필요하다. 내가 먼저 그 불씨가 되고 싶다. 성격상 앉아서 도장 찍고 결제하고 그렇게는 못 한다. 직접 발로 뛴다. 직접 뛰면서 교수들과 함께 가서 MOU 맺고 그럴 거다. 교직원들이 다 똑같은 불씨 품고 함께 가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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