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혼란에 빠졌다.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윤창중의 성추행 사건이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지기가 무섭게 지난 며칠간 대학가 성폭행 사건이 연일 주요 뉴스를 장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한 여교수는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27일 해임됐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연습실과 회식 자리 등에서 남녀제자를 수차례 성희롱한 의혹으로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가 학교에서는 해당 교수가 더 이상 수업을 유지할 수 없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을 들어 해임을 결정했다.

같은 날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이 대학 총학생회장이 여학생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함에 따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결정했다는 글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회장의 진술을 받는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2일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날 축제 행사 뒤 4학년 남자 생도가 술에 취한 2학년 여자 생도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낮에 전공교수와 생도 스무명 가량이 오전 체육대회를 마친 후 영내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오고갔다. 육사 측은 가해 생도를 구속 수사 중이고 육군은 별개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육사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육사 교장은 지난달 30일 전역의사를 표명했다. 육사가 여자생도를 받기 시작한 이래 처음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같은 사건들이 최근 몇일동안만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드러난 사건이 좀 많았을 뿐일 것이다.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선뜻 나서기가 힘든 것이 성폭행이다. 성폭행의 피해자들은 제2의 피해를 비켜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대부분 꺼린다. 피해자를 탓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피해자들이 성폭행을 유도했다는 식의 시선이다. 이같은 주위의 시선 때문에 계속 학교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당하고도 나서지 않은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 지는 그래서 알 수가 없다.

설사 피해자들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학에서 이같은 성폭행 사건의 발생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해당 사고를 일으킨 폭행자들의 잘못만으로만 돌리려고 한다면 이것은 또다른 문제가 된다. 성폭행과 관련해서 학내에서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나 성폭행 전문상담사를 배치하는 대학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비용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런 사건들이 터지면 의례 기다렸다는 듯이 성폭행 예방교육을 실시하곤 한다. 하지만 이같은 교육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진행되는지 얼마나 효과를 거두는지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울 뿐이다.

대학은 보다 진지하게 이 문제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대학은 사회에 나가 직업활동을 할 인력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곳이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학은 바로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책임의 중심에 있다. 성폭행은 인격살인이라고 했다. 더 이상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간, 선후배간, 동기간에 권력관계 속에서건 그렇지 않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방책을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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