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중앙대·한양대 “논문 수준 대폭 반영”

논문 실린 SCI 저널 등급 따라 교수간 점수차 ↑
경희대·연세대도 교수 업적평가 개선작업 착수

▲ 상위권 대학의 교수 업적평가 개선 현황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서울 주요 대학들이 교수들의 연구업적을 ‘양’보다는 ‘질’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잇따라 선회하고 있다. 같은 SCI 논문이라도 게재된 저널의 등급에 따라 점수를 차등화 하는 게 골자다. 교수들이 1~2편의 논문을 내더라도 질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결과적으로 세계대학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는 교수들의 논문이 실리는 국제학술지의 등급을 무려 7등급으로 세분화했다. 영향력지수(IF) 상위 0.5% 이내에 들면 ‘H(high)-1’급으로, 상위 2% 이내면 ‘H-2’급, 상위 20% 이내는 ‘H-3’급으로 분류했다.

교수들은 H-1급 저널에 논문을 실을 경우 자연계 기준 400점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H-2급은 240점이다. 이는 SCI 논문이면 무조건 ‘80점’을 부여하던 기존의 제도를 대폭 개선한 결과다.

고려대는 조교수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정교수 승진 시 필요한 점수를 ‘600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승진 심사자격이 주어지는 5년간 영향력 있는 논문 1~2편(단독저자 기준)이면 승진이 가능하게 됐다.

명순구 고려대 교무처장은 “최상위급 저널에 게재된 논문 한 편이면 승진이 가능하도록 업적평가기준을 개선했다”며 “질적으로 우수한 성과에 대해선 확실하게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도 작년 2학기 때부터 시작한 교수업적평가 개선 논의를 마치고,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공계의 경우 국제학술지를 IF에 따라 △상위 3% △상위 10% △상위 30% 등으로 나누고 점수를 차등화 했다.

손대원 한양대 교무처장은 “그 동안에는 논문이 게재된 저널의 IF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개선된 안에서는 IF를 대폭 반영했다”며 “때문에 질 좋은 논문을 쓰는 교수들의 경우 논문 편수가 적어도 승진이 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한양대 화학과의 경우 연간 10점 이상은 받아야 제 때 승진할 수 있다. 이번 개선안에 따라 교수들은 상위 3% 내 SCI 저널에 논문을 실을 경우 18점을 받을 수 있다. 상위 10% 이내는 12점, 상위 30%는 9점이다. 상위 10% 이내 저널에 연구논문 1편만 실어도 승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한양대는 이번 개선안을 오는 21일 있을 전체 교수 연수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이어 인문사회계열도 그간의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희대는 오는 연말까지 각 전공별로 연구 업적평가 개선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임성호 교무처장은 “논문에 대한 질적 평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국내외 석학들로 외부 평가단을 꾸려 질적 평가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최근 ‘교수업적평가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의 가동을 끝마치고,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정인권 연세대 교무처장은 “작년 2학기부터 올해 1학기까지 활동한 태스크포스팀이 최근 활동을 마쳤다. 그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질적 평가 중심의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는 기존 2개로 분류됐던 국제학술지 등급을 4등급으로 세분화 했다. 교수들의 논문을 질적인 수준에 따라 좀 더 세분화된 잣대로 구분하고, 이를 점수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논문이 게재된 SCI저널을 △상위 10% 이내 △상위 20% 이내 △상위 50% 이내 △상위 50% 미만으로 나누고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의 점수 차이를 2~3배 이상 나도록 설정했다.

특히 중앙대는 내년부터 정년보장 심사에 ‘동료평가’도 본격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교수들은 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평가단으로부터 자신의 연구실적에 대한 질적 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위원은 5명으로 꾸려진다. 해당 학과와 각 계열 인사위원회가 추천한 10명 중 5명이 위촉되는 것이다.

한상준 중앙대 교무처장은 이런 주요 대학들의 질적 평가 움직임에 대해 “그간 연구 논문의 양적 팽창에 치중해 왔던 국내 대학들이 질적인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수들은 교수들대로 자신의 연구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길 원하고 있고, 대학 입장에서도 세계대학 평가가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추세로 가고 있어 ‘가치 있는 연구’를 독려하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QS사의 세계대학 평가는 △학계 평판(40%) △졸업생 평판도(10%) △논문피인용지수·학생수(각 20%) △외국인 교수·학생비율(각 5%)로 구성된다. 해당 교수들의 연구 성과가 반영되는 학계 평판과 논문피인용지수가 무려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영국 더타임즈 평가에서도 연구실적(30%)·논문인용도(30%)가 60%를 차지한다. 교육여건(30%)과 국제화(7.5%)를 제외하고 기술이전 수입(2.5%)까지 합산하면, 순수 연구에 대한 질적평가 비중이 60%를 넘는 것이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대학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내 상위권 대학들로서는 교수들의 평가 기준을 이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손대원 처장은 “상위권 대학들로서는 세계대학 순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교수들도 연구에 있어서는 국제적으로 경쟁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