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KAIST와 경쟁, 인재선점 위해 우선선발 '꼼수'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서울대가 수시 우선선발 제도를 자연계열 최상위권 인재 선점에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아 제공한 ‘2005년 이후 우선선발 신입생 현황’을 살펴보면,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출신의 비율이 52%에 달했다.
서울대는 인문계열에선 거의 모든 계열 전국 최정상에 군림하지만, 자연계열에선 KAIST와 포스텍 등 이공계특성화대학과 인재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때문에 교육계에선 서울대가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출신 과학영재들에게 서류만 보고 단번에 합격을 결정짓는 ‘우선선발’ 특혜를 남용해 왔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서울대 우선선발은 경쟁대학들이 전형을 마치기도 전에 주로 자연계열 수재들에게 '최종합격'이라는 당근을 내미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고교 유형별 서울대 우선선발 신입생수는 과학영재학교 166명(39.1%), 과학고 · 전국단위 자사고 이상 각 55명(12.9%), 광역단위 자사고·외고/국제고 이상 각 26명(6.1%), 전국단위 자율학교 11명(2.6%) 순이었다. 일반고는 72명으로 전체의 16.9%를 차지했다. 자연계열 고교가 막강 경쟁력을 보인 가운데 인문계열 최고 명문인 외고와 국제고는 실적이 미미해 대조적이다.
고교별 서울대 우선선발 신입생 톱3는 과학영재학교가 나란히 차지했다. 서울과학고가 90명으로 2위 한국영재고 48명의 두 배에 육박했다. 경기과학고는 28명으로 3위에 자리했다. 이어 민족사관고등학교, 한성과학고 4위(이상 24명), 대원외고 6위(14명), 안산동산고 7위(13명), 하나고 8위(11명), 포철고 9위(9명), 인천과학고, 한일고 10위(이상 7명) 순이었다.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자연계열 고입에서 단연 전국 최강. 의외로 전국단위 자사고도 교내 자연계열 비중이 인문계열의 1.5~2배에 달할 정도로 이공계열에 강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실제로 과학고에 떨어진 이공계열 상당수가 상산고나 용인외고, 현대청운고 등 이공계열이 강한 전국단위 자사고로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선발에서 높은 실적을 낸 광역단위 자사고도 뜯어보면 자연계열에 특화된 학교들이다. 13명의 우선선발 신입생을 배출한 안산동산고는 2~3학년 계열별 반 편성에서 자연계열이 6, 인문계열이 4를 차지한다. 교육부 지정 과학 교육과정 특성화학교이기도 한다. 해운대고 역시 의대진학자 수가 한 해 50명을 넘나드는 전국적인 자연계열 명문이다.
우선선발자를 배출한 일반고 역시 상당수가 과학중점학교나 과학영재학급 운영교로 지정돼 있어 갈곳없는 과학영재들이 마지막으로 안착하는 학교들이다. 현재 자연계열 고교입시는 과학영재학교-과학고-과학중점학교(혹은 과학영재학급 운영교)로 이어지는 3단계로 이뤄진다. 우선선발자 2명을 배출한 대기고와 반포고, 서울고, 서초고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의 자연계열 우선선발 편중은 과거완 달리 이공계특성화대학이 도입되면서 급격히 추락한 서울대 자연계열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서울대는 지난해 입시에서 KAIST 부설인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에게 10장의 우선선발 카드를 남발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서울대 대신 KAIST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 최상위권 대학의 특성화학과들도 서울대를 위협하고 있다. 졸업 후 정부기관 특채 보장과 100% 장학금 혜택을 내세운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의 경우 합격자 대부분이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 출신일 정도다.
최근 한 일간지는 대학평가에서 서울대를 성균관대 아래에 랭크해 빈축을 샀다. 대기업 계열 신문사의 대학평가로 신뢰도는 낮은 편이지만, 서울대가 사립 종합대에 뒤지긴 사상 처음이란 점을 감안하면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대가 적어도 자연계열에서 만큼은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되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