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대학·강사단체 유예에 따른 후속대응 착수

재정문제 해결·이해당사자 소통과 합의 중점 화두 될 듯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신나리 기자]‘악법(惡法) 중의 악법’으로 불리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2년 유예안이 19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국회 교문위 소속 위원들은 12월 임시국회 첫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 이날 오전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강사법 2년 유예안을 제1 논의안으로 끌어올려 우선 통과시켰다.

이미 여야가 모두 합의한 상태라 이번달 말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강사법 시행 시점은 기존 2014년 1월 1일에서 2016년 1월 1일로 유예된다.

강사법은 지난 2010년 고(故) 서정민 조선대 강사가 논문 대필 등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자살하자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생활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지난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의해 통과된 법이다.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를 전담하는 강사에 한해 △공개채용 △재임용 기회 제공 △4대 보험 보장 등 채용요건과 처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간강사 대량 해고 우려, 실효성 논란 등으로 대학과 강사 양측의 반발을 샀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년 유예안을 발의했으며,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의 반대로 올해 초 1년 유예됐다. 올 한 해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대체법안 작성과 유예 여부를 대학 관계자들과 꾸준히 논의해 왔으나 논의는 제자리걸음만 거듭했다.

윤관석 의원실 보좌관은 “강사법이 한 차례 더 유예되고 기간 역시 2년으로 늘어난 만큼 대학과 시간강사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대체입법 법안이 도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가 “한숨 돌려…대체법안 작업 서둘러야”=강사법 유예가 확실하다는 소식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한 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정재호 비정규교수노조위원장은 “유예기간 동안 시간강사단체간 간극을 줄이는 등 대체법안이 최대한 많은 시간강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거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전북대 총장)은 “강사법이 유예되지 않았더라면 대학가에 대란이 일어날 뻔했는데 한숨 돌린 상황”이라며 “앞으로 2년간 여야 그리고 대학, 강사단체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합의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추출해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 대체법안을 도출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고석규 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목포대 총장)은 “대학 현실에 맞지 않아 모두가 원치않았던 기존 법안이 유예돼 다행이긴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2년은 결코 길지 않다. 최대한 서둘러 논의를 재개해 상호 양보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금옥 순천대 기획처장은 “강사법이 유예돼 덕분에 내년도 강사 수를 줄이거나 수업 수를 축소하는 일은 거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대학·강사단체간 생산적 논의가 관건=고석규 총장은 “대체법안은 근본적인 해결책과 단기적인 보완책을 담아내야 하는 만큼 누가 논의를 조정할 주체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각 단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학의 유형과 소재지 등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방안은 다각도로 모색하되 모두가 이해할 만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명순구 고려대 교무처장는 “강사들의 경제적 처우와 안정된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 강사법의 주요 골자인 만큼 각 이해당사자들은 재정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는 개별로 강사들의 처우를 높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나서서 연금 개인부담금이나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는 등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사법 유예가 확실시됨에 따라 교육부에서도 강사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중단하고 대체법안을 내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서남수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강사법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내달 구성될 TF에는 국회, 정부, 대학, 비정규교수노조 등이 고루 포함될 예정이다.

한편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와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는 23일까지 전국 대학 교무처장들을 대상으로 ‘강사법 시행관련 대학의 후속조치 현황 및 향후 대책 방향 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미 지난 1년간 전국 대학들이 시간강사들을 해고하고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등 강사법에 대비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에 직접 대학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1년간 전국적으로 해고된 강사 규모와 축소된 강의 수 등 한층 정확한 수치 자료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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