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152개 전국 사립대 조사결과 ‥ 등록금인상 억제 시기와 맞물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A대 대학원 전기공학과는 지난해 파워서플라이와 오실러스코프, 멀티미터기 등을 구매했다. 그간 사용하던 장비들이 노후하거나 고장이 잦아 수업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기기로 수업을 받던 대학원생들은 실습이 끝난 다른 조의 기기를 빌리는 식으로 장비를 익히기도 했다.

노후한 장비로 실험할 경우 정확한 실험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 학과 조교 오병석(전기공학 석사과정)씨는 입력한 값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낡았거나 고장난 장비는 값이 일정치 않아 실험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숙한 학부생들은 제대로 실험을 진행하지 못한 채 수업이 마무리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의 실험실습 장비가 낡았지만 예산문제로 교체시기가 늦어지거나 교체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실험실습용 기자재의 구입비 등 교육여건 예산이 답보상태라는 지적이다.

12일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는 152개 사립대학의 실습비와 기자재구입비를 분석한 결과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1995년 6만 5000원에서 2005년 13만 8000원으로 10년간 두배 가량 상승한 뒤 2012년까지 7년간 16% 오른 16만 1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생 1인당 기자재구입비도 지난 2011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다. 1995년 24만 7000원이던 기자재구입비는 2000년 32만 6000원, 2005년 34만 9000원으로 올랐다. 2011년에는 37만 1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12년에는 33만 3000원으로 하락했다.

대교연 측은 교육여건 관련 지출비용이 증가한 것은 등록금 인상과 산학협력단 설치, 실험실습기자재 확충 등을 명시한 ‘학교법인 및 사립대학 예산 편성 및 유의사항’ 지침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 “2012년 기자재구입비 등이 하락한 것은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가 가장 큰 원인이다”며 “2012년은 1990년 등록금 자율화 이후 처음으로 등록금인상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라고 강조했다.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각 대학의 기자재 구입비 등은 답보상태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는 2011년 이공계 기자재 구입비로 12억 2000만원을 지출했고,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2억 5000만원씩 지출해 3년째 관련 예산이 12억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자재 구입비 등은 대학별 편차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2년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가 가장 많은 대학은  한국항공대로 133만 4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가 15만원 미만인 대학이 조사대상 중 3분의 2에 달하는 102곳에 달해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교연 측은 “실험실습비와 기자재 구입비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현장성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라며 “대학 자율에 맡겨진 현행 법규정을 고쳐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유의미한 지표가 되도록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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