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기업결정에 ‘거수기’ 역할, "용돈벌이로 전락" 비난도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서울대 교수 92명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기업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방만 경영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대학교수나 권력기관 퇴임관료 등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6일 국회 교문위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교원 겸직현황(2014년 6월 25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전임교수 2209명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396명이 영리·비영리 법인의 직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외이사는 92명으로 이 가운데 23명은 2곳의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고 있었다.

서울대 교수 5명 중 1명꼴로 영리·비영리 법인의 대표·감사·이사직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2명은 거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등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데, 개인별 찬반 여부가 확인되는 이사회에서 안건 찬성률이 100%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교수들이 사외이사 활동의 댓가로 받는 평균 연봉은 4234만원에 달했다. 가장 많이 받는 이는 최종원 행정대학원 교수로 SK하이닉스(7800만원)와 두산건설(6000만원)로부터 1억3800만원을 받고 있다. 송재용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모레퍼시픽(7200만원)과 롯데제과(6000만원)에서 1억3200만원을, 최혁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SK이노베이션(6500만원)과 GS건설(6000만원)에서 1억2500만원을 받는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유명한 김난도 생활과학대학 교수도 제일모직 사외이사로 5520만원을 받는다. 서울대 총장 후보에 출마했던 박오수 경영대 교수는 대한항공 사외이사로 4800만원, 이우일 공대교수는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4000만원을 각각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는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3089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고액연봉 논란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단과대학으로 분류하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교수들은 경영대·경영전문대학원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대 22명 △법학전문대학원 10명 △사회과학대 8명 △의대·치의대학원 5명 △국제대학원 5명 △자연과학대·농업생명과학대 각각 4명 △생활과학대 2명 △행정대학원 3명 △인문대·수의대 각각 1명 순서였다.

대학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불법은 아니다. 서울대 교수들의 경우 사외이사를 하려면 ‘전임교원 사외이사 겸직 허가에 관한 지침’에 따라 총장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해당 지침은 ‘사외이사 겸직 교원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범위에서 해당 회사로부터 교통비, 회의수당, 업무활동비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명시 돼 있다.

정진후 의원은 “우리나라의 사외이사는 1년에 3~4번 이사회에 참석해 모든 의사결정에 100% 찬성하는 그야말로 거수기 노릇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며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국립대교수들이 사외이사로 고액연봉을 받는 등 사회적 역할에 둔감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원은 나아가 교수들이 1개 이상 사외이사를 겸직 하지 못하도록 하고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교육공무원법, 서울대학교법 등에 이들의 활동에 대한 1개 이상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하고, 연봉의 최고액을 설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학교에 신탁하거나 기부하는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2개 이상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람은 기업별로 분리해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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