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접어들면서 정부는 대학의 산학협력을 강조하며  그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3년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내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면서, 지난 10년간 대학은 산학협력의 주체로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서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나아가서는 국가발전을 위한 기본요건이 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학이 기업 또는 시장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내외 산학협력의 태동부터 현재, 나아가야 할 방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학교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호남지역에서 중소기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산학협력’을 ‘학교의 짝사랑’이라고 표현했다. 기업은 대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에 산학협력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산학협력’을 두고 대학과 기업의 시각차가 상당하다. 교육부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LINC)'을 하며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총 2388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산학협력’을 ‘대학의 미래’라고 주창했다. 대학 역시 산학협력 전임교수를 뽑고 ‘가족회사’로 기업체와 업무협약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기업체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학이 ‘산학협력’을 외치고는 있지만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방안은 내놓지 않고 학생을 현장실습 시키고 취업률을 올리는 ‘도구’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대학, 산학협력의 ‘동상이몽’

산학협력단은 대부분 ‘가족회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회사란 대학의 전공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체(기관) 간 상호 동반자적 관계에 기반을 두어 공동교육과정 개발, 기술교류, 공동연구개발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실험실습장비와 시설의 상호활용을 통해 대학과 기업이 유기적이고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산학협력 교류시스템이다.

보통 대학은 기업의 가족회사에 고급 연구인력과 시설, 장비를 제공하며 가족회사의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하겠다고 약속한다. 학생들의 취업도 대학이 ‘가족회사’에 바라는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체라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졸업생을 가족회사에 취업하도록 연계시킨다는 것이다.

산학협력이 활성화 되면, 기업은 업체의 특성과 대학의 특성이 맞을 때 기술을 교류하고 R&D 역량을 확충할 수 있다. 필요한 우수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업이 산학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이렇게만 보면 기업과 대학, 취업을 원하는 학생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산학협력’이다.

하지만 산학협력을 두고 대학과 기업 모두 윈-윈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업은 산학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학이 ‘홍보’나 ‘정부정책’을 위한 목적으로 산학협력을 대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컴퓨터 서버와 솔루션, 전산과 관련한 중소기업에서 본부장으로 있는 한 관계자는 대학과의 업무협약이 서류에서 시작해 서류에서 끝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는 기술개발을 포함해 이런저런 협약 조건을 쓰지만 대부분 서류상에서 끝난다. 내부적인 협약서를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대학 동문이거나 기업체가 대학에 물품을 납품·판매하는 경우 대학과 교수의 업무협약 요청을 모른 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학이 바라는 인력채용 역시 기업은 다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와 관련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기업체 대표는 기업이 원하는 실무 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다보니 채용이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 대표는 “산학협력과 관련 교수가 직접 기업을 방문하며 열심히 학생을 소개하고 채용을 부탁하기에 실제로 채용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초기의 설명과 달리 실무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난감했다”라며 “중소기업은 실무 능력이 중요하다. 대기업이라며 업무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겠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수 없는 환경이기에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불만은 중소기업이 대학과 산학협력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한국무역협회가 펴낸 '중소기업 인력지원정책 현황 및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산학협력을 알고는 있지만 활용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100명에서 300명의 직원이 있는 중소업체 중 산학협력을 인지하고 있는 비중은 80%에 달하지만, 이들 중 산학협력을 활용하는 곳은 30.7%에 불과하다. 기업이 산학협력을 신뢰하거나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은 대학대로 할 말이 있다. 기업에서 실무능력을 강조하며 대학의 교육과정에 이를 포함시켜달라 요구하지만, 사실상 대학에서 모든 기업의 입맛에 맞는 과목을 개설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산학협력단장은 “기업체는 기업과 관련한 교과목 개설과 운영을 강조한다. 하지만 대학의 교과과정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막상 만든다 해도 만들었더니 기업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거나 기업이 채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교과목 개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이 학생의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운영하는 ‘산업체의 현장실습’ 역시 기업이 현장의 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질 떨어지는 업무를 반복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8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년시민단체인 청년유니온과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학협력 현장실습이 애초의 ‘교육실습’이라는 목표와 다르게 산학협력 기업들의 성수기 시즌의 ‘대체인력’이나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호텔조리학과, 실용예술학과 등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과 인터뷰한 결과 제대로 된 교육실습이 아닌 단순 업무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산학협력의 성과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내실화를 다져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특성에 맞는 산학협력과 대학 내에서 산학협력단의 위치가 변방이 아닌 중심에 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길용수 대학경영연구소 소장은 “대외 홍보를 위한 단기적인 업무협약이 아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내실화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 산학협력단이 중요한 위치로 자리잡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과 소통하려면 대학에서도 일부 정책이나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대학이 산학협력에 더 관심을 갖고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대학의 운영주체를 꾸릴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모 대학의 취업진로센터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다 지금은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춘희 해피플러스 대표는 캠퍼스의 실용화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산학협력을 위해 기업을 찾으며 공동 연구나 기술개발을 제안하는 교수들도 많다”라며 “문제는 아직도 대학의 문화가 현장의 실용기술과 경험을 가볍게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산학협력을 앞장서는 것을 ‘외도’로 보지 말고, 실용학문으로 대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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