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 연결고리 기술지주회사 제 역할 해야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중소기업과 대학의 연구협력이 감소세다. 중소제조업의 연구 개발 시 대학과의 산학협력 비중은 2004년 67.3%에서 2010년 44.4%로 크게 줄었다. 연구와 기업의 가치창출이 동 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올해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산학간 지식전달정도 29위, 기업의 혁신역량 28위, 지식재산권 보호 정도 41위 등 최하위에 머물렀다. 연구는 연구대로 이뤄지지만 기업의 가치창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R&D부분에서 중소제조업체들이 산학협력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자체개발 비중을 크게 높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지난 1월 펴낸 ‘창조경제, 중소기업 R&D 산학협력에서 해답을 찾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조제조업의 산학협력 비중은 2004년 67%에서 2010년 44%로 낮아진 반면 자체개발 비중은 2002년 54%에서 2010년 82%로 증가했다.

연구 상용화 역시 투자에 비해 실적이 더디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많지만 실제로 상용화 되는 예는 적다. 한국연구재단의 ‘2011 대학산학협력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보유기술의 이전율(2011년 16.4%)은 미국(2010년 25.4%)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연구 분야 투자 규모가 GDP대비 R&D 투자 비중은 4.03%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연구 성과 역시 좋은 것에 비하면 상용화 실적이 낮은 편이다. 한국의 SCI논문실적은 2011년 기준으로 세계 11위, 국제특허(PCT기준) 출원 실적은 2011년 기준 세계 5위다.

이는 대학이 상용화가치가 있는 기술을 연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산학협력 중점교수를 뽑고, 특허출원 등 산학협력 성과를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등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각 대학들이 산학협력 친화형 체제로 개편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은 실적 채우기에 바쁠 뿐 정작 상용화 가치가 있는 기술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대학의 산학협력 체계 역시 연구를 장려하기 보다는 실적을 위한 체제다. 최근 2~3년 간 대학들은 산학협력 실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 체제를 개편했다. 상용화를 위한 기술보다는 성과를 내기 위해 특허를 신청한 기술들이 많은 이유다.

이에 기업이 상용 가능한 기술을 위해 특허의 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관수 전국대학연구산학협력관리자협의회 회장은 “실제로 기업들이 요구하고 상용화 가능한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해 특허의 질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화학공학)는 “대학이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게 하려면 대학과 기업이 만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기술기반이 허약한 중소기업들이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한눈에 확인하고 필요한 기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산학 간 연결고리 역할, 기술지주회사는?
상용화 할 수 없는 연구를 위한 연구 대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산학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기술지주회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과 연구 성과를 실용화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사이에서 기술지주회사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이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산학협력단이나 연구기관이 가진 기술의 사업화(R&BD)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기술을 사업화 할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지배한다. 2008년 한양대에 기술지주회사가 처음 설립된 이후 현재 대학가에는 31개의 기술지주회사가 들어섰다. 그러나 현재 기술지주회사들 중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접어든 곳은 사실상 없다.

이는 기술지주회사가 들어선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 탓도 있다. 회사로서의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갖추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단을 비롯해 기술지주회사 운영이 비전문성에 기대있어 연구 상용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지주회사가 연구 성과의 상용화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체계가 아닌 학교에 소속된 행정부서처럼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협력할 상대기업을 평가하고 협력체계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초기에 들어선 몇 개 대학의 기술지주회사의 경우 제대로 사업성도 판단하지 않은 채 투자했다 ‘쪽박’을 찬 경우도 있다. 서울시내 모 대학의 한 기술평가사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협력할 기업을 골라야 하는데 투자심의위원회 위원도 다 사업체 경력 없는 교수들뿐이었다. 초기에 투자금만 쏟아 붓다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전락한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에 잠자는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려면 기술지주회사가 안정적으로 선순환 구조에 안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일호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협의회장(성균관대 교수)은 “실용화 가능한 기술연구에 교수들이 매진할 수 있도록 사전지원금을 제공하는 겻도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지주회사는 확실히 실용화될 수 있는 기술인지를 평가하고 상용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대비 효과가 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대학과 기업 간 기술연구와 상용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도 생태계 조성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원용 중앙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의과대학 교수)는 “세제혜택이 필요하다. 학교 소속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창업에 나설 때와 달리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창업하면 세제혜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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