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도입 공청회 개최…등급·분할 점수 책정방식이 쟁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여부가 연일 화제인 가운데, 교육 전문가들을 비롯해 고교 교사와 입시 관계자들은 절대평가 방식에 대해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4~5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 분할점수는 전문가위원회에서 매년 난이도에 따라 논의해 결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관련 정책연구를 맡은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2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1차 공청회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과 평가방안 등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기준은 학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현실적이고, 결국 응시자들의 성적을 등급으로 나타내게 될 것”이라며 남아있는 쟁점은 결국 등급 개수와 등급 간 구획점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미 절대평가를 도입한 수능 한국사 영역과 같이 영어영역도 9개 등급으로 나누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영어능력평가(NEAT)와 같은 4~5개 등급안이 적절하지만, 대학 입학심사과정에서 변별력을 살리고, 교육부 입장에서도 다른 영역과의 균형을 위해서는 9개 등급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처럼 각 등급안이 안고 있는 장단점을 언급하며, 결국에는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지난 1994년부터 20년간 실시돼 온 현행 수능체제의 공과를 짚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8월 2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간담회에서 “(수능 영어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로 전환될 경우 수험생들에게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중간 단계를 두고 연착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교육을 정상화 하겠다고 밝힌 뒤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이뤄졌다.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쉬운 영어’가 예상돼, 과연 과도한 영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영어학습 동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행 대입전형 환경에서는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린 구체적인 평가방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강태중 교수에 이어서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박찬호 계명대 교수는 보다 절대평가 점수 체제에 집중해 장단점을 제시했다. 등급별 분할점수를 도출하는 데에는 사전에 점수대에 따른 등급을 설정해 산출하는 ‘고정 분할 점수 방식’과 전문가 위원회에서 등급별 최저점수를 결정하는 ‘내용 분석에 의한 준거 설정 방식’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고정분할 점수 방식은 100점, 90점, 80점, 70점에 따라 A, B, C, D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므로 이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연도별 시험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수준이 상이할 수 있다. 내용 분석에 의한 준거 설정 방식은 별도 전문가 심의 과정을 거치므로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고 점수 도출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이론적 근거가 분명하고 연도간 난이도 차이가 있더라도 등급은 안정적으로 구분된다는 장점이 있다.

박 교수는 등급 수에 대해서는 9개 등급안, 4~5개 등급안과 더불어 자격고사로 수능이 활용될 경우 2~3개 등급안도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절대평가 체제로 바꾼다고 해서 1~2점 차이로 등급이 바뀌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떤 방식의 점수체제를 택하는 것이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가장 살리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상계고등학교의 최은경 교사를 비롯해 김신영 한국외대 교수,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이길영 한국외대 교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신영 교수와 이길영 교수 역시 4~5개 등급으로 나누는 방안이 고교 영어교육을 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상진 부소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 비중이 늘어나는 수학영역에 대해서도 절대평가 도입을 고려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공청회에 이어 24일 광주 전남대 대학본부 용봉홀(호남제주권), 29일 부산 교육청 4층(영남권)에서도 공청회를 열고 교육전문가 및 수험생·학부모들의 의견을 담아 올해 안에 절대평가 도입방식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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