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적 과제

우리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들이 참 많다. 당장 해결해야 할 것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①민족적 국민국가의 완성 ②풍요로운 사회의 실현 ③통합적인 사회체제의 구축 ④공공성의 시민문화 확립 등이다. 첫째로 민족적 국민국가의 완성은 통일조국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분단체제로 민족끼리 대결하는 '한없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족분단은 비정상성의 극치이며, 같은 민족이 둘로 나눠 싸움질하는 일도 참담한 비극이다. 하나의 민족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어야 정상국가가 될 수 있다.

둘째로 가난한 국가는 멸시의 대상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30여 년의 피땀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한층 발전된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도 지금의 경제주체나, 노사 대립의 잔존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최고수준의 과학기술과 합리적인 경제체제와의 결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시장만능주의와도 결별을 고해야 마땅하다.

셋째로 통합적인 사회체제는 복지국가를 의미한다. 국민국가로의 발전은 특정 세력의 과두 체제화를 가져왔으며 그 때문에 ‘한 세상 두 세계’의 사회분열도 조성되었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복지사회의 실현이다. 과도한 복지정책이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복지정책만이 그렇다. 오늘의 글로벌 경제 위기도 복지정책 때문이 아니라 국제적인 투기꾼과 사악한 금융업자의 ‘지나친 돈놀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격적인 덕성에 바탕을 둔 시민문화는 모두를 사람답게 생활하게 하는 공공성의 문화정치를 의미한다. 개개인의 덕성이야말로 인간적인 가치실현의 기준이며 시대나 사회를 올바로 나아가게 하는 공공성의 확립을 가져오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염치와 예의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적인 관계의 형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2. 이를 위한 정치가와 국민은

이들 과제를 해결해야 할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하나의 의문이 떠오른다. 과연 오늘의 정치가와 국민이 이들 문제를 바르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의 높은 지적 훈련과 실천적인 경륜에 올바른 시대성도 요구된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허기야 이런 사정은 정치가에게만 국한된 문제일 수도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하지만 이 일에는 적지 않는 어려움이 따른다. 낡은 깃발에 불과한 이데올로기의 분열을 극복해야하고 민족의 대 경륜과 실천적인 정치가적 의지도 요구되고 있다.

이들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 두 가지로 비교해 보기로 하자. 하나는 수평적인 비교로 지금 우리의 정치가와 국민을 다른 나라의 정치가와 국민의 수준에다 비교해 보는 일이다. 이웃의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정치가와 국민의 수준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다른 하나는 수직적인 비교로 우리 역사에서의 지도자와 백성들의 열정과 지금의 정치가와 국민의 의식을 비교해 볼 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민족분단이 70년이 되고 있는데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 정치가와 국민의 책임과 유한을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3. 당장이라도 고쳐야 할 것은

정치가와 국민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제도로는 그런 기대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교육제도와 내용으로는 개인적인 입신양명에 약삭빠른 사람만 길러낼 뿐이다. 둘째로 정치가의 충원양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성 정치가에 대한 추종으로 정치가가 되거나, 의분에 가득 찬 정치투쟁으로 이름을 얻어 정치가가 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셋째로는 정치가를 지지하고 선택하는 국민의 정치적인 태도도 바꿔져야 한다. 바른 정치가를 구분하지 않고 동향이고 동문이면 밀어주는 정치태도로는 올바른 정치가를 기대할 수 없다. 위대한 지도자와 깨어난 국민이 손잡는 그런 세상이 더 없이 기대되고 있다. 민족의 과제를 해결할 정치가와 국민에 대한 기원도 부질없는 꿈일 수 있다는 비감이 드는 것을 필자의 노추함으로만 치부하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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