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퓰리즘에 이용, 대학도 편승한 결과"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정윤희 기자] 서남대 의대의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의대 유치전을 화려하게 펼쳤던  대학들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 의대 신설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미리부터 의대 유치전만 요란스럽게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표심잡기를 위해 의대 유치를 공공연하게 부각시키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지난달 31일 서울행정법원은 서남대 의예과의 모집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남대는 의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서남대 의예과가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한 다른 대학에 의대가 신설되거나 기존의 의대가 정원을 늘릴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총정원'으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의대 유치에 심혈을 기울인 대학들로서는 이번 판결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앞서 공주대를 비롯한 목포대, 순천대 등은 의대 유치를 위해 '의과대학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들 위원회는 지역 주민의 서명을 받으며 의대 유치를 강력히 추진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 중에는 의대유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지역 민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의과대학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한 공주대는 지난달 31일까지 의대유치를 위한 서명인원이 총 13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목포대와 순천대도 의대유치를 강력히 희망해온 대학들이다. 목포 출신 거물급 정치인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90년대부터 목포대와 함께 의대 유치 운동을 벌여왔다. 순천대 역시 2012년 12월부터 서명운동을 받는 등 의대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순천대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 대학은 서남대 의대의 존속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의대유치를 접을 단계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공주대 관계자는 "지난해 서남대 의대 폐과 분위기가 의대유치 추진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남대는 의대를 유지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의대유치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목포대와 순천대 역시 의대유치 계획에 큰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순천대의 한 관계자는 "서남대 의대가 유지되는 것에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열악한 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의과대학이 필요한 만큼 유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의대 신설이나 정원증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중장기 인력수급 추계를 통해 현재 의료인력이 적정한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느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지는 교육부 소관"이라며 "연구결과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또 거쳐야 한다.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공식적으로 대학이 의대 유치를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다며 의대 신설은 여러 부처가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의대 유치를 말한 대학은 없다. 민원이나 공문을 통해 이를 요구하거나 접촉한 곳도 없다"라며 "언론보도를 통해서 대학이 의대 유치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곳도 있다"며 지역과 대학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치인들이 매번 의대유치를 공약으로 내놓는 등 지역 표심잡기에 의대 유치를 편리하게 이용했고 대학들은 또 여기에 편승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의대 유치전을 벌였던 한 대학 관계자는 "사실 의대유치는 대학과 지역사회가 요구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간단한 일이 아닌데도 정치인들은 선거만 있으면 지역의 의대 유치를 공약집에 넣고 지역민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도 "공약사항에 의대 유치를 넣고 외치는 정치인이 많다. 언제 실현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구호만 난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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