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유망 분야 1순위… 실제 투자는 아직 미진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10마일로 기어가는 교육체계가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을 과연 준비시킬 수 있겠는가” 미래학자 엘빈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일갈한 것처럼 그간 교육계는 산업 변화에 뒤처졌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대학들이 달라졌다. 산업 변화 속도에 발맞춰 대학에서 학과나 전공을 개설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단국대는 올해 원자력융합공학과와 데이터사이언스학과(석사과정)를 신설했다. 숙명여대도 지난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경영론 교과목을 석사과정에 도입한데 이어 올해 △ICT융합경영과 IoT △IoT 상품 전략 연구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비즈니스모델 설계와 분석 △머싱러닝 관련 과목을 정규과목에 개설한다.

■ 변화하는 IT환경 대응 위해선 과목 개설 유연해야 = 대학들의 이런 신설 과목 개설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정책·산업대학원)는 “사물인터넷 관련해 정규과목으로 개설한 곳은 다른 곳에 없는 것으로 안다. IT융합 전공 관련해 유망 직종을 찾다보니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분야이기 때문에 과목을 개설했고 다음 학기에는 이를 보다 심화해서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물을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말하는데, 유수의 기업에서 미래 산업의 화두로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 Inc.)는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13년 2000억달러에서 2020년 1조90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 예측키도 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과목 개설에서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문교수는 “IT는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것을 계속 도입해야 한다. 정책·산업대학원은 매학기 필요한 과목 개설이 교수 재량에 맡겨져 있어 산업체 변화에 대응하는 데 강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대학원이나 다른 대학 중에는 과목개설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들의 이런 과목 개설에 대해선 이미 늑장대응이란 지적도 나왔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은 20년 전에 이미 학문으로 만들어 대학에서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늦은 것”이라 진단했다.

■ 에너지, 미래 유망 직종 1위… 정부 투자는 글쎄 = 에너지는 대표적인 미래 유망 산업으로 손꼽힌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1월 11일 발표한 ‘한국의 직업지표 연구’에 따르면 10년 후 가장 유망 직종 1위에는 ‘가스·에너지 기술자 및 연구원’이 꼽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3년에서 2014년까지 412개 직업 분야 현직자와 직업전문가 대상으로 각각 8360건, 8272건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에너지는 미래의 메가트렌드를 살필 때 일자리나 부가 가장 많이 창출되는 분야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에서도 에너지 관련 학과는 수년간 꾸준히 신설되고 있다. △상명대 에너지그리드학과 △아주대 에너지학과 △동국대 경주캠퍼스 원자력에너지학과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과 △경상대 신재생에너지융합학과 등 전국 대학에서 에너지 관련 학과도 다수 개설돼 있다.

하지만 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인프라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박진남 경일대 교수(신재생에너지학과)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산업 육성을 위해 획기적인 투자는 거의 없다. 신재생에너지가 확산되려면 보급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정부 노력은 미흡하다.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약하기 때문에 정착하려면 정부에서 초기 보조금 통해서 산업이 성장하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설학과의 경우 기반 형성의 좀처럼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류준형 동국대 경주캠퍼스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학과장은 “학과 설립 당시에는 과 선배가 없다보니 학생들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자격증 하나 신청할 때도 에너지는 기계과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회적 인식이 아직 미진한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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