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을 왜 하나? 사람답게 살아가는 착하고 좋은 사람 만들자고 한다. 당연한 대답이다. 그러면 교육 많이 받았다는 사람들 중에서 나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무언가? 전문가라도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이 정말로 대답을 못하는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음에도 평생을 착하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민초들의 인격은 어떤 교육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학자 김인회 교수가 '살며 생각하며'를 통해 던지는 한국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을 만나보자.

타고나는 생존능력의 기준에서 볼 때 사람은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못한 미숙아다. 사람과 유전인자가 98.4%나 같은 침팬지 새끼조차도 어미젖을 떼는 순간부터 저 혼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닐 줄 안다. 다른 동물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오직 사람만이 생존능력이 미완성인 채로 태어난다. 그래서 인류는 출생 이후 오랜 가르침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미숙아인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이라는 일은 인류 생존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 온 셈이다. 사람에게는 태어난 이후 모든 삶의 시간이 수업시간인 것이고 삶 자체가 교육인 셈이다.

그런데 근대 국가주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학교라고 하는 제도적 교육기관에서 베풀어지는 교육만이 진짜 교육이고 그 밖의 모든 삶의 경험은 무가치한 것처럼 믿는 유행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근대 국가는 군대, 관료, 기업, 학교라고 부르는 네 개의 기둥 위에 세워진 유기체를 닮은 약육강식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근대 국가의 네 기둥들은 속성이 서로 비슷하다. 대체로 중앙집권적, 권위주의적, 집단주의적, 일원론적, 서열 중심적, 획일적, 공급자중심주의적, 분업적 속성을 공통적으로 지닌다. 특히 학교의 경우는 군대와 거의 모든 부분에서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20세기까지의 학교교육은 군대와 관료 후보자, 그리고 산업역군의 양성과 배치를 위한 국민 예비훈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름도 국민교육이고 의무교육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근대 역사에 한 발 뒤쳐졌던 때문에 피식민지시대를 겪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근대국가를 향한 경쟁에 몰두하여 전란을 치르면서도 후진국들 중 문맹퇴치 속도, 취학률 증가속도, 경제성장속도에서 모두 최선두를 달려 불과 반세기 남짓 만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사람은 다 같이 탄압 받거나, 다 같이 굶주리고 못 살 적에는 서로가 평등하다고 느끼다가도 일단 자유를 얻고 가난을 면하면서부터는 경쟁에 몰두하게 되고 상대적 박탈감, 불평등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인의 심성 속에서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역동성이 한 번 발동하기 시작하면 겉잡기 힘든 경향이 있는 듯 싶다. 이 역동성 때문에 한국은 20세기 국가주의시대 방식의 경쟁에서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 단적인 예가 교육경쟁력 상승이다.

그런데 20세기에서는 성공적이었던 한국식 교육경쟁력이 21세기에서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처지이다.

첫째로, 오늘의 21세기는 더 이상 20세기, 어제의 역사가 아니다. 역사의 계절이 이미 바뀐 것이다. 20세기까지 겨울이던 계절이 이제 봄으로 바뀌고 있다. 봄이 왔는데도 겨울옷만 강매하려드는 한국교육은 역사의 계절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 교육제도와 체제, 내용 등의 문재를 전문가의 안목으로 지적하고 처방하는 것이 무의미 무가치한 실정이다. 알고 모르고, 옳고 그르고의 이유 때문에 교육이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은 교육과 관련되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그 기득권의 세력과 범위가 너무나 크고 넓은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 김인회 교수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1969년 이화여대에 부임했고 1980년 연세대로 자리를 옮겨 2003년 정년퇴임했다. 한국교육사학회 회장, 연세대 박물관장, 한국교육철학회 회장, KBS객원해설위원, 혜곡최순우기념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재)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기금 이사장, 한국박물관교육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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