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밀려 대학은 혼란 가중…같은 법안 놓고 시각차 여전
[한국대학신문 차현아·김소연 기자] 기성회계를 둘러싼 국공립대 대학가의 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성회계 대체법안 마련은 2월 임시국회의 몫으로 넘어왔다. 여야의 기성회비 대체법안 논의는 공회전 중이다. 총장과 교수, 학생, 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은 2014년도 기성회 예산 집행 종료를 앞두고 2015년도 학교 살림살이 운영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 새학기 앞두고도 대체법안 없어 ‘혼란’=국공립대 구성원들은 기성회계 대체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하고 있는 혼란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무엇보다 기성회 직원들은 고용 불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기성회 예산집행은 오는 2월 28일로 마감된다. 기성회 예산을 통해 고용된 형태였던 기성회 직원들도 지난해 기성회 예산 집행 종료와 함께 고용 보장이 어려워진다. 법안 합의 내용에는 기성회 직원들을 고용해지 후 재계약을 통해 고용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 중 30%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회 직원들은 현 상황을 혼란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계약 이후에도 같은 고용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성회 직원들에게만 지급되던 보조수당 경비도 삭감될 조짐이다. 기성회 직원들은 이것이 20%의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지수 전국대학노조 충남대지부장은 “기성회계는 국가가 책임을 놓고 방기했던 것이다. 학생들이 국가가 책임지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 결국 기성회 직원들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후퇴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혼란은 학생들에게도 다가온다. 등록금 고지를 앞두고 새 학기 등록금을 논의할 등록금심의위원회 일정이 목전에 있다. 올해부터 학생들은 기성회비 대신 수업료를 내게 된다. 기성회계 대체법안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예산안이 편성돼 있기 때문에 예산안 자체가 크게 바뀔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장학금 세부 예산안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기성회비 대체법안이 마련되고 교비회계로 예산이 편성되면 기존의 예산편성과정도 바뀌게 된다. 기성회 이사회가 예산안을 최종심의를 하는 대신 재정위원회가 중심이 된다. 현재 재정위원회 구성방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성회계가 존재할 때의 예산처리 방식과 달라지지만 세부 지침은 마련되지 않아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한성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불법인 기성회비 문제를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본부는 계속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등심위 진행과정에서도 대학본부는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법 통과 이후에나 등심위에서 수업료와 장학금 등 세부 내용 협상이 가능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방 국립대의 모 총학생회장은 “등심위 준비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재정회계법이 빨리 처리되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들이댄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예산 편성권에 자율성을 얻게 되는 총장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실제로 국공립대 총장들은 재정회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 소속 총장들은 지난 9일 호소문을 통해 “대체입법을 서둘러 국공립대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서울에 위치한 국립대 모 총장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법안이 처리되는 것이 바람이다. 기성회 직원 고용승계 문제와 수업료 고지 등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있어 혼란을 최소화하려만 빠른 법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립대의 국가 책임성과 기성회 직원 고용문제 해결돼야= 2월 임시국회를 바라보는 국공립대 구성원들의 입장은 복잡하다.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근본적 입장은 같지만 각각 입장에 따라 세부 사안을 법안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성회 직원은 무엇보다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보장, 수당삭감 반대 등의 내용이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성회 직원들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근로조건과 고용 내용을 법안에 삽입해 국가가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에 명시되지 않으면 각 대학의 상황과 교육부의 지침 등에 따라 근로 조건의 후퇴 우려가 크다.
학생들은 국가의 국공립대 책임성 강화가 분명히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가가 재정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슬기 한국교원대 총학생회장은 “이번 법안의 핵심은 기성회비로 운영되던 금액을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철학의 문제”라며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분들을 해결해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오했다.
국공립대 총장들은 여야가 조속히 법안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공립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다른 구성원들과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구체적 수치를 거론해 국가의 책임성을 얼마나 부여할 지를 두고 합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상황은 피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병문 전남대 총장(국총협 회장)은 “국립대의 문제는 결국 정부와 여당에 있다. 야당의 동의를 얻어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2월 임시국회 선 여야 간 합의 가능할까= 대체로 2월 임시국회 중에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국공립대 예산의 55%를 차지하는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혼란에 대한 책임에서 정치권도 자유롭지 않다.
여야 간 합의도 시급하다. 지난 7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상정되지 않아 논의조차 하지 못했던 만큼 국공립대의 국가 책임성 강화, 재정위원회 구성, 기성회 직원 처우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합의를 이뤄야 한다.
여당 교문위 간사 새누리당 신상범 의원실은 “이미 충분한 합의를 이뤄 상정만 하면 바로 처리될 수 있을 때까지 이견을 좁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입장은 다르다. 야당 교문위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실은 “국가 재정지원 방안은 없는 상태에서 법안 처리가 어떻게 이뤄질 지는 2월 임시국회가 열려봐야 알 것”이라고 회의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2월 임시국회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쟁점 사안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당장의 혼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기성회직원 고용승계, 재정위원회 등 기성회계 법안을 둘러싼 문제는 이번에 풀고 넘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