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 원칙은 학생만 해당하나” 불만도

등심위 운영 학생 목소리 반영 어려운 구조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대학들이 내년 등록금 동결과 소폭 인하를 결정한 가운데 등록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운영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29일 등심위에 따르면 등심위는 대학 구성원이 참여해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등심위 위원 구성을 놓고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을 벌이는가 하면 회의 단 1번 만에 등록금이 결정된 경우도 있다. 게다가 학생위원에게만 비밀 유지 원칙을 지키게 하고 교직원 위원들 사이에선 주요 대학들 등심위 진행상황을 공유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내년 등록금이 동결로 결정된 성신여대는 등심위 회의도 하기 전에 학생 위원을 선정하는 문제를 두고 학교와 학생대표자 간 갈등이 있었다. 다른 대학 규정과는 다르게 성신여대 등심위 규정에는 학생대표자가 학생위원 3배수를 추천하면 이들 중에서 총장이 학생위원을 위촉하게 돼있다.

한연지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위원 6명을 추천했고 이번달 19일 학생위원 2명이 누군지 본부에서 통보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회의를 열어 등록금 동결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대학 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인 등심위의 활동이라는 게 하나의 요식행위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2012년 발간한 자료집 ‘대학민주화 실태진단-대학구성원 학교운영 참여를 중심으로’를 보면 조사 대학 179개 중 단 1번 회의로 등록금이 결정된 대학은 71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단 하루, 몇 시간 만에 1000만 원 가까이 되는 1년 등록금이 결정되는 것이다.

학생 위원과 교직원 위원 간 어쩔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은 회의중에도 나타난다. 예·결산 자료 등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대학 본부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거나 요약본을 제공해 학생위원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2013년 연세대 학생들이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법원은 등록금인상의 근거가 되는 자료일체를 대학 본부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인하대 최성범 부총학생회장은 “등심위 회의 첫날은 자료만 받고 끝났다”면서 “학교로부터 자료를 받았지만 그마저도 요약본이라 추측에 근거해 질문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일부 대학은 학생위원에게 회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보를 공유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학생위원은 “회의에서 직원 위원이 다른 주요대학 등록금 책정 현황 표를 근거로 등록금 동결을 주장했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어느 대학이 동결이고 몇 퍼센트 인상인지까지 공유하고 있다”며 “비밀은 학생들만 지켜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상명대·인하대 등 몇몇 대학 등심위 규정에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학생위원들이 회의 내용을 외부로 발설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위원이 전체 학생에게 등심위 회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인하를 요구한 학생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경우는 드물다. 몇몇 대학 학생대표들은 등심위 결과가 등록금 ‘동결’로 이어지자 전체 학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학생위원들이 반발해도 등록금 의결이 진행돼 등심위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마저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결정에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법으로 규제할 순 없다”면서도 “이 때문에 애매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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