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금오공대 총장)

동양 고전에서는 대학의 길은 明明德(명명덕)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다’고 했고, 근대 대학의 기틀을 세운 독일 철학자 칸트는 대학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실용학문과 이성의 자유로부터 사회를 비판하는 비판학문이 지속적으로 변증법적으로 갈등하는 통일체로 정의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 환경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대학이 2가지 측면에서 전면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 시장경제에 따른 대학의 존재성이 도전받고 있다. 현대사회는 대학이 시장경제에 따라 움직이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사회와의 관계를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유로 시장경제에 따른 관계로 설정되면, 대학은 이익집단화 되면서 이념과 현실적 괴리로 인해 끊임없는 긴장이 지속되고 대학의 존재성은 의심 받게 된다. 2010년 당시 고려대 학생이었던 김예슬양의 탈 대학 선언은 오늘날 대학의 존재방식에 대해 훨씬 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삶의 가치기준도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가치기준이 정립되지 못하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된다. 새로운 사회 변화에 맞게 올바른 가치관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철학이 제대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2010년부터 교육부의 ACE(학부교육선도)사업을 통해서 대학들이 그동안 간과되었던 대학의 건학이념을 교육에 반영하고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학부교육 선도모델을 창조하여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대학교육을 함으로써 대학존재의 이념을 강화하고 있다.

이 시대에서도 대학의 본질과 이상을 두고 고민했던 서구 사상의 역사를 통해 배울 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은 시장경제라는 시대적 요청을 수용하면서도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구성원들이 진진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대학의 존재성에 대한 참된 가치를 창조하며 끊임없이 정진함으로써 대학은 지적 공동체로서 진정 대학다운 대학이 되고 대학인다운 대학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 산업혁명도 대학의 존립성을 위협한다. 문화적 소양과 지적 기율을 갖춘 탁월한 인격자를 키워내기보다 지식정보의 홍수에 휩싸이고 MOOC의 출현으로 기존의 교육제도와 방식이 도전받으면서 대학존립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1997년 대학이 변혁을 이루지 못하면 30년 뒤 현재의 대학제도가 사라질 것이며 또한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가 기존의 대학교육 방식으론 2030년 기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 예언한 바 있다.

찰스 다윈의 종의기원에서 진화론인 적자생존 법칙과 이 진화론을 인간사회에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사회진화론자들은 살아남은 개체는 환경에 잘 적응한 것이라는 전도된 해석을 하면서 강자의 권리를 합리화 하려하였다. 그러나 영국의 허버트 스펜스의 사회진화론은 사회는 인간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창출하고 사회약자를 보호할 수 있게 진화한다고 주장하였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대학도 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만 살아남는다면 그 존재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인류발전에 기여한다는 이상을 향해서 진화해야 진정한 존립성을 갖는다 할 수 있다. 산업혁명초기에는 대학이 혁신을 통하여 진화하였으나 21세기 디지털 산업혁명시대에는 대학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성과 더불어 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학을 국가의 이성이요 사회의 양심이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이라 하며 대학을 보면 그 국가의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과연 진정한 대학은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올바른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대학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그 존재와 존립의 이유를 고민하면서 복잡성의 실타래를 풀어갈 때다. 대학은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역량을 모아 도전을 극복하고 스스로 진화하면서 인류사회 발전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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