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이 파산해 문을 닫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던 이같은 가정이 시장논리에 따른 무한경쟁시대의 본격화로 조만간 현실화할 조짐이다. 신자유주의 바람은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분야로 확산돼 대학행정에서도 경영마인드가 우선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전부터 많은 대학의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사태가 속출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 살아남기 위한 대학들의 몸부림은 정보기술화(IT)와 분야별 특성화로 집약되고 있다.
<>대학 경쟁력은 특성화에서 시작
대학들의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부도 특성화와 정보화 등의 지원에 대한 예산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사립대 특성화에 3백10억원, 교육개혁추진우수대학지원에 1백70억원, 지방대학육성에 5백억원 등 980억원이 책정돼 있다.
전문대학에도 지원사업 예산의 약 90%에 해당하는 1천6백56억원이 잡혀있다. 이중 특성화 지원사업에 1천3백70억원을 비롯해 주문식 교육사업 1백60억원, 향토산업 거점대학 육성사업 60억원, 우수공업계 전문대학 지원에 56억원 등이 분배돼 있다.
대학교육정보화 부문도 지난해 44억원에서 70억원으로 26억원이 늘어났다.
충분치 않은 규모이긴 하지만 정부의 대학 정보화·특성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며 대학들도 생존 차원에서 해당분야의 특성을 찾고 키워나가는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더구나 국제화 바람으로 대학이 완전히 개방돼 어학·예능·첨단과학 분야는 세계 자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외국대학의 국내 분교 설치, 교수 및 학생·학점 교류, 공동교재 활용, 공동 학사운영, 컨소시엄 참여 등의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식 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의 대학교육 체계에서는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 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학들이 7~8년 전부터 저마다 21세기 청사진을 마련하고 국제화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산하에 UC버클리, UCLA 등 9개 대학군을 거느린 캘리포니아대학(UC)의 정보화·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이른바 ‘네트워킹’을 완료한 상태다. 산하 대학을 초고속통신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각 대학 연구실과 도서관·기숙사에서 언제든지 캠퍼스 네트워크와 인터넷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이 갖춰야 할 요소를 모두 완료한 셈이다.
미국 대학들의 정보인프라 구축은 대학간·연구소간 네트워크와 디지털 도서관의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미 정부연구소와 1백30여개 대학연구소를 연결하는 ‘인터넷II 프로젝트’다. 미국내 주요대학과 유명 연구소가 총망라된 이 사업은 공동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공동연구와 산학협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디지털 도서관은 대학이 ‘지식’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자원의 종합 저장·유통센터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
UC는 각 대학군에 속한 도서관들의 소장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한편 남가주대(USC) 등 지역내 다른 대학도서관 및 공공도서관과 연결하는 디지털 도서관 네트워크를 추진중이다.
하버드·MIT를 중심으로 한 보스턴 일대 대학들은 이미 작업을 마친 상태며, 조지워싱턴대, 조지타운대, 조지메이슨대, 존스홉킨스대, 메릴랜드주립대 등 워싱턴 주변 주요대학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 대학들은 교육과 연구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강의, 유무선 통신망을 동원한 화상강의, 비디오와 CD롬 교재를 이용한 원격지 교육 등이 보편화되고 있다.
<>대학가 첨단 IT캠퍼스 경쟁
지난해부터 대학가에 불기 시작한 IT캠퍼스 경쟁은 생존경쟁의 치열한 몸부림 가운데 하나다. 캠퍼스 환경을 정보화에 걸맞게 바꿈으로써 전체적인 대학 분위기를 바꾸고 이를 경쟁력 확보로 연결짓는다는 것이다.
모바일캠퍼스 구축이 대표적인 사례.
한양대는 지난해 5월 개교 62주년을 맞아 ‘i-University Hanyang’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인 ‘Mobile Library를 오픈했다. 휴대전화나 PDA 등 무선 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