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영향 크게 받아 자주 변하고 복잡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고입을 알아야 대입이 보인다. 이 말은 수험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대입관계자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유형과 판도는 악명높은 대입전형보다도 복잡한데다 그마저도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과거 일반고와 실업고, 종합고로 나뉘던 시절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늘날의 고교유형은 다양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교 유형은 크게 일반고와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가 있다.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한 과학영재학교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세부 고교 유형은 더욱 복잡하다. 우선 특목고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가 있다. 과학고는 수학·과학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해 설립됐다. 마찬가지로 외국어고와 국제고 역시 외국어와 국제능력에 탁월한 영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설치됐다. 하지만 이들 고교는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일류대학 진학을 위한 '엘리트코스'로 변질되면서 사실상의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다. 예술고와 체육고는 고전음악과 성악, 국악 등에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일부 예고의 경우 입학이 곧 일류대학 입학을 의미할 정도로 서울대 등 명문대 입학비율이 높다.

마이스터고는 2010년 고교 현장의 돌풍을 불러온 신생 고교 유형이다. 정식 명칭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로 자동차와 로봇, 항공, 조선, 전자, 바이오 등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춰 정원을 인가하고 교육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취업률이 높고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아, 대기업들의 경우 우수한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입도선매'하는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현장 경험을 쌓은 후엔 특별전형으로 대학진학도 가능하다. 고입 경쟁도 뜨거워 중학교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진학한다.

특성화고에는 직업형 특성화고와 대안학교로 더 잘 알려진 체험형 특성화고로 구분된다. 직업형 특성화고는 간단히 특성화고로 불린다. 특성화고는 마이스터고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고졸취업 장려 정책 영향으로 최근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3년이상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진학이 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특성화고는 주변 인문계고보다 선호도가 높을 정도다.

대안학교는 원래 제도권 밖에서 자율적으로 생겨나 각종학교로 분류돼 왔지만,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학교에 한해 '자율형 대안고'로 규정하고 2012년 제도권으로 편입했다. 하지만 교지면적과 시설 등 교육부의 최소 인가 조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인가를 원하지 않는 비인가 대안학교의 숫자는 15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자율고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로 나뉜다. 자율형 사립고는 다시 전국단위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로 구분된다. 선발주자이면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민족사관고와 상산고, 북일고 등은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 광역단위 자사고는 일반고 중에 선발·지정한 후발주자로, 학생을 광역단위 내에서만 선발해야하고 일부는 추첨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 일반고를 슬럼화하고 학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공세에 시달려 상당수 광역단위 자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자공고는 자사고의 공립 버전이다. 상대적으로 교육기반이 열악한 지역의 공립 일반고 가운데 교육력 강화 의지가 뚜렷한 학교를 선정해 지정한다. 다만 학교의 설립주체가 공립이고 학생선발 방법, 교육과정의 자율성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대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공고는 많지 않은 편이다.

과학영재학교는 '입시기관화'된 과학고의 대안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과학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AIST부설 기관인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과학영재학교의 졸업생들이 과학특성화대학보다 서울대와 의학계열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한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교육부의 세부 분류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반고 안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일반고 중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5년 단위로 지정한 '자율학교'가 많다. 또 수학과 과학, 미술, 음악, 체육, 영어에 관한 중점학급을 운영하는 일반고도 존재한다. 모두 일반고의 자율성을 높여 특목고와 자사고에 맞대응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중 일부 농어촌자율학교와 기숙형고, 과학중점학교는 대입에서 특목고나 자사고에 밀리지 않는 주요대 입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일반고는 지역을 기준으로 평준화고와 비평준화고로 구분하기도 한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도와 대도시 지역은 평준화 지역으로 중학교 졸업생들을 무작위 반영한다. 다만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은 여전히 원하는 고교 진학이 가능하다. 평준화 지역의 경우 학원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교육특구'가 형성돼 이 지역 고교의 인기가 높고, 비평준화 지역에선 전통적인 입시명문고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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