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과거 직선제 폐기 양해각서 근거로 '임용제청 거부' 경고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교육부가 최근 총장직선제로 회귀했거나 추진 중인 거점국립대에 ‘직선제 회귀시 임용제청이 어렵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해당 대학에서는 직선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추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 고위관료는 최근 세종정부청사에서 권순기 경상대 총장과 강용옥 강원대 총장직무대행(부총장), 안홍배 부산대 총장직무대행(교육부총장)을 차례로 면담하면서 “직선제로 회귀할 경우,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이 어렵다”고 경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강원대와 경상대가 각각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총장선출방식을 도입한다’고 약속한 양해각서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권영준 강원대 전 총장은 지난 2011년 12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구조개혁 방안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첫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평가 당시 국립대 상대평가에서 하위 15%로 강원대 등 5개 국립대를 ‘구조개혁 중점 추진대학’으로 지정했다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포함한 자체 구조개혁 약속을 토대로 정원감축 등 불이익을 유예한 MOU다.

경상대의 경우 권순기 총장이 지난 2012년 3월 교과부와 체결한 ‘선진화 방안을 위한 양해각서’가 근거로 제시됐다. 교육부가 2012년 △총장직선제 폐지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도입 △단과대학장 공모제 시범도입 △성과급적 연봉제 정착 방안 등을 골자로 발표한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따라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직선제 폐지 유무를 가르는 ‘선진화’ 지표가 포함되자 맺은 MOU다.

교육부는 국가기관들이 맺은 MOU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부 간부는 “교육부는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인천광역시와 체결한 MOU를 토대로 5년간 매년 2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을 만큼 행정적 근거가 뚜렷하다”며 직선제로 총장후보를 추천할 경우 임용제청이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부산대는 MOU를 체결한 사실이 없어 간접적으로 임용제청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용제청을 거부할 근거는 없지만 추천된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직선제 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거규정(교육공무원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돼 벌금을 물었던 후보가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한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부의 뜻이 완강함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강원대와 경상대 모두 직선제 회귀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용옥 강원대 총장직무대행은 “비대위의 직선제 추진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경상대의 경우 이미 교수회 차원에서 간선제 선출을 뒤집어 직선제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다시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판단이다. 경상대는 지난 10일 학무회의를 열고 교육부의 경고 사실, 정부재정지원사업이 끊길 경우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홍배 부산대 총장직무대행은 “현재 총장직선제가 진행 중이지만 총장공백 사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진헌 전국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 상임회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총장후보자 무순위 추천방식 등 교육부의 총장선출방식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데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거세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부산대는 오는 17일, 경상대는 내달 9일 차기 총장후보자를 선출하는 투표를 실시한다. 강원대는 지난 10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구성원 참여비율 등 선거규정에 합의하고 대학본부와 학칙개정 여부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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