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시장 이대로 좋은가 (상)유학생 플랫폼 절실

▲ 유학 시장은 아무나 당장 간판 내걸고 장사할 수 있는 혼탁한 시장이다. 유학생의 해외유출과 유입 모든 과정에 검증되지 않은 유학알선업체들이 간여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상당하다. <사진=이우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손현경 기자]무질서한 유학 시장이 우리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유학생의 해외유출과 유입 모든 과정에 일부 검증되지 않은 유학알선업체들이 간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을 전체 관리하는 공신력있는 플랫폼이 없는 가운데 개별 대학과 사설 업체들이 각자 경쟁하면서 불필요한 비용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대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tudy Korea 2020’의 목표인 2020년까지 20만명 유학생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12만명의 유학생을 추가적으로 유치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대학들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방 사립대학이 어렵게  유학생을 데려오면 서울 소재 대학들이 이들을 빼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학이면 국제교류처 직원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로 총출동하지만, 개별 대학이 현지 출장소를 개설하기를 꺼리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깜깜이 해외유학…아무나 컨설팅, 수수료는 '부르는 게 값' = 유학시장은 아무나 당장 간판 내걸고 장사할 수 있는 혼탁한 시장이다. 한 유학업계 관계자는 "누구든 당장 사업자 등록만 하면 유학원이나 컨설팅업체를 차릴 수 있다"면서 "검증이 안 된 유학원들이 넘쳐나고 마당발 엄마, 해외 현지 목사 등도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중개료를 챙기는 유학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컨설팅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는 "입소문이 난 곳은 보통 외국 대학 한 곳 소개해주는데 500만~600만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주로 한국에서 대입에 실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지도가 있으면서도 큰 노력없이 진학 가능한 대학을 소개해주는 비용이다. 물론 비자발급 비용과 항공료 체제비 등은 모두 별도다. 오로지 대학을 추천해주고 준비를 도와주는 댓가일 뿐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컨설팅 비용 수백만원을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대중적인 유학 컨설팅 비용이 50만원~100만원 대로 형성돼 있는 반면, 고액 컨설팅의 경우 최대 1000만원을 호가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상당수 유학업체들의 정보는 객관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유학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현지 대학이나 어학센터와 관계를 맺고 중개를 해 주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도는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학생들의 요구를 듣고 국가와 전공, 거리, 비용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현지 대학을 찾아주는 개념이라기보다 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학이나 어학센터를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유학업체도 발이 넓은 개인을 끼고 중개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이나 유명 학원가에서 입소문을 주도하는 '엄마'들이 유학업체에 연락을 해와 "몇 명을 연결해 줄테니 수수료로 얼마를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에 필요한 제반 절차는 업체가 다 하고도 현지센터에서 보내온 계약금액의 절반을 그런 엄마들에게 떼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문제 생겨도 '나몰라라' 브로커들 = 유학알선업체의 횡포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학업체의 장밋빛 이야기와 현지 실정이 너무나도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A씨의 경우 3년 전에 사설 유학업체를 믿었다가 현지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언니가 대학 국제교류센터를 통해 성공적으로 유학을 다녀온 것에 반해 A씨는 사설 유학업체의 소개를 받아 해외로 떠났다. 현지에 도착하니 홈스테이 방은 지하에 있었고, 집주인은 툭하면 강제추방을 언급하며 협박을 했다. 대인기피증 증상까지 보이던 A씨는 다른 유학업체의 도움을 받아 다른 지역 대학으로 옮기고서야 안정을 찾았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현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해도 유학업체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고 면서 "일부 업체는 현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관리해주겠다고 학생을 유혹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에 떠난 이후에는 문제가 생겨도 중개업체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상호 철저하게 계약서를 쓰지만 '표준계약서'는 없는 실정이다. 어떤 범위를 어디까지 유학원이 책임져야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전무한 것이다. 이에 업체와 개인은 다양한 돌발상황을 상정하고 상호간에 문제삼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다.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학생들을 유혹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사설업체의 꼬임에 대학이 넘어가면서 문제가 된 1+3국제전형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사설업체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버젓이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당수 유학업체들이 국내에서 1년 어학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해외 현지 대학에 2학년으로 입학하게 해준다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브로커 활개 = 국내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브로커들이 깊숙히 개입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학들이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직접 선발해 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W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방법은 다양하다"면서 "학교가 다이렉트로 자매대학이나 현지 중고교와 협약을 체결해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고 전문 유학 알선업체로부터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을 보내주면 소개를 해준 업체가 수수료와 유학비용 수속비를 부담한다. 그 비용은 적게는 1만원에서부터 많게는 300만원까지 복잡한 유통구조상 단계를 거치면서 비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에는 대학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학들은 현지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세우거나, 현지 합작으로 고등학교 유학반을 만드는 등 유학생 선발 방식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유학생 문제 전문가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국내 대학들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구조로는 학생과 대학이 모두 고비용을 부담하는 가운데 사설업체만 난립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덤핑 경쟁으로 =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덤핑 경쟁이 된지 오래다. 지방 W대 관계자는 "국내 학령인구가 부족하니까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학생들을 데리고 오는데 덤핑 유치를 해온다"면서 "이는 결국 전체 한국 교육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영미권 대학들처럼 외국인 유학생들을 높은 학비를 받아가며 유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저렴한 학비로 검증이 안된 학생들까지 경쟁적으로 유치하다 보니 우리 대학의 전체 교육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 소재 대학들의 학생 빼가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W대학 관계자는 "지방대학에서 발로 뛰며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 한국에 들어와 다 서울로 가버린다"고 밝혔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 들어와 다니기로 한 지방대학에 100% 다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이 씨 뿌려놓으면 서울은 골라서 먹는거다"라며 "상담을 해보면, 서울은 일자리도 많고 문화적이고 대학의 브랜드 가치도 있다고 대답한다"고 푸념했다.

학부과정에서 중도이탈이 문제지만 서울로 쏠리는 대학원 진학도 문제다. 지방 S대는 관계자는 "우리는 학부는 큰 문제가 아닌데 오히려 대학원이 문제"라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부는 본과로 진학하기 때문에 유지가 되는데, 본과를 마치면 대학원은 서울로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까지 같이하고 싶은데 유학생들이 서울로 가버리니까, 어떻게 하면 대학원 품질을 높일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W대 관계자는 "대학들이 서로 자기만 살려고 덤핑하고 세일하다가 한국 교육시장이 공멸할 것"이라며 "크게 보면 우리끼리 경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유학생을 둘러싼 각국의 유치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는 2009년 당시 국내 유학생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최근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제 지난해 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8만4891명 중 중국인 유학생 수는 5만336명(59.3%)으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대학들이 덤핑 경쟁을 하는 사이 전세계 유학생 수는 1975년 80만명에서 2000년 210만명, 2012년 450만명으로 연평균 7% 가량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학생중 절반 이상이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6개 국가에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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