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 발전방안 둘러싸고 지역별 상하관계 형성될까 거부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김소연 기자]교육부가 검토 중인 ‘국립대학 발전방안’ 모델을 ‘거점 국립대 중심 권역별 연합체제’라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중소 지역중심국공립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학 간 자율적인 상호 협력과 보완을 통한 공동 발전 모델로 다양한 형태의 연합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일률적인 연합체제 구축은 검토된 바 없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2일 일부 언론이 ‘교육부가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같은 권역의 국립대를 묶어 각 대학을 전공별로 특성화하는 권역별 국립대 연합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국립대학 발전방안의 연합모델은 강의와 학생, 시간강사 등 인력을 교류하고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느슨한 형태다. 국립대 자발적으로 계획을 세우도록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태범석, 국총협)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참여를 원하는 대학만 참여하고 우수한 연합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지원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

교육부는 '자율'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최근 십수년간 여러 차례 국립대 구조개혁을 겪어온 국립대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 상태다. 이같은 국립대 연합론은 2000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이돈희 전 문교부 장관은 2000년 국립대 몇 군데를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적하고 국립대 역할 분담과 연계체제 구축을 유도하는 골자의 ‘국립대 발전계획’을 발표했으나 대학의 반대에 부딪혀 유보됐다.

또 지난 2009년에는 교육부에서 동일권역 3개 국립대를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묶어 캠퍼스별로 특성화 하고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 하는 등 단일법인화 하는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가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서울대 폐지와 함께 주장했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도 한 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합체제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지역거점국립대 대신 규모가 작은 지역중심국공립대와 교대, 해양대 등 특수목적 국립대는 더 조심스럽기만 하다. 자칫 거점국립대에 지역중심국공립대가 상하관계로 연합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결국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 지역중심국공립대 총장은 “지역거점국립대는 지역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중소도시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고, 중소도시의 지역중심국공립대가 지역 경제, 지역 학문과 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국립대학 발전방안이 거점국립대 위주의 구조개혁으로 흘러가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에 지역중심국공립대 총장들은 오는 24일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태범석, 국총협) 총회에 앞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김영식 전국지역중심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장은 “최근 지역중심국공립대 총장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 바 있다”며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연합체제가 구성된다는 보도가 나와 당황한 대학들이 많은 만큼, 중소규모 대학들의 의견을 듣고 최선의 방안도 도출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통합하기 보다는 교원양성대학, 해양 특성화 대학 등 특성화 대학간 연합 체제가 더 실현 가능성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립대학 발전방안이 실제 교육부 압박에서 자유로운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태범석 국총협 회장은 “교육부의 국립대 정책은 주로 참여하는 대학은 재정지원을 연계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에는 추가 불이익을 연계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대학들이 이 점에 반대하고 있어 24일 총회에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립대학 발전방안은 아직 정책연구 추진단계로, 국총협 산하 소위원회인 국립대학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발전방안을 꾸려나가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에 따라 상반기 중 발표 예정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