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조형물, 고 교수 소장도서 기증 전시한 추모 문고 개소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부산대는 지난해 8월 17일 총장직선제와 대학 자율화를 요구하며 투신 사망한 故 고현철 교수의 1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3시 부산대 인문관에서 추모식을 치렀다.
‘고현철 교수 추모사업회(회장 조강희 인문대학장)’이 준비한 이번 추모식에는 부산대 동료 교수들과 학생·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조강희 추모사업회장은 추모식을 시작하며 “대학과 사회 민주화를 위해 희생을 감당한,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왔던 동료이자 스승, 사랑하는 가족이었던 귀하고 순결한 사람”으로 고현철 교수를 회고하며 “고인이 남긴 슬픔과 분노를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함께해 나가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1주기 추모식이 고인의 대학 자율화에 대한 숭고한 뜻을 받들고 기리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호환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고현철 교수님을 추모하는 백 마디 말과 천 마디의 글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는 허사일 뿐이기에, 더욱 애틋해지는 그리움과 공허함을 메울 수 없다”고 고인을 떠올린 뒤 “고현철 교수의 고귀한 희생과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구성원 모두가 뭉쳐 하나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학생들로부터 사랑하는 스승을 앗아가는 대학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가 있는 대학, 교수들의 긍지와 직원의 보람이 공존하는 대학을 만들어 고현철 교수님이 원하던 올곧고 참다운 대학으로 부산대를 반드시 세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고 사랑받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고현철 교수의 유가족 대표인 부인 소경애 여사는 “지난 1년은 우리 가족에게 어두운 터널과 같았다”며 “직선제로 총장선거가 치러지고 신임총장이 임명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앞으로 갈 길이 막막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고인을 기억해주시고, 함께 모여 그 뜻을 기려 주시니 우리 가족들도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고인의 뜻이었던 대학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를 위해 늘 노력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추모식은 △고현철 교수 약력 소개 △추모사업 경과보고 △추도사 △추모 공연 △추모 조형물 제막 △헌화 및 묵념(본관) △고현철 교수 문고 개소식(제1도서관) 등의 순서로 행사가 진행됐다.
추도식 차례에는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학생 조해진 씨와 전병학 교수회장, 조흥식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서울대 교수), 송기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전 이사장 등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조해진 씨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고현철 교수님의 삶과 고민을 마주해본다. 더 이상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동료 교수였던 부산대 전병학 교수회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온전한 대학의 자율을 쟁취해내는 것이야말로 고 교수님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미래라는 것을 되새겨본다. 부산대 구성원뿐 아니라 모든 대학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대학 자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흥식 국교련 상임회장은 “고현철 교수님의 희생을 기리며 우리의 ‘무뎌짐’을 거듭 반성한다. 이를 경계하여, 교수님께서 갈망하신 명실상부한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과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매진해가겠다”고 밝혔다.
고현철 교수 추모사업회는 이날 추모식과 함께 인문관 필로티 옆 정원에 ‘불꽃 모양의 새싹’을 이미지화한 ‘고현철 교수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또 고 교수가 투신한 장소인 대학본관 건물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을 진행했다.
이후 제1도서관 2층에서는 고현철 교수의 연구실을 정리해 소장도서 3000여 권을 추모사업회와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산대 도서관에 기증해 조성한 ‘고현철 교수 문고’ 개소식을 열고 고 교수의 주요 저작물과 자필원고 등이 전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