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연구 환경이 주 원인…미래부 "문제 해결 적극 나서겠다"

▲ 최근 5년간 과학기술 특성화 주요 대학 로스쿨·치의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현황(자료=신용현의원실 제공)

[한국대학신문 구무서·최상혁 기자]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과학계 인력 유출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세정 의원과 신용현 의원(이상 국민의당) 등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들은 지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과학연구자들이 졸업 후 법조계·의료계로 떠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날선 비판을 했다.

지난 4일과 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을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과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과학기술계 대학생들이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연구를 이어가지 않고 최근 법조계 또는 의학계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수년째 과학계 인력 이탈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학기술특성화 5개 대학(△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포항공대) 졸업생 833명이 과학계를 떠나 로스쿨 및 의학·치의학·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오세정 의원이 지난 5년간 법학·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생의 전공을 분석한 결과 이공계 전공 7733명의 학생들이 특수 대학원에 진학해 매년 1500명의 이공계 학생이 전공과 관계없는 분야로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정 의원은 “이공계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변호사, 의사 그리고 치과의사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며 “5년 동안 7000여 명의 이공계 전공 학생들이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 이공계 학생들이 과학자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이공계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 후 국내 과학계에 머무는 것보다 해외 진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를 방증하듯 해외로 유출된 이공계 인재가 2010년도 8080명에서 2013년도 8931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이들은 연구인력 이탈 현상의 배경으로 △대학원의 열악한 연구 환경 △비정규직 채용을 양산하는 과학계 인프라 △병역특례제도 폐지 등을 꼽았다.

한국연구재단이 석·박사과정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20만원 수준의 최저인건비를 정했지만 실제 대학원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현실과 최근 이공계 연구자들의 병역 대체 복무를 인정하는 ‘병역특례제도’ 폐지가 현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가중했다는 지적이다.

신용현 의원은 “최저인건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학생 연구원들이 연구하고 있다”며 “이공계 인력 유출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병역특례제도마저 폐지가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공계 대학원생과 과학계 연구자들 역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 이공계대학원에 재학 중인 A 학생(박사과정·30)은 “120만원의 인건비는 우리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실제 받는 임금 수준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며 “현 대학가의 연구 환경을 미뤄봤을 때 졸업 후 사회에 나가도 이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기대가 전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처음 입학했을 당시 선배들이 해외며 다른 분야로 취업하는 것을 보고 이해가 안 갔지만 현재는 그들의 심경이 이해가고 이제는 내가 그 위치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미래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미래부 홍남기 제1차관은 의원들의 지적에 “미래부 역시 연구자 인력 유출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다양한 정책들을 통한 연구자 처우를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