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유라 씨 입학·학사부정 진상규명 등 4차 국조특위 청문회

▲ 국회방송 캡쳐

[한국대학신문 이재·손현경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각종 입학·학사특혜를 제공한 이화여대의 핵심 관계자들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잇단 질문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김경숙 이화여대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남궁곤 이화여대 전 입학처장은 정씨 지원 사실을 전달한 정황을 두고 엇갈린 증언을 하면서도 “부정·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15일 오전 10시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관계자와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등을 증인으로 불러 정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과 학사부정, 미르·K재단 등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국조위원들은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남궁 전 처장 등에게 정씨의 특혜입학 과정과 학사부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가 전국민적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화여대에서 발생한 정씨에 대한 입학·학사부정이 드러난 뒤다. 특히 정씨가 2014년 12월경 부정입학으로 들어왔다는 학내 소문을 듣고 SNS에 ‘능력이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 돈도 능력이다’고 한 내용이 전해지며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오늘 청문회 동안 집중적으로 이화여대 사태와 정씨에 대한 특혜의혹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최 전 총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최씨와 최 전 총장과의 관계나 정씨의 입학과정에 특혜를 준 이화여대의 내부 관계자 등에 대한 증언 확보에는 실패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남궁 전 처장에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 전 총장 등을 보면서 치사하고 추접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보라. 이화여대는 건실하고 좋은 대학이다. 지금 그러나 몇몇 권력에 부역하고 굴종한 사람들이 이화여대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혔다. 공정과 정의, 법치와 책임을 가르쳐야 할 상아탑이 불법과 편법, 특혜를 가르친 셈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비선실세의 다양한 국정농단 중에서도 이화여대를 쓰러지게 한 교육농단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화여대 관계자들은 서로의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청문회 마지막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정씨가 이화여대에 지원한 뒤 그 사실을 최 전 총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김 전 학장과 남궁 전 처장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았다.

우선 김 전 학장은 남궁 전 처장에게 정씨와 관련된 사실을 전달한 바 없다고 강변했으나 남궁 전 처장은 2014년 9월 15일~22일 사이에 해당 내용을 김 전 학장에게 전달 받았다고 증언했다. 남궁 전 처장은 “김 전 학장이 승마와 정윤회 딸을 언급했다. 정확하게 이름은 말하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알았다.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해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학장은 “9월 23일경 대학원 행사장에서 우연히 남궁 전 처장을 마주쳐 입시 이야기를 나누긴 했으나 정윤회 딸 등을 언급한 바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 정씨 입학부정, 누가 지시했나?= 이날 청문회의 초점은 정씨의 입학·학사 부정을 진두지휘한 이화여대 내부자를 찾는 데 맞춰졌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학장을 핵심고리로 지목했다. 안민석 의원은 “김 전 학장의 남편인 김천제 교수는 독일에 유학하던 1980년~1984년 당시 윤남수 씨와 같은 교회를 다녔다. 윤남수 씨는 당시부터 최씨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던 집사역할을 했던 사람이고, 그의 아들인 윤영식 씨는 지금 정씨 등을 돌보며 2대에 걸쳐 최씨일가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최씨와 친밀한 사이다. 이 4자간 연결고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없다. 관련 사항은 특검에서 더욱 자세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학장은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김 전 학장은 윤남수 혹은 윤영식 씨를 아느냐는 안민석 의원의 질문에 거듭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전 학장은 “남편(김천제 교수)는 가톨릭신자다. 윤남수·윤영식 씨는 전혀 모른다.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 전 학장은 정씨의 출결이 부족한 것을 문제 삼아 제적시키려던 함정혜 교수가 최씨를 만난 직후 정씨 지도교수에서 물러났고 다음달인 지난해 5월 학칙이 정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됐다는 개입의혹도 부정했다. 특히 김 전 학장이 함정혜 교수에게 “최순실이 내려가니 잘 응대하라. 정윤회 부인이다”고 전달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안민석 의원은 또 김관복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과 최 전 총장의 연결고리도 지적했다. 김관복 전 비서관으로부터 최 전 총장을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안민석 의원은 “김관복 전 비서관으로부터 최씨와 정씨를 돌봐주라는 지시가 최 전 총장에게 전달됐고, 최 전 총장이 주도해 정씨의 출석 등에 유리한 학칙개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조직적인 부정은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질의 과정에서 우병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를 두 차례 만났다고 인정했고, 에꼴 페랑디 유치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차은택씨가 배석한 회의를 한 적도 있다고 시인했다. 단 당시 차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부정입학한 사람은 있는데 부정입학의 주모자가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그 무더운 여름 본관을 점거해 지금 국정농단이 드러날 수 있도록 버텨온 게 이화여대 학생들이다. 그런데 결국 정씨가 입학까지 취소당한 마당에 그 대학 교수들이 청문회에 나와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학생들이 이대 관계자들의 증언을 보면서 분통이 터지고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14년 이화여대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입시 과정에서 지참이 금지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갖고 갔고, 면접 과정에서 이를 실제로 면접관에게 보여줬다고 전해졌다. 또 이에 앞서 남궁 전 처장이 “금메달 가져온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하는 등 이화여대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정씨 입학특혜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 “청와대가 대법원장 사찰”= 이화여대와 별개로 이날 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은 이와 관련된 문건을 공개해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등산 등 개인적인 일정이 기록돼 있었다.

이밖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과 최씨가 귀국을 앞두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에게 각종 지시를 내린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도 공개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이 녹취파일에는 “최씨가 당시 최순실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날 청문회는 10시간 넘게 진행돼 저녁 10시를 넘긴 뒤 끝났다. 국조위원들은 16일 청와대와 라움 등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현장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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