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학행정시스템 대체 불가능 … 전자 ID 없거나 결재도 안돼"

교육부 “예견된 혼란 … 3월경 안정화 될것”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지난 1일부터 39개 국립대에 전면 시행된 '국립대자원관리시스템(KORUS; KORean University resources limited System,코러스)'이 도리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국립대 직원들은 코러스가 각 대학의 특성을 무시하고 도입돼 기존 전산행정프로그램과 호환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원 업무에 기준을 두고 만들어져 운영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측은 도입 초기의 혼선에 불과하다며 3월경 회계시스템까지 완전히 도입되면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러스는 국립대의 재정·회계, 인사·급여, 산학·연구 등 행재정 자원을 통합관리해 전체 국립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표준시스템이다. 교육부는 국립대 행정과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꾀한다며 이 사업에 551억원을 투자해 지난 1일 전국 39개 국립대에 전면 도입했다. 551억원 중 332억원은 39개 국립대가 분담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대학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대학 행정을 담당한 직원들은 코러스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해 불안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자결재 기안부터 출장, 결재연동 문서 재가, 이용자 등록 등 거의 행정업무 전 분야에서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자문서 결재를 위한 서식작성부터 어려웠는데 정작 결재를 위한 전재결재 선상에 상급자가 빠져 있었다”며 “이외에도 행정업무에서 꼭 필요한 과정 등이 누락돼 있거나 정비가 미비해 단순업무조차도 기존보다 두배 이상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국립대가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는 출장이다. 당초 대학의 자체적인 행정시스템에서는 전자결재를 통해 일률적인 출장업무가 가능했는데 코러스가 도입되면서 출장 당사자가 출장을 재가받는 절차 외에도 부서 내 서무담당자가 또다시 출장문서를 작성해 결재를 받아야 하는 이중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혼선은 우선 코러스시스템이 대학 특성과 동떨어져 개발된 탓이 크다. 39개 국립대 부서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대학의 전체적인 행정시스템 곳곳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지역 한 국립대 관계자는 “아이디부터 패스워드까지 아예 다 만들어서 다시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등록자에 대한 권한설정도 새롭게 해야 한다. 말하자면 기존의 대학전산행정프로그램은 완전히 무시되고 데이터의 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라며 “문제는 코러스가 기존에 진행하던 업무자료를 이식해오지 못해 수시로 기존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서를 하나 작성해도 관련 붙임문서를 가져올 수 없어 새로 작성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코러스시스템이 각 대학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학마다 업무환경과 특성이 다른 대학회계직원들은 사실상 누락됐다. 한 국립대 노조위원장은 “시간외 수당이 대표적인 예다. 교육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시간외 수당을 공무원 수당으로 적용 받는다. 대학회계직원은 법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코러스시스템에서 시간외 수당은 모두 공무원 수당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학회계직원은 시간외 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수기를 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작성해야 한다. 무리하게 대학행정을 표준화하려다 발생한 대표적인 실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회계직원은 지난 2015년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존 기성회회계 직원들이 전원 퇴사한 뒤 다시 재취업하면서 생긴 직군이다. 당초 국립대는 교육부에서 파견된 교육공무원과 기성회회계에서 걷은 기성회계를 기반으로 고용한 기성회직군으로 이원화된 고용체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기성회회계가 법적 기준이 없다는 문제지적이 잇따르자 교육부 주도 아래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국고지원회계인 일반회계와 통합한 대학회계를 신설한 것이다. 그러나 코러스시스템에는 이 대학회계직원들에 대한 법적 기준 등이 적용돼 있지 않아 시간외 수당과 연차 등에서 대학회계직원의 이용이 사실상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위원장은 또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기존 행정시스템에서는 노동조합도 공문 등을 발송할 수 있는 기관으로 등록돼 있었다. 그래서 대학 내부 시스템을 활용해 공문을 각 행정부서에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코러스시스템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그래서 공문을 이용해 공적인 질문과 답변을 받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고 꼬집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앞으로 1~2년간 이 같은 혼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마다 특성이 달라 어쩔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왜 도입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각 대학이 이미 개발단계에서 332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납부했고,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운영과 유지·보수를 위해 대학마다 수억~수십억원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 출혈을 강요하면서까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정당성이 있긴 하느냐”고 비판했다.

교욱부는 이 같은 대학가의 혼란은 ‘예견된 범위’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입 초기 어느정도 혼란이 발생할 것은 예상했다. 의도적으로 대학회계직원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고 표준시스템 성격상 대학현장과의 일정한 괴리는 어쩔 수 없었다. 도입 초기 발생했던 혼란은 지난 2주정도 지나면서 상당수 해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향후에도 코러스시스템 안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3월경 회계시스템까지 완전히 도입이 끝나면 상당수 문제가 사라지고 안정단계에 진입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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