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 개최…4개 정당 대선캠프 의원 참석

[한국대학신문 천주연·장진희 기자] 대선을 보름 앞두고 전문대학 관계자들과 각 정당 선거대책본부(선대본) 의원들이 모여 고등직업교육 정책 제안,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와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본부장 최용섭)가 20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대강당에서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준식 부총리,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최용섭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장(광주보건대학 교수),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선대본 대변인),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선대본 미래전략본부장),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선대본부장), 김완태 한국국민당 정책기획조정실장 등을 비롯해 전문대학 총장 50여 명과 전국 137개 대학 교수, 직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전문대학의 4개 정책 어젠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20일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한 전문대학 총장, 교수, 직원 등 500여 명이 4개 정책 어젠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전문대학가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 4대 정책 아젠다 제안 = 이날 전문대학가에서는 대선정국을 맞아 각 당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강조하면서도 인재양성의 중요한 축인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체제 재구조화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직업교육 컨트롤타워 설치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 등 고등직업교육 체제 혁신을 위한 4대 정책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형민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수성대학 교수)은 현재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중심의 일반대학과 직업교육대학으로 투트랙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등직업교육대학에는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실무중심의 일반대학 등을 포괄해 취업 지향의 대학체제로 개편하자는 게 골자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 요구하는 창의융복합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기간이 획일적이어서는 안 되며 학년자율제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업교육에 대한 총괄지원기구 설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각 정부 부처에서 유사한 사업들을 펼치며 발생하는 행·재정적 중복·편중 등 비효율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과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임창규 한국전문대학산학처단장협의회장(제주한라대학 교수)은 “지난 2014년 교육부에서 전문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5개년 사업으로 ‘세계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고용부 사업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통폐합시키면서 사업 시행 2년 만에 없어졌다”며 “이로 인해 대학은 학생과 협약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잃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더불어 고등직업교육육성법,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등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종엽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대전과학기술대학 교수)은 “정부의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고등직업교육정책, 교육기관, 교육과정, 교육성과, 질 관리, 교육평가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며 “직업교육대학의 설립 및 운영, 평생 직업교육훈련의 활성화와 지원 관련 법령을 총괄하는 ‘고등직업교육육성법(가칭)’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고등직업교육의 위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고등직업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직업교육대학에 대한 재원투자 조항이 명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영일 한국전문대학사무처장협의회장(대원대학 교수)도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은 최하위 수준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와 비교할 때 고등학교는 98%, 일반대학은 65%인 반면 전문대학은 54%로 가장 낮다”며 “국가 책무성 차원에서 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생들을 위해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해 달라”고 촉구했다.

▲ 이형민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은 이날 "현재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중심의 일반대학과 직업교육대학으로 투트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전문대학 제안 정책 상당부분 ‘공감’…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엔 ‘온도차’ = 각 정당의 선대본 의원들은 이러한 전문대학가의 요구를 검토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전문대학의 국가 재정확충 필요성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해 2016년도 국가장학금 예산을 제외한 교육부 예산은 5조2196억원이다. 그 가운데 전문대학은 3388억원”이라며 “말이 안 되는 현실을 반성하고 바꾸겠다는 노력과 의지 실천하겠다. 다만 별도 회계설치보다는 최대한 일반예산에서 비율 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확충 방안으로 전체 파이를 키우는 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부 부담 고등교육재정의 GDP 대비 비율이 0.9%로서 1.1%인 OECD 평균에 못 미친다”며 “고등교육재정을 최대한 확보하는 가운데 고등직업교육분야인 전문대학에도 많은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먼저 우수 전문기술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에 대폭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기준을 충족하는 전문대학을 공영형 전문대학으로 지정하고 우선적으로 고등교육재정을 집중 투자하도록 하겠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국공립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전문대학의 발전상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평생교육 배정 예산을 늘리고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을 강화시키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현재 전체 교육예산의 0.07% 수준인 평생교육 예산을 선진국 수준인 7% 정도로 100배 확대하겠다”며 “필요한 경우에는 일부 대학을 평생교육센터 혹은 병설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등직업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대학가의 요구에는 약간의 온도차를 보였다.

오영훈 의원은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추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19대 국회 1호 법안인 만큼 논의된 바 있고 문재인 대선후보나 다른 정당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재정으로 편성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면서도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별도로 제정하기는 어렵지만 확보된 고등교육재정 내에서 지원이 열악한 전문대학에 우선순위가 갈 수 있도록 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고등직업교육교부금법에 대해 검토해보겠지만 수용 가능성은 높지 않겠다. 예산 원칙상 칸막이를 치게 되면 경직성 때문에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  왼쪽부터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한명섭 기자)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설치와 관련해서도 오영훈 의원은 “전체 대학생의 3분의 1이 전문대학생임에도 교육부 내 전문대학정책과만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구조에는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전문대학을 담당하는 국 이상의 조직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김세연 의원은 지난 2013년 초 교육상임위에 있을 당시 경험을 되새기며 직업교육과 관련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직업훈련기능을 고용노동부에서 교육부로 가져올 것인지가 상당한 쟁점이었다. 그때 직업훈련기능을 교육부로 가져오지 못한 게 교육정책 전반에 아쉬움을 남게 했다”며 “앞으로 정부 조직의 재편이 이뤄진다면 직업훈련과 평생학습, 고등직업교육 기능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정 의원도 “교육부와 고용부의 이원화된 시스템은 당연히 합쳐야 한다”며 “앞으로 교육부 조직은 크게 바뀔 것이다. 우리 당에서도 평생교육, 직업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일반대학과 같은 수준으로 체제가 세워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학제개편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초등 5년, 중등 5년을 거친 후 2년간 폴리텍형 직업전문학교와 진로 탐구형 미래학교로 이원화해 각각 직장과 산업에 진출하거나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만들겠다”면서 “5~6년의 기간을 두고 2월부터 다음 해 4월, 4월부터 다음 해 6월 등 14개월 주기로 학생을 모집하면 학생 수가 15%만 증가하게 된다”고 최근 일고 있는 ‘어둠의 세대’ 논란을 잠재웠다.

이에 김세연 의원은 “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학제가 5-5-2든 지금의 6-6-3이든 무의미해진다”며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개인별 학습 발달 정도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준별 제공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하면 된다”고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오영훈 의원은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와의 적극적인 연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현행 3년-2년(3년)의 학제를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을 연계한 4~5년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4년까지 다양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최용섭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교육이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데에 모든 후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고등교육단계에서의 직업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미래사회의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고등직업교육 생태계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달라.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교육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학력중심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받고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준식 부총리도 축사를 통해 “교육부도 4차 산업혁명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회·산업 수요에 기반한 전문대학의 특성화를 지원하는 등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문대학이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또한 총장의 경영철학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마련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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