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기 본지 논설위원(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사이버대학이 출범한 지 17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설립될 때는 미미했지만 지금은 개발도상국에서 부러워할 만큼의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고등교육발전 과정의 중요한 축을 사이버대학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과 인정이 그다지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이버대학은 학사관리가 엄격하지 않다거나 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등의 비판도 있고, 심지어 건물 하나로 이뤄진 대학이 무슨 대학이냐는 얘기도 있다.

사이버대학의 학사관리는 철저하게 컴퓨터처럼 이뤄지고 있다. 학생에게 전달되는 정보량도 사실 오프라인 교실에서 전달되는 정보량보다 적지 않지만, 매 시간 80퍼센트 이상 강의를 듣지 않으면 출석으로 인정되지 않고 4주 이상을 결석하면 학점을 부여할 수 없도록 컴퓨터가 차단을 해버린다. 대학에서의 시험은 구두시험, 필기시험 또는 자료를 다 펴놓고 치르는 소위 오픈북 시험도 있는데, 사이버대학은 오픈북 테스트인 온라인 시험을 위주로 하고 있다.

온라인 시험도 충분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세상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응급처치나 서바이벌의 경우가 아니면 자료를 최대한 수집·검토해 최선의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일 초등학교에서부터 오픈북으로 예컨대 사회과목 교육성과를 테스트했다면 아마 현재 청소년의 사고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은 보통의 필기시험과 비교해 훨씬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판단해본다. 미래 대학교육에 광대한 교사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이버대학에 대한 미흡한 인식은 한국원격대학협의회법(원대협법) 제정 문제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2010년 초 발의되고 이후 계속 입법 추진된 관련 법률(안)이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서 종래의 오프라인 대학과 별개로 원격대학을 구분하고, 원격대학의 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협의체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원격대학협의회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원격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등교육법상으로 원격대학이 보통의 대학과 구분되고 대교협 정관에서도 그 가입자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원대협법이 제정되지 않은 것은 국가기관의 부작위에 해당해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협의회가 정부의 지원·보조를 받을 수 있고, 국가의 위탁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으며, 자칫 난립 우려도 있는 만큼 그 설립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미 모법에서 법률로 따로 정하도록 했으면 입법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한다.

원대협법의 제정은 단순히 원격대학의 위상을 높인다거나 정부의 지원·보조를 위한 것보다도 미래의 고등교육 발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4차 산업혁명에서 대학교육이 교육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발전하고, 교육 콘텐츠와 산업이 융합해 발전하는 마당에 자칫 실기하면 우리나라의 미래 대학교육이 낙후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국경이 무너지는 환경에서 외국의 현대적 교육기관이나 융합 콘텐츠를 제작할 자금이 풍부한 기업에 우리의 교육시장을 내줄 것이 뻔하다. 이 점에서 사이버대학들이 미래 대학교육을 연구하고 공동으로 융합된 교육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용하며, 해외에도 이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협의회의 난립 등과 같은 우려를 뛰어넘는 귀중한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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